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SK 집중 투자, 핸드볼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김세훈의 스포츠IN]
한국 핸드볼은 지난주 오랜 만에 낭보를 전했다. 18세 이하 여자 대표팀이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것이다.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에서 비유럽 국가가 우승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핸드볼은 전통적으로 유럽이 강세였다. 유럽은 큰 체구와 강한 힘으로 세계를 호령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유럽팀은 한국보다 평균 5~8㎝ 컸다. 이런 팀들을 한국은 8차례나 완파했다. 한국 여고생들은 빨랐고 단단했으며 아기자기하면서도 거칠었다.
한국 여고생들이 세계를 제패한 비결은 무엇일까. 대표팀 주축선수는 2019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가 지도자들 반대 속에서도 강행한 ‘핸드볼 아카데미 우수선수 선발사업’ 1기 멤버다. 세계대회 최우수선수(MVP) 김민서(황지정보산업고), 이혜원(대구체육고), 임서영(인천비즈니스고)은 중학교 시절 유럽에 한달 동안 연수를 다녀왔다. 우승멤버 18명 중 10명 정도가 사업 수혜자들이다. 중학생 시절, 이들은 파워풀한 유럽을 경험하면서 살길을 찾았다. 그게 빠르고 아기자기하며 촘촘한 플레이, 당찬 몸싸움과 저돌적인 돌파였다. 이번에 한국 여고생들이 보여준 플레이가 그랬다.
한국 핸드볼은 지난 10여년 내리막길이다. 여자대표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 동메달을 따낸 뒤 부진하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에 자리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최근 10여년간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은 2009년 6위. 2021년 대회에는 14위에 그쳤다.
남자대표팀은 더 못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은메달 이후 성적은 추락하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조별리그에서 미끄러졌고 2016년 리우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은 출전조차 못했다. 지난달 남자주니어(20세 이하)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 5위에 머물렀다. 디펜딩 챔피언 위용은 사라졌고 상위 4개국에 주어지는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도 따지 못했다.
SK그룹은 10여년 동안 핸드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왜 성인팀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건 실업팀과 대학팀이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한 채 기량 발전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여자대학팀은 한국체대 한곳이다. 세계대회 우승멤버라고 해도 대학에 들어가면 실력을 끌어올리기 힘든 환경이다. 남녀 성인팀이 출전하는 핸드볼코리아리그는 11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성인대표팀 성적이 곤두박질하는 게 이상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기와 인지도에 비해 높은 연봉, SK가 제공하는 풍족함 속에 안주하는 선수와 지도자, 남녀실업팀 14개 중 11개를 차지하는 공사·지자체팀의 안일함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핸드볼은 2023~2024시즌 프로화를 선언했다. 지금은 실업리그다. 그런데 모든 선수가 핸드볼만 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금도 프로나 마찬가지다. SK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해도 선수, 지도자, 실업팀이 안일하면 한국 핸드볼은 재기할 수 없다. 핸드볼을 대하는 선수, 지도자, 팀의 정신자세가 관건이다. 그게 옳바르면 작은 한국도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걸 여고생들이 증명했다. 핸드볼을 진지하게 대한 여고생들 앞에 언니, 오빠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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