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 '담대한 대북 구상'..제재 섣불리 허물어선 안 된다

기자 입력 2022. 8. 16. 11:40 수정 2022. 8. 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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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대북 구상'은, 비핵화 시 대규모 식량 지원과 발전·송배전 인프라 구축, 항만·공항 현대화, 병원과 의료 인프라 지원, 국제 투자·금융 지원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일괄 지원하겠다는 대북 청사진 제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이란 조건만 달았을 뿐 북한의 비핵화 단계 및 지원의 순서(시퀀싱)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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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대북 구상’은, 비핵화 시 대규모 식량 지원과 발전·송배전 인프라 구축, 항만·공항 현대화, 병원과 의료 인프라 지원, 국제 투자·금융 지원 등 북한이 원하는 것을 일괄 지원하겠다는 대북 청사진 제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이란 조건만 달았을 뿐 북한의 비핵화 단계 및 지원의 순서(시퀀싱)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브리핑은 제재 완화를 대화 유인의 수단쯤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우선,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먼저 경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기만 해도 반대급부를 주겠다는 것으로, 그간 협상 때 견지된 ‘행동 대 행동’ 원칙에서 이탈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더 심각한 것은 핵 협상 진행 시 ‘한반도 자원 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부분이다. 1990년대 유엔의 ‘오일 포 푸드 프로그램’을 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10개 대북 제재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북한 광물 수출 금지는 유엔 대북 제재 제2270·2371·2397호의 핵심으로, 김정은이 하노이 미·북 회담 때 영변 핵시설 폐기 대가로 해제를 요구한 바 있다. 윤 정부는 북한이 협상에 나와 비핵화 시늉만 해도 제재 무력화에 나서겠다는 뜻인가.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5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안보리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대북 제재는 생각도 말라는 신호다. 윤 정부가 여기에 장단을 맞춰 제재 무력화에 나서면 북핵 폐기는 더 멀어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거짓말에 속아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한 결과 지난 5년간 유엔 대북 제재는 너덜너덜해졌다. 제재는 한번 완화되면 다시 강화하기 어렵다. 미국이 안보리 대북 제재에 더해 독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제재가 평화적으로 핵 폐기를 이끌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윤 정부가 지금 할 일은 섣부른 제재 완화가 아니라 북핵 폐기를 위한 자유 진영과의 제재 연대 강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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