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탈원전 폐기 출발점은 '인적 청산'

기자 2022. 8. 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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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한전 적자 상반기 14兆 연말 30兆

산업부 탈원전 몽니가 빚은 재앙

눌러 놓은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

감당 가능한 ‘에너지 믹스’ 복구

태양광·풍력 보조금 대폭 내리고

한전 등 CEO 전문가로 바꿔야

한전이 올 상반기에 14조303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연말에는 적자가 30조 원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현실로 굳어가는 셈이다. 최악의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한전을 살려내는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 물론 한전이 좋아서가 아니다. 자칫하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이 통째로 무너질 수 있는 위기는 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구입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중개상이다. 그런데 지난 상반기에는 킬로와트시당 169.3원에 구입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110.4원에 팔았다. 전력구매단가(SMP)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뛰었는데 판매단가는 5년 동안 꽁꽁 묶어 놓은 결과다. 탈원전과 전기요금은 무관하다고 우겼던 산업통상자원부의 어처구니없는 몽니가 만들어낸 재앙이다.

물론 겉으로는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이 적자의 원인으로 보인다. 그런데 LNG·석탄의 가격 상승 충격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킨 진짜 원인은 ‘탈원전’이었다. 단가가 가장 낮은 원전·석탄의 발전 비중을 줄이고, 단가가 가장 높은 LNG와 각종 보조금을 줘야 하는 태양광·풍력을 무차별로 투입하게 만든 탈원전을 탓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부에서 원전을 줄이지 않았다는 탈원전주의자들의 주장은 소가 들어도 웃을 수밖에 없는 억지다. 지난 5년 동안의 탈원전으로 사라진 원전 설비의 규모가 무려 7.27GW에 이른다는 것이 진실이다.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서 멀쩡한 월성 1호기를 불법으로 폐로시켰고,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억지로 지연시켰으며, 격납건물의 공극을 핑계로 한빛 4호기를 5년 동안 세워 놨다. 가동 중인 원전들도 유지·보수를 핑계로 가동을 중단시켜 가동률이 70%까지 떨어졌었다. 건설 자체를 백지화시킨 설비도 8.4GW나 된다.

망국적인 탈원전을 확실하게 폐지하고,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를 복구해야 한다. 지난 정부가 공사를 지연시켰던 원전의 완공을 서두르고, 원전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원전 안전에는 한 치의 틈도 용납할 수 없다. 불안에 떨 이유가 없다. 우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자랑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불법으로 중단시킨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도 서둘러 재개해야 한다.

탈원전을 정당화하겠다고 5년 동안 억지로 눌러 놨던 전기 요금의 현실화도 피할 수 없다. 물론 한전이 요구하는 킬로와트시당 50원 인상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물가를 핑계로 전기 요금 인상을 마냥 미루는 게 능사일 수는 없다. 현재의 어려움을 미래로 떠넘기면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지게 된다. 지난 5년간 뼈아프게 경험했던 일이다. 전기 요금 인상이 전력 소비 감축의 가장 확실한 정책 수단이란 사실도 중요하다.

한전의 전력 구매 단가를 끌어내리는 노력도 절실하다. 태양광·풍력 사업자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다. 한전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공급 비율도 하향 조정해야 한다. SMP 상한제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민간 LNG 발전사만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는 없다. 태양광·풍력 사업자와 민간 LNG 발전사도 국민과 함께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의 즉각적인 경영진 교체도 시급하다. 이사회가 현재의 경영진에게 최악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 한시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임기를 따질 상황도 아니다. 배임의 책임도 무겁게 물어야 한다. 한전 직원들도 고강도 자구책의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최고의 경영 능력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 첨단 산업으로 변해 버린 에너지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높은 수준의 윤리성도 무시할 수 없다. 권력 핵심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난 100일 동안의 참혹한 인사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절대 안 된다. 산업부의 퇴물을 재활용하는 비뚤어진 관행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탈원전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 에너지정책’의 홍보를 탈원전 선동가들에게 맡기는 나사 빠진 산업부도 개편해야 한다. 한시가 급하다.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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