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맘 놓고 못마신다..27개 정수장서 깔따구 유충 발견

박상현 기자 2022. 8. 1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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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석동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류 유충. /뉴시스

먹는 물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환경부가 최근 경남 창원시, 경기 수원시 수돗물에서 잇따라 유충(幼蟲)이 발견돼 전국 정수장을 대상으로 실태를 점검한 결과 27곳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485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생관리 특별점검 결과 2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나왔다. 강원 영월군 쌍용정수장에선 정수 처리가 끝난 물이 모이는 ‘정수지’에서 유충 1마리가 발견됐다. 정수 처리 전 물인 ‘원수’(11곳), 침전지·여과지·활성탄지 등 정수처리과정(1곳)에서도 유충이 나왔다.

환경부는 그동안 수돗물의 ‘원료’인 원수 등에선 벌레가 발견될 수 있어도 정수처리가 끝난 물에선 벌레가 나오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수한 물에서도 유충이 발견돼 먹는 물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는 “영월 쌍용정수장서 유충이 발견된 직후 정수지 물 유입부에 미세차단망을 설치하는 등 긴급조치로 수돗물을 공급받는 가정까지 유충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수장 시설이 낡아 정수 과정에서 유충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온 창원·수원시에 대한 역학조사에선 ‘정수장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유충을 죽이는 ‘오존발생기’가 양 정수장에서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창원 석동정수장을 점검한 결과, 수돗물에선 ‘안개무늬날개깔따구’와 국내 기록이 없는 종 등 2종, 정수 과정에선 안개무늬날개깔따구·노랑털깔따구 등 16종, 정수장 주변에선 안개무늬날개깔따구·노랑털깔다구 등 3종의 벌레가 나왔다.

역학조사반은 “방충설비가 미흡한 곳과 착수정과 침전지 등 개방된 곳으로 유충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수장 주변에서 발견된 안개무늬날개깔따구가 원수부터 정수까지 전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온 점 △정수장 여과지·활성탄지 등 방충망이 촘촘하지 못하고 일부는 파손까지 돼 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유충이 정수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가정에 공급된 수돗물에서 발견된 이유로는 석동정수장에서 유충을 죽이는 오존발생기 3대 중 2대가 고장과 노후화로 작동하지 않아 필요한 약품이 적게 주입된 점 등으로 추측된다고 조사반은 밝혔다. 그러면서 “석동정수장과 같은 물을 끌어다 쓰는 반송정수장에선 원수에서 유충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원수로 유입된 유충이 정수장에서 번식해 가정 수돗물에서 발견됐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했다.

이어 수원시 광교정수장에 대한 조사에선 활성탄지에서 발견된 유충이 방충설비 미비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유충 크기보다 방충망 격자가 더 커 벌레가 그대로 통과됐다는 것이다. 창원과 마찬가지로 유충을 죽이는 오존발생기도 고장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석동정수장과 광교정수장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유충을 먹는 물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해 매일 감시하겠다”고 했다. ‘수질감시항목’이란 수질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먹는 물 안전성을 확보하고자 함유실태 조사 등이 필요한 물질을 일컫는다. 환경부는 “세계적으로 유충을 먹는 물 수질감시항목이나 수질기준에 포함한 나라는 아직 없다”고 했다.

수돗물에서 유충 문제가 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작년엔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고, 당시에도 정수장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파악된 바 있다. 당시 환경부는 수도법령에 ‘수도사업자는 수질기준을 준수하고 소형 생물체 유입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먹는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마련했다. 그런데도 2년새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0년 이상 돼 시설이 노후화된 정수장이 많다”면서 “정수장 내에서 유충이 발생해도 가정까지 유출되지 않도록 차단장치를 도입하는 등 위생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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