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닥]"우리 아이도 자폐 스펙트럼?.. 앞으로 '이것'으로 진단합니다"

이창섭 기자 2022. 8. 1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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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스타닥터: 라스닥]④ 김인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입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대사다. '천차만별'이라는 표현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같은 질환이어도 증상이 다양하다. 우리나라 인구의 2%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로 추정되며 최근 유병률이 오르는 추세지만 진단이 쉽지 않은 이유이다.

김인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법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의 뇌 MRI 사진을 AI가 보고 장애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아이 행동을 관찰한 부모가 의료진에 이를 보고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내려진다. 보호자의 '주관성'이 개입되기에 진단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김 교수는 "MRI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생물학적 지표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고 말했다.

AI 진단은 치료 '골든타임'에도 중요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에는 ADOS(자폐증 진단 관찰 스케줄)나 ADI-R(자폐증 진단 면담지-개정판)이라는 인터뷰 도구가 이용된다. 검사에 1시간 이상 소요되고, 숙련된 검사자가 국내에 많지 않아 검사받기까지 대기 일수도 매우 길다.

김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에는 조기 진단과 개입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만 3세(생후 36개월) 이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더 좋아질 수 있다"며 "AI를 통한 진단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료가 늦어진다고 해서 증세가 악화하는 건 아니다. 아이가 커서 더 좋아질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첫 환자는 1942년 진단받았는데 올해로 88살이다. 성인 대상 연구의 역사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단 의미다.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도 없다.김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 개발에 기여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자폐인의 84%는 진단이 유지되고 약 25%가 증상이 호전된다. 김 교수는 "하지만 예전에 비해 조기 치료받는 환자가 훨씬 늘었고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됐기 때문에 미래의 연구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고 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중에서 지능이 고도로 발달한 환자다.

그러나 김 교수는 "변호사는 언어적 능력을 특히나 많이 필요로 하는 직업인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언어적·비언어적 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주 특징으로 한다"며 "법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것만으로는 직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변호사를 할 정도면 이미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긍정적 인식이 생기는 건 좋은 것 같다"면서도 "스펙트럼이라는 말처럼 모든 자폐인이 전부 우영우와 같을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증 발달장애인이 더 많다. 이들을 국가가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발달장애 환자 수와 유병률 등이 어떻게 되나?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합친 용어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발달장애로 등록된 환자가 약 24만명이다. 전체 장애인의 10% 정도다. 그러나 등록되지 않은 장애인도 있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유병률을 보자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2%, 지적장애는 1%로 추정된다.

-유병률은 최근 증가 추세에 있나?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미국의 경우 10년마다 환자가 두 배씩 늘어난다. 우리나라도 장애인 등록 현황을 보면 다른 장애인 숫자는 줄지만 발달 장애 환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폐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예전에는 독특한 사람, 조금 이상한 사람으로 봤다면 이제는 병으로 인식한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발달장애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발달장애는 빠르면 12개월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첫 번째 주요 증상은 상호작용 부재다.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이 잘 안된다. 대표적으로 '호명 반응'이 있다. 이름을 불렀는데 자녀가 잘 안 돌아보거나, 눈 맞춤이 안 된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두 번째 증상은 반복적인 행동을 하거나 관심사가 좁아 자기 세계에 빠지는 것이다. 우영우가 김밥만 먹거나 고래를 매우 좋아하는 것과 같다. 아이가 손가락질하며 신기해하는 행동이나, 엄마로서 인형에게 밥을 먹여주는 등 가상놀이 현상이 안 보이면 의심해야 한다. 정상 발달 아동이라면 11~18개월 사이에 이런 행동이 나타난다.

-자녀의 발달장애가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병원을 방문해 전문 의료진에 상담받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요새는 영유아 검진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나?
▶조기 진단과 개입이 가장 중요한데 보통 만 3세를 기준으로 한다. 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그 이후에 치료한 경우보다 아이 상태가 더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해서 나중에 증세가 악화하는 건 아니다. 다만 치료 이후 아이 상태가 더 좋아질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AI를 이용한 발달장애 진단법을 개발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원리인지 설명해달라.
▶아이의 뇌를 MRI 사진으로 촬영하고 AI가 자폐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AI 진단의 장점은 더 객관적이고 시간이 빠르다는 것이다. 기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은 보호자가 가정에서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의료진에 보고하면서 내려진다. 이 과정에서 보호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 있으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 진단법의 또 다른 문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ADOS나 ADI-R이라는 인터뷰 도구가 진단에 사용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검사다. 숙련된 검사자가 국내에 별로 없어 소수 병원에 사람이 몰리고 대기도 길다. AI 진단은 MRI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생물학적 지표를 사용하므로 더 정확하다. 진단 시간도 짧아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나? 우영우 변호사를 진단한다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종류'라는 건 없다. 하나의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펙트럼이라는 용어처럼 단일 질환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영우처럼 극단적으로 지능이 높고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언어적 능력을 특히나 많이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는 게 주된 특징이다. 법 지식을 달달 외우는 것만으로는 직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변호사를 할 정도면 이미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드라마 영향으로 긍정적 인식이 생기는 건 좋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지만 카이스트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전체 환자를 대변할 수 없다. 모두가 '우영우' 같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발달 장애인은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부모도 있다. 오히려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증 발달 장애인이 더 많다. 국가가 이들을 포용해야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기를 희망한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왔으면 좋겠다. 안타깝게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완치하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의사로서 진단을 내릴 때 아직도 보호자에게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치료제가 있다면 희망이 생길 수 있다. 진단하는 의사나, 진단받는 부모도 더 마음이 가벼울 수 있지 않겠나. 내가 의사로 있는 동안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치료하는 약 개발에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은 게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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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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