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답정너' 경찰국에 리더십 상처난 윤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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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행정안전부 장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의 경찰국 논의는 장관의 직접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을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로밖에 이해될 수 없지 않겠냐."
행정안전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견제·통제하기 위해 경찰국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처음 알려진 지난 5월 중순 한 경찰관의 반응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설치를 공식화한 이후 일선 경찰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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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행정안전부 장관 역할을 강화하겠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의 경찰국 논의는 장관의 직접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을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로밖에 이해될 수 없지 않겠냐.”
행정안전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견제·통제하기 위해 경찰국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처음 알려진 지난 5월 중순 한 경찰관의 반응이다. 그때만 해도 이런 반응은 기우일 수 있다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 두 달에 걸쳐 진행된 경찰국 추진 과정을 보면 경찰 일선의 우려에 이유가 없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 설치를 공식화한 이후 일선 경찰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의견 수렴은 ‘답정너’였다. 이미 경찰국 신설을 결정해놓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이 장관 앞에서 대부분의 일선 경찰은 입을 닫았다.
일선 경찰을 대표해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나 전국 경찰서장 회의 등 단체 행동이 이어졌지만, 이 장관은 이를 ‘쿠데타’로 부르며 반발했다. 쿠데타라는 언급까지 나오자 일선 경찰과 이 장관의 대립은 극으로 치달았다.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 장관을 대신해 일선 달래기에 나섰다. 경찰직협과 만나 “중립성 훼손은 없다. 지휘부를 믿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쿠데타 발언 하나에 윤 후보자가 내세운 진정성은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대한민국 경찰은 한가롭게 내부에서 샅바 싸움이나 할 때가 아니다. 인천의 한 빌라에서 벌어진 층간소음 살인 사건 이후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이다. 대장동을 비롯한 각종 권력형 비리 수사는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선 경찰을 다독이며 조직 수습에 앞장서야 할 신임 경찰청장은 취임 하자마자 리더십을 잃은 상태다.
오죽하면 경찰 내부망에 윤 청장을 향해 “나였으면 조직을 위해 청장을 포기한다” “그렇게 청장이 하고 싶냐” 하나 댓글이 달릴 정도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소신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선 앞으로 한 달이 중요하다. 경찰국이 어찌저찌 출범했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국회 차원에서 경찰국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국회가 아닌 윤 청장이 나서서 경찰국 논란에 대한 내부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밖으로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사기를 비롯한 각종 경제 범죄 척결에 나서야 한다.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경찰의 존재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한 번 무너진 윤 청장의 리더십은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회복 불가능할 것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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