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콘도 '뜬금 탁구대' 사라지고, 쏘카 편도 가능해진다

정진호 입력 2022. 8. 16. 12:42 수정 2022. 8. 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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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첫 업무보고를 마쳤다. 윤 정부에서의 공정위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기업에 대한 과징금 처분 등 처벌은 완화하고, 부담을 줄 수 있는 각종 공시는 주기를 넓힌다.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제는 과감하게 없앤다.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인 민간주도성장과 발 맞추겠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다른 방향이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윤 대통령은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을 독대하고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 정부가 들어선 지 99일이 지났지만, 공정위의 새 사령탑은 아직도 들어서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 임명돼 이미 사표를 제출한 조성욱 공정위원장 대신 윤 부위원장이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이날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집행에 있어 적용 기준과 집행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강화하고, 신속 처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주문했다.


쏘카 편도, 전국 시행 길 열리나


공정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카셰어링 사업자 영업구역 규제 개선 방침을 밝혔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은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데 이어 대대적인 규제 개선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쏘카·그린카 등 대표적인 카셰어링 업체들의 편도 대여 서비스가 활성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셰어링 업체는 렌트카 사업자로 취급돼 영업구역이 지역단위로 구분된다. 쏘카라는 하나의 사업자라고 해도 서울·부산·세종 등 지역별로 단위가 나뉘어 있다. 예컨대 서울에서 차를 빌려 부산에 반납한다면, 해당 차량은 부산에서는 대여가 불가능하다. 서울에 렌트카로 등록돼 있어 이외 지역에서는 돈을 받고 빌려줄 수 없어서다.

카셰어링업체 쏘카의 편도 차량대여 서비스 안내 화면. [쏘카 캡처]

쏘카는 현재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으로만 한정해 편도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편도를 이용해 차량을 타 지역에 반납하면 직원이 직접 가서 다시 ‘쏘카존’으로 이동시키는 식이다. 공정위는 업계로부터 “영업구역 규제로 인해 편도서비스에 제약이 많다. 개선할 경우 전국 단위 편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수렴했다.


숙박시설에 ‘뜬금 탁구대’, 규제 때문


대표적인 관광시설인 온천장이나 콘도에 덩그러니 놓인 탁구장은 이제 볼 일이 없을 수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온천수를 이용하는 목욕 숙박시설(온천장)은 탁구·볼링·배드민턴·롤러스케이트·정구장 등의 오락시설 중 두 종류 이상을 갖춰야 한다. 종종 오래된 숙박시설에 사용하지 않는 탁구장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로 보고 관계부처와의 개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공시 주기·기준 바꿔 기업 부담 던다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에 그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하고, 자료제출 과정에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를 새로 만든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통해 광범위한 자료를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은 기업들로부터 수차례 나온 지적이다. 또 자율적으로 피해를 구제하는 기업에 대해선 과징금을 감면하는 등 처벌보단 구제에 방점을 두겠다는 게 공정위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계획이다. 또 고발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선 그 사유를 의결서에 명시한다.

각종 자료제출 의무가 있는 기업집단 총수 친족의 범위를 좁히는 등 특수관계인 범위 조정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공시제도를 정비한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내부거래나 그룹 관련 변동내용을 분기나 연간으로 공시하게 돼 있는데 시급성이 떨어지는 경우 분기 공시를 연간 공시로 바꿔 기업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내부거래 규모가 50억원 이상이면 공시의무를 부과하는데 이 기준 금액도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처벌 대신 피해구제에 방점


공정위가 가지고 있던 규제 권한 일부는 민간이나 지자체로 이양한다. 분쟁 조정 등 민간 자체적인 분쟁해결 절차를 강화하고, 가맹·대리점법 위반 등 단순 질서위반은 지자체에서 사건 처리가 가능하도록 지자체와 논의한다. 플랫폼에 대해선 자율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는 등 민간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한다. 송상민 공정위 경제정책국장은 “행정제재에만 의존하는 법 집행 시스템으로는 신속한 사건처리도, 효과적 피해구제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공정위의 운영방식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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