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거장 당타이손 "고난·역경은 예술가 숙명"

2022. 8. 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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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가장 쇼팽다운 연주자'.

1980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국제 콩쿠르에 등장한 스물두 살의 베트남 청년 당타이손은 세계를 놀라게 한 연주자다.

당타이손은 "전쟁 중이던 베트남에선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자료들이 전무했지만, 쇼팽에 관해서 만큼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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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자, 3년만에 내한무대
유년기 쇼팽음악 가득 채워
온몸으로 전쟁 겪은 베트남
쇼팽과 나는 감정적 공통점

‘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가장 쇼팽다운 연주자’. 베트남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당타이손(64·사진)을 따라다니는 수사는 많다. 1980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국제 콩쿠르에 등장한 스물두 살의 베트남 청년 당타이손은 세계를 놀라게 한 연주자다. 온몸으로 전쟁을 겪은 유년시절, 종이 위에 건반을 그려 피아노를 공부했던 그는 ‘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당타이손은 ‘최초’의 수식어를 넘어 ‘혁명의 아이콘’이자, ‘역사의 시작’이었다.

3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 당타이손은 내한을 앞두고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관객과 만날 수 없었던 지난 2년 반의 시간으로 인해 지금 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무대를 갈망하고 있다”며 “기쁨과 기대에 찬 마음으로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 공연(8월 16일 춘천문화예술회관, 19일 통영국제음악당,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당타이손은 라벨, 드뷔시를 비롯해 쇼팽의 ‘폴로네이즈’, ‘왈츠’, ‘마주르카’ 등을 연주한다.

“내가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드러내기 가장 좋은 프로그램으로 준비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내게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다가옵니다.”

당타이손의 음악세계에 있어 쇼팽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곡가다. 그는 쇼팽을 “매우 운명적으로 연결”된 음악가로 꼽는다. 당타이손은 “전쟁 중이던 베트남에선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자료들이 전무했지만, 쇼팽에 관해서 만큼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시절 당타이손을 채운 것은 온통 쇼팽이었다. 그는 “내 피에 흐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쇼팽의 음악을 들었다”며 “이는 나의 유년시절을 가득 채우고 음악적 성장을 도왔다”고 말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쇼팽과 함께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당타이손은 하노이 음악원을 방문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이작 카츠에게 발탁돼 1977년 러시아에서 유학하게 된다.

“쇼팽이 살아 생전 겪었던 고난과 역경, 조국에 대한 향수.... 우리 둘 다 조국이 어려움을 겪은 시기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의 음악적인 감각과 아름다움은 내겐 무척 개인적으로 다가오며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쇼팽의 음악은 머리와 의도로만 연주할 수는 없어요. 쇼팽의 음악은 감정과 감성으로 완성되니까요.”

전쟁의 시대를 관통하며 걸어온 가시밭길은 그의 음악적 성찰을 이룬 피와 살이었다. 그는 “전쟁에 대한 경험과 정글에서의 피난 기간 동안 사람들과 아주 가까이 서로가 서로를 의존하는 인류애와 거대한 자연 그 자체를 겪고 배웠다”며 “예술가가 되기 위한 내면을 어린시절에 이미 충분히 쌓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생에 있어 고난과 역경이란 예술가에게 꼭 필요한 거예요.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는 건, 관객과 나눌 것이 있어야 하고 종종 그 감정과 생각하고 상상할 만한 그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죠. 인생과 예술에 있어 누구나 무엇이든 그 대가를 치룰 수 밖에 없어요. 삶의 어려움은 괴롭고 심각한 음악을 연주할 때 큰 도움이 돼요. 눈물은 감각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예술성을 더 깊게 해줍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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