"4세 경영 없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속도..준법위, 이재용 만남 정례화 추진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 속도를 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복권으로 사법제약을 해소하면서다. 그룹과 별개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 중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도 작업에 시동을 건다. 우선적으로 이 부회장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만남 정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부회장 복권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준법위는 이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발표를 통해 4세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로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검토해 왔다. 양측은 지분구조 변화를 아우르는 개편을 통해 재계 표준을 제시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논의를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발주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올해 상반기 중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에서 검토를 진행 중으로, 연내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준법위와 내용을 공유하고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준법위는 올해 초 2기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을 3대 추진 과제로 선정한 상태다.앞서 1기 준법위에서는 고려대학교 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용역을 맡기는 등 최고경영진의 준법의무 위반 리스크 유형화와 평가 지표를 마련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이날 열리는 정례회의에 지배구조 관련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오지는 않지만, 이 부회장과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위 관계자는 "그간 사법적인 문제와 코로나19(COVID-19) 등 여러 문제로 만남 정례화를 추진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이 부분 문제가 해소되면서 정례화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 말했다.
준법위가 만남 정례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지배구조 개선이 이 부회장의 자발적 의지가 요구되는 과제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현재 삼성 지배구조가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17.97% 보유(최대주주)로 부터 시작된다는 데서 기인한다.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삼성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는 "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등 기존에 제시된 방안이 많지만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지분을 처분하더라도 외국 자본이 침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틀 아래 새로운 아이디어를 물색 중인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위배 지적을 받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온전히 삼성물산과 총수 일가 지분으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 외에 모두 매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가치 반영 방식을 취득원가에서 시장가로 변경해 리스크를 줄이자는 것이 취지지만 대상이 되는 기업이 삼성뿐이어서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처분해야 하는 지분은 20조원에 달한다. 삼성 지배구조의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한 셈이다.
지분구조 변화와 함께 주목받는 대목은 총수 일가의 경영참여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가가 이사회를 통해 전문경영인을 감독하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빌 게이츠나 발렌베리 가문처럼 지배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도 있다.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삼성의 새 컨트롤타워가 복원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대규모 M&A(인수합병)이나 공급망 대응 등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총괄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삼성은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삼성전자의 사업지원TF·삼성생명의 금융경쟁력제고TF·삼성물산의 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TF 등 3개 조직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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