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위패 모셔서" 안장 거절된 6·25 전사자, 71년 만에 국립묘지로

민소영 입력 2022. 8. 16. 13:58 수정 2022. 8. 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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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당시 공적을 세워 무공훈장을 받고도, '유족도 모르는 위패'가 이미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이유로 국립제주호국원 안장이 거부됐던 참전용사의 유해( 2022년 6월 25일 KBS 보도 “무공훈장 6·25 전사자 아버지, 국립묘지엔 모실 수 없다니…”)가 71년 만에, 고향에 생긴 국립묘지에서 영면에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고(故) 김경우 중위의 유가족이 국가보훈처 산하 국립제주호국원을 상대로 제기한 국립묘지 이장 부적격 처분 취소 청구에 대해 "고인의 유골을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하라"고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조정서는 "피청구인(국립제주호국원)은 고(故) 김경우 중위의 유골을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한다. 이 사건 심판 청구는 이 조정으로 종결한다"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5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2주년 기념식에서 고(故) 김경우 중위의 딸 민성 씨와 사위 김승택 씨가 1954년 김 중위에게 서훈된 무공훈장을 68년 만에 받고 활짝 웃고 있다. 김민성 씨 제공


■ "연휴 끝나자마자 제주호국원으로…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광복절 연휴가 끝난 오늘(16일), 고인의 막내딸 김민성 씨와 사위 김승택 씨는 날이 밝자마자 국립제주호국원에 다녀왔습니다.

이 같은 행정심판 결정 내용을 추가 제출하기 위해서입니다.

김민성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아버지를 가까이에 있는 국립묘지에서 모실 수 있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른다"며 울먹였습니다.

김 씨는 "행정심판을 제기한 이후에도 결정이 빨리 나오지 않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오늘 아침 호국원에 도착하기 전에도 믿기지 않았다. 혹시라도 이전처럼 안장 결정이 내려졌다가, 또 '부적격'으로 번복되지 않을지 의심하기도 했다"면서 "호국원에 와서 행정심판 결과를 제출하니 '이제야 정말 아버지를 국립묘지에 모시는구나, 같이 나라를 지킨 아버지의 전우들과 함께할 수 있구나' 실감할 수 있어, 참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2022년 6월 24일 KBS 뉴스 9 갈무리


국가보훈처와 국립제주호국원 등에 따르면 고(故) 김경우 중위와 같이 이미 서울·대전현충원 등에 위패가 봉안돼 있어 '이중 안장은 불가하다'는 이유로 이장·안장 승인을 받지 못한 사례가 전국에서 20여 건에 이릅니다.

고인의 딸 김 씨는 "제주호국원 관계자가 '전례가 있으니, 나머지 분들도 잘 될 것'이라고 하셔서, 우리도 '이장·안장 신청한 다른 분들 역시 호국원에 모실 수 있도록, 잘해달라'고 부탁하고 왔다. 우리와 같은 처지인 다른 유족들에게도 희망이 됐으면 한다"며 바람을 전했습니다.

■ 고향에 안장한 전사자 유골, 호국원 이장 신청했지만 '부적격 통보'

제주시 한경면 출신인 고(故) 김경우 중위는 6·25 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 10월, 만 21세 나이로 육군에 입대해 남침한 적군과 싸우다가 이듬해 5월, 강원도 홍천 가리산 전투에서 다쳐 전상(戰傷) 입원 중 숨을 거뒀습니다.

2022년 6월 24일 KBS 뉴스 9 갈무리


당시 김 중위의 아내와 여동생은 제주로 온 군 관계자로부터 화장된 고인의 유골을 받아, 제주시 한경면 모처에 있는 선산에 안장했습니다. 유족들은 선산 묘소 주변을 해마다 벌초하고, 제례를 봉행하며 고인을 모셨습니다.

"국립제주호국원이 조성되면 이장 신청할 수 있다"는 제주보훈청의 안내에 따라, 김 중위 유족들은 앞서 2014년, 선산에 있던 묘를 개장해 제주 양지공원에 임시로 유골을 봉안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제주 첫 국립묘지인 제주호국원 개원에 맞춰 김 중위 가족들은 가장 먼저 이장 신청을 했고, 올해 2월 이장 승인을 받았습니다.

2022년 6월 24일 KBS 뉴스 9 갈무리


■ "유족도 모르는 위패가 서울현충원에"…보훈처 "'이중 안장' 안 돼"

하지만 국립제주호국원은 한 달 만인 지난 3월, 공문을 통해 "국립서울현충원에 고인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관련법에 따라 '국립묘지에서 국립묘지로의 이장'은 불가하며, '이중 안장' 심사 결과 부적격 판정했다"는 내용으로 이장 불허를 통보했습니다.

60년 넘게 고향 선산에서 고인의 묘를 관리해온 유족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국립묘지에서 위패를 봉안하는 경우는 매장, 또는 안치할 유공자의 유골이나 시신이 없을 때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고인은 전상 입원 중 전사했다는 기록이 명확히 남아있는 데다, 고인의 위패가 현충원에 봉안되어 있다는 사실도 통지받은 사실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결국, 유족들은 "유족 확인과 동의 절차도 없이 고인의 위패를 봉안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자 국가의 귀책 사유로서, 호국원에 전사자를 안장할 수 없게 유족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위법하고 부당한 처분"이라는 취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반년 만에 '이장 신청'이 받아들여 졌습니다.

[연관 기사] “무공훈장 6·25 전사자 아버지, 국립묘지엔 모실 수 없다니…”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4599
[연관 기사] 무공훈장 받은 6·25 전사자, 호국원 안장은 “안 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9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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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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