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행동주의 로브가 찍은 디즈니..과연 ESPN 떼낼까

이정훈 2022. 8. 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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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로브가 이끄는 서드포인트, 디즈니 주식 10억달러 취득
ESPN 분사, 훌루·디즈니+ 통합, 이사회 재편 등 공개 요구
"의견 환영한다"는 디즈니 "현 이사회 전문성 탁월" 선 긋기
2년 전 취득 때도 주가 급등 경험..ESPN 분사 놓고는 이견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월가를 대표하는 행동주의 투자자인 대니얼 로브가 이끌고 있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1년 만에 다시 디즈니(DIS) 주식을 사들이며 스포츠 네트워크인 ESPN 분사와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증가와 요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ESPN을 분사하는 것이 디즈니에 도움이 될 지, 현실적으로 분사가 가능할 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향후 회사와 로브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오르내릴 전망이다.

대니얼 로브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서드포인트는 이날 자신들이 디즈니 주식을 10억달러(원화 약 1조3120억원) 어치 신규로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뉴욕 주식시장에서 디즈니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2.21% 오른 124.2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지분 매입에 따른 요구 사항도 곧바로 공개됐다. 이날 로브 CEO는 밥 채펙 디즈니 CEO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디즈니에 상당한 잉여현금흐름(FCF)을 제공하고 있는 ESPN 사업을 떼 낼 만한 강한 이유가 있다”며 디즈니에서 ESPN을 분사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ESPN이 디즈니의 일부로 남아있는 한 스포츠 베팅과 같은 사업을 추구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과거 2015년에 이커머스업체인 이베이가 지급결제부문인 페이팔을 분사한 뒤로도 계약을 맺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을 보면 ESPN도 이런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디즈니는 페이TV 사업자들에게 ESPN을 케이블 패키지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하면서 ESPN과 ESPN2 채널을 묶어 ESPN+라는 자체 스트리밍으로도 매달 9.99달러를 받고 있다.

특히 ESPN+는 디즈니+ 중에서도 가장 강한 성장성을 보이는 부문으로, 지난 2분기에만 구독자가 무려 53%나 늘어나 디즈니+ 전체의 `구독자수 서프라이즈`를 주도했었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ESPN+는 소비지출 둔화 우려가 큰 와중에서도 지난달 월정액을 6.99달러에서 단 번에 역대 최대인 43%나 인상하기도 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의 디즈니 주가 추이

로브 CEO는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훌루 지분 전량을 취득해 디즈니+와 통합하라고도 했다. 디즈니는 현재 훌루 지분 67%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33% 지분을 가진 컴캐스트로부터 2024년까지 추가로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바 있다. 로브 CEO는 이 시점을 앞당기라고 요구하는 것. 그는 서한에서 “훌루 잔여 지분을 미리 사는데 조금 더 프리미엄을 지급하더라도 디즈니가 통합을 가속화하는 것이 우선사항이 돼야 한다”며 “약속한 시한이 앞으로 18개월 남아있지만, 그 이전에 지분 매입을 고려하길 희망한다”고 썼다.

그밖에도 서드포인트는 구체적인 인물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부분 교체와 비용 절감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디즈니 측은 “우리는 어떤 투자자의 의견도 환영한다”면서도 “디즈니는 그동안 사업 전반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왔고,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확인했듯이 세계적 수준의 스토리텔링과 독창적이면서도 가치있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 생태계를 바탕으로 강력한 재무 성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적이고 경험 많은 현 이사진도 탁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며 선을 긋는 듯한 발언도 첨언했다.

이 같은 서드포인트의 주식 매입으로 디즈니 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와중에서도 향후 ESPN 분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도 나오고 있다.

주요 스트리밍 업체별 구독자수 비교

실제 로브 CEO는 앞서 디즈니가 디즈니+를 출범한 직후인 2020년 5월에 디즈니 주식을 9억달러 이상 매입한 뒤 “스트리밍사업에 더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했었다. 당시 디즈니 주가는 2년도 채 안돼 70% 이상 급등했고, 이후 로브 CEO는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한 바 있다.

디즈니 주가는 6월 저점을 찍은 뒤 비교적 큰 폭의 반등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올 들어 20% 하락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 저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같은 기간 주가 수익률(-58%)보다는 크게 양호한 편이다.

다만 ESPN 분사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ESPN는 ESPN+라는 스트리밍뿐 아니라 케이블 방송에서도 디즈니 실적을 주도하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실제 2분기 실적에서도 ESPN 호조 덕에 디즈니는 케이블 네트워크분야에서도 72억달러 매출과 25억달러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스트리밍부문에서의 손실을 상쇄시켰다.

이렇다 보니 리처드 그린필드 라이트셰드파트너스 창업주는 “디즈니는 ESPN이 창출하는 잉여현금흐름을 통해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ESPN은 디즈니가 보유한 ABC 방송과 인력이나 콘텐츠 라이선스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분사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점쳤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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