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경제 극대화하려면 장기 공급중심 구조변화 필요

2022. 8. 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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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디지털 경제와 슘페터
케인스는 단기+수요 중심, 슘페터는 장기+공급 중심으로 대안모색. 디지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장기적인 경제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전략 필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조지프 슘페터는 20세기를 규정하는 경제학자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는 케인스다.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 정책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의 저성장 국면은 물론이거니와 팬데믹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처방에서도 케인스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기의 케인스, 장기의 슘페터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의 아이디어가 널리 채택된 핵심에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다. 망가진 경제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정부가 재정과 통화정책을 혼합해 수요를 자극하면서 단기에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여기서 ‘단기’는 짧은 시간이라기보다 경제가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실적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런 단기 대책은 과정과 결과 모두 계량적인 수치로 보여줄 수 있기에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반면 슘페터는 장기 정책수단을 중시한다. 그리고 수요가 아니라 공급 측면을 강조한다. 문제는 현실에서 장기를 고민하는 의사결정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은 공공을 위해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공인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결코 개인적인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영혼 없는 공무원’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책임지거나 리스크를 떠안는 일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결과를 오랫동안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이런 경향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혁신환경 조성

조지프 슘페터


공급을 중시한 슘페터는 혁신이 나타날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춘다. 기업가가 생산 요소를 자유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해 이전에 없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케인스와 슘페터 모두 재화에 대한 수요는 반드시 포화된다는 명제를 인정했다. 다만 대책은 달랐다. 케인스는 유효수요의 부족을 원인으로 진단하고 정부 주도의 수요 진작을 주장한 반면, 슘페터는 포화된 상품을 대체할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의 창출을 주장했다. 혁신의 필요성도 이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에서 혁신을 담당하는 주체를 기업가라고 불렀다.

1970년대 미국의 구조 전환은 슘페터식 사고로의 전환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오일쇼크로 공급 충격이 발생하면서 물가가 급등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케인스식의 적극적인 금융정책은 펼치기 어려웠다. 공급 위축은 실질GDP의 감소도 초래했기에 재정적자가 확대돼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활용도 어려웠다. 즉, 수요 측면의 정책 처방이 요원해진 것이다. 수요 측 제약 속에서는 오일쇼크로 위축된 공급을 다시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1980년대 중반 경제 구조개혁이 시작됐다. 공급 능력을 확충하기 위한 개혁은 단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의 구조전환이 대표적이다. 10년이 지난 1990년대에 들어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존 산업에서의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신산업 부문에서의 일자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황금기를 구가하던 일본보다도 취업자 수 증가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디지털 경제와 혁신 생태계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생산성의 폭발적인 상승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삼는 디지털 전환전략의 핵심에 공급 측면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정책을 설계해 직접 자원을 배분할 것이 아니라 기업가가 혁신을 위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인을 설계해줘야 한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갈등의 조정 및 관리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노동 부문의 유연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생산요소의 양적 투입보다는 혁신을 야기할 인력과 자본의 새로운 결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경제 시대,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의 귀환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의 단순 조력자 역할에서 혁신생태계 조성자의 역할로 변모하기 위함이다. 장기적인 구조개혁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명확한 방향 설정과 유연한 정책 설계로 새로운 방식의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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