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부실 복원' 단청장..법원 "정부에 9억원 배상하라"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 단청을 복구하면서 천연안료 대신 값싼 화학안료를 사용한 홍창원 단청장 등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재판장 이민수)는 정부가 홍 단청장과 그의 제자 한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0일 “원고들은 공동으로 9억455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였던 홍 단청장은 2012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맡았다. 홍 단청장은 2009년 12월 문화재청이 발주한 숭례문 복구공사 단청분야 장인으로 선정됐으나 그가 전통기법으로 단청을 복구해 본 경험은 1970년 스승이 하는 공사에 잠시 참여한 것이 전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 단장 등은 복구 공사를 시작한 처음 한 달간은 천연안료 등을 사용하는 전통기법을 썼지만 색이 잘 발현되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자 전통 접착제인 아교가 엉겨붙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홍 단청장 등은 공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계약을 어기고 사용이 금지된 화학안료인 지당과 화학 접착제인 아크릴에멀전 등을 사용했다. 이들은 주로 감리를 피해 새벽 시간대 작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청은 공사가 끝난 후 3개월 만에 벗겨졌다.
정부는 2017년 3월 홍 단청장과 한씨를 상대로 11억8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홍 단청장 등은 재판에서 “화학 안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단청이 벗겨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홍 단청장 측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숭례문 단청의 균열과 박락(벗겨짐)이 홍 단청장 등의 재료 혼합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면서도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해서 결정한 전통재료를 사용해 단청공사를 시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학재료 혼합 사용은 그 자체로 문화재청이 당초 계획했던 전통기법대로의 숭례문 복원에 어긋나고, 하도급 계약에서 정한 공사 내용에도 위배된다”며 “피고들은 문화재청과 협의한 방식에 반해 숭례문 단청을 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홍 단청장 등의 배상책임을 80%로 제한했다. 전통재료로 시공된 구간에서도 일부 단청이 벗겨진 점, 문화재청은 홍 단청장이 전통재료만을 사용해 단청을 시공한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점, 문화재청이 공사를 빠르게 완성해달라고 요구한 점 등을 감안했다.
홍 단청장은 2015년 화학안료를 사용하고 공사비를 빼돌린 혐의(사기)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문화재청은 2017년 홍 단청장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자격을 박탈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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