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우아한 곳보다 의아한 곳.. 남들 안하는 '빡센 여행' 흥했다
디자인 회사 인턴 마친 뒤 '두려울 것 없이' 활동
세계서 가장 추운 곳·쓰레기 쌓인 산 찾아가거나
친숙한 지역에선 멧돼지 사냥 등 '이색체험' 도전
힘들고 어려운 여정에 "현실·공감·독보적" 호응
"국내 여행 유튜브계는 이 사람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유명하고 근사한 관광지에서의 우아한 여행 일색이던 기존 여행 콘텐츠와 달리 세계 구석구석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가 "힘들고 어렵고 X신같이 여행하는" 콘텐츠로 독보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이 사람. 여행 콘텐츠의 성공 법칙을 바꾸며 '여행 유튜브계의 혁명가'로 불리고 있는 이 사람은 바로, 유튜버 '빠니보틀'(본명 박재한)이다.
디자인 회사 인턴 생활을 하며 평범하고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다 인턴기간 종료와 함께 백수가 된 그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으니 두려울 것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유튜버의 길에 들어섰다. 2017년 인도 여행 중 기차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을 때 들려오던 한 상인의 외침, "빠니보틀 빠니보틀~"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기에 힌디어로 '물병'을 뜻하는 '빠니보틀'을 활동명으로 정했다.
2015년부터 드문드문 여행 영상을 게재하며 활동에 시동을 걸었고,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세계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그는 130만 명 구독자를 거느린 국내 최고 인기 여행 유튜버가 됐다. 국내 여행 유튜버 중 유일하게 구독자 100만 명을 넘긴 '골드 버튼' 유튜버기도 하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그의 채널 '빠니보틀'은 2019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434일 동안 약 40개국을 돌며 제작한 '유라시아 대륙 여행' 시리즈를 선보이면서부터 구독자 수가 급증했다. 특히 인도에서의 기차 여행을 담은 영상('인도 기차 1등 칸 vs. 중간 칸 vs. 꼴등 칸 타보기')이 큰 인기몰이했고, 2020년 11월까지 구독자 50만 명을 끌어모았다. 이후 코로나19의 여파로 휴식기를 가지며 국내 여행 콘텐츠를 선보이던 그는 2021년 8월 '아메리카 대륙 여행' 시리즈를 기획하며 세계 여행을 재개, 다시 한번 폭발적 반응을 끌어내며 같은 해 10월 100만 명의 고지를 넘겼다. 현재 구독자 수는 130만 명, 260여 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2억 8300만 회에 이른다. 최근 게재한 30개 영상의 평균 조회 수가 120만 회에 달해 구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채널로 평가받는다.
빠니보틀은 어떤 매력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여행 유튜브계의 일인자로 떠올랐을까.
무엇보다 그가 찾아가는 세계 곳곳의 여행지들은 참으로 생소해 눈길을 끈다. '유명 관광지 인증 사진용 여행'에 비판적인 그는 여행안내 책자에 나오는 '반드시 둘러봐야 할 관광 명소' 대신 '살아생전에 가볼까 싶은 곳'을 들리거나 '살아생전에 해볼까 싶은 체험'을 즐겨한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춥다는 러시아의 오이먀콘,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 이집트의 만시야트 나세르,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콜롬비아의 산타크루즈 등 세상에 저런 곳이 있구나 싶은 장소들로 여행을 떠난다. 잘 알려진 친숙한 여행지에서는 현지인들이나 해볼 법한 독특한 문화 체험을 한다. 미국 텍사스에서는 멧돼지 사냥을, 에스토니아에서는 수중 폐허 체험을 하는 식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 도전적이고 색다른 여행으로 시청자들의 대리체험 욕구를 제대로 만족시켜주고 있다.
또 다른 인기 비결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는 "홀로 외롭게, 돈 없이 힘들게 다니는 그의 '빡센 여행'이 큰 공감과 대리만족을 끌어내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초저가 여행을 선호하는 그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장 싼 숙소나 이동 수단을 택하고, 끼니도 대충 과자로 때우거나 값싼 식당에서 해결한다. '불행의 아이콘'이기도 한 그에게 음식을 잘 못 먹어 탈이 나거나 사기꾼에게 당하고 여행 계획이 틀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멋지고 좋은 모습보다 초췌하고 힘든 모습을 더 자주 영상에 담는 그에게 구독자들은 "(KBS 여행 다큐멘터리)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절망 편을 보는 것 같다"라는 우스갯소리를 건네며 지극히 현실적이고 솔직한 모습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는 평을 남긴다.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재미를 추구하는 그의 소신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자신을 '관종병(관심종자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막상 그의 영상들은 '관종병'과는 거리가 멀다. 결코, 재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지 않는다. 화려한 특수효과 하나 없는 그의 영상들은 여행지에서 찍어온 날것 그대로의 영상을 적당히 이어 붙인 수준임에도 특유의 재치있는 언변과 유머 코드 가득한 자막으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잔잔하고 편안한 매력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 없이도 충분히 많은 사랑과 주목을 받는 유튜버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올해 초 "여행이 더 이상 재미있지 않다"라는 폭탄선언과 함께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음을 고백하고 잠시 활동을 쉬어가겠다고 밝힌 빠니보틀. 그가 기획·제작한 웹 예능 '좋소좋소좋소기업(좋좋소)'가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있을 때도 "여행 유튜버는 내 천직"이라고 말하며 곧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던 그였기에 그의 활동 중단 선언은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럼에도 "예전 영상들을 재탕, 삼탕하면서 기다리겠다"라며 그를 마냥 지지하고 응원해준 구독자들 덕분일까. 그는 지난달 방송인 노홍철과 함께한 '발트해 주변국 여행' 시리즈를 공개하며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 모두를 안심시켰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돌아온 그가 또 어떤 낯선 곳들로 '랜선 여행가'들을 이끌지, 또 어떤 매력 있는 곳들을 편견 없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소개할지, 앞으로의 활동에도 기대가 크다.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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