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성 살해' 범죄 1년새 16% 급증.. 원인은?
이탈리아에서 최근 1년간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것) 범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적 인식들이 상당 부분 남아있는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악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5일 (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부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8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년 동안 125명의 이탈리아 여성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108명)에 비해 약 16% 증가한 수치다. 평균적으로 3일마다 여성 한 명이 숨지는 셈이다.
이같은 여성 살해 사건들은 주로 연인이나 가족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25건의 살인 사건 중 중 108건은 가족 간 혹은 감정적 맥락에서 자행됐다. 또 이 중에서 63%에 해당하는 68건은 파트너나 전 파트너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선 그간 여성 살해 사건이 빈번히 발생했으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 악화된 추세를 보였다. 2020년 기준으로 젠더 폭력과 스토킹 문제와 관련된 전화 상당 건수는 전년보다 80%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토리노 인근 베나리아에서는 70대 노인이 남편에게 몽둥이로 구타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탈리아에 남아있는 성차별적 인식들이 젠더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여론조사 기관 ‘아스트라 리서치’가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1명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해 폭력으로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응답자 10명 중 4명은 다른 남성과 바람을 피운 여성 파트너의 뺨을 때리는 것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며, 여성 응답자의 20%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3명 중 1명은 파트너가 원하지 않을 때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젠더 폭력이 문제가 되자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여성 보호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페미사이드 방지와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젠더 폭력 근절과 여성 권리 증진을 목표로 한 단체 ‘디퍼렌자 도나’의 엘리사 에르콜리 대표는 가디언에 “(이탈리아에선) 매년 약 100건 이상의 여성살해가 발생하는데, 이는 문명국가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여성 살인 사건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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