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월에서도 정수에서 깔따구 유충 발견..수원·창원 역학조사 결과 '정수 설비 고장' 이유
경남 창원과 경기 수원에 이어 강원 영월에서도 정수 처리가 끝난 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됐다. 정수 설비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난 7월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국 485곳 정수장을 대상으로 위생 관리 실태를 특별점검한 뒤 그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특별점검은 7개 유역 환경청, 유역 수도 지원센터,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합동 점검단이 지자체와 함께 진행했다.
점검 결과 강원 영월의 정수처리 공정이 끝난 쌍용정수장 정수지에서 깔따구 유충이 1마리 발견됐다. 환경부는 “노후화된 소규모 시설에서 정수처리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취수원의 물을 들여온 원수를 포함해 정수 처리 과정에서 유충이 발견됐지만, 정수 과정에서 걸러진 경우는 26곳이었다. 환경부는 “쌍용정수장은 유충이 발견된 즉시 정수지 유입부에 미세차단망을 설치하고, 정수지와 배수지를 청소하는 등 긴급 조치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해당 지역 수돗물에서 유충을 발견했다는 신고는 없었다.
국립 생물자원관이 지난해 11월 낸 ‘국내 깔따구 종류 및 분포현황 조사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깔따구 유충은 전국 거의 모든 하천에서 서식한다. 유충일 때는 물속에 살며 성충은 모기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유충의 몸 색은 흰색, 노란색 등 환경과 먹이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 중 몸색이 붉은색을 띄는 깔다구과 Chironomus속은 4급수 지표종으로 지정돼 있다. 4급수는 어떤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오염된 물을 의미한다. 다만 깔따구가 발견됐다고 해서 더러운 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몸이 빨간색인 깔따구 유충이라고 다 4급수에 사는 것은 아니다”며 “깨끗한 물에 사는 유충도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깔따구 유충의 유해성에 관련해서는 “일부 논문에서 대량 접촉했을 때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실험 논문이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피해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정수장에는 원수를 들여오는 착수정에서 혼화지, 응집지, 침전지, 여과지 등 정수처리 과정이 있다. 이 중 많은 정수장에서 침전지까지는 야외에 개방된 상태로 운영된다.
환경부는 경남 창원에서 깔따구 유충이 정수장 안으로 유입된 경로를 놓고 역학조사를 한 결과 원수에서 깔따구 유충이 유입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는 “방충 설비 미흡으로 정수 공정 내부에 깔따구 성충이 유입되고 정수장 공간 중 개방된 착수정과 침전지 등으로 깔따구 유충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정수장 내부에 깔따구가 날아 들어와 알을 낳았다는 의미다. 경기 수원에서는 창원과 같이 정수 과정에서 유입된 것과 더해 지난 6월30일 폭우 이후 광교저수지에서 흙탕물이 착수정으로 유입돼, 깔따구 유충도 같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환경부는 전국 485개 정수장 중 개선이 시급한 131개 정수장이 방충 설비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정수처리 과정에서 깔따구가 나왔던 26곳 중 정수장 개선 사업 대상지는 5곳이다. 환경부는 “485개 정수장 모두 개선사업이 완료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추가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창원·수원 모두 정수과정에서 깔따구 유충이 제거되지 않고 가정까지 유출된 이유로는 ‘오존투입 설비 고장’을 꼽았다. 고도정수처리장에만 있는 오존·입상 활성탄 공정은 표준정수처리공정으로는 제거할 수 없는 미량 유기물질 등을 제거한다. 창원의 경우 오존 발생기 3대 중 기계 고장, 노후화 등으로 깔따구 유충이 수돗물에서 발견됐을 때 1대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수원에서도 오존투입 설비가 고장 나서 유입된 유충이 사멸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환경부는 깔따구 유충을 먹는 물 수질 감시항목으로 지정해 매일 감시할 예정이다. 또 유충이 정수장 내에서 발생하더라도 가정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정수 마지막 단계에 정밀여과장치도 도입해 유충 유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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