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km 밖 화성에서 온 운석..'블랙뷰티'의 고향을 찾아냈다

곽노필 2022. 8. 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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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하라사막서 발견한 '블랙뷰티'
9400만개 충돌구 중 특성 같은 곳 확인
15억년전 생성 뒤 수백만년전 튕겨 나와
2011년 모로코 지역의 사하라사막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 ‘블랙뷰티’. 위키미디어 코먼스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화성은 지구로부터 가깝게는 5600만㎞, 멀게는 4억㎞ 떨어져 태양을 돈다. 지구에서 평균 2억2500만㎞ 떨어져 있는 그 화성에 수백만년 전 거대한 소행성 하나가 충돌했다. 이 충격으로 화성 표면의 암석 덩어리들이 우주로 튕겨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수억 ㎞를 날아 지구의 아프리카대륙 북서쪽 모로코의 서사하라사막 지대로 떨어졌다. 사막 모래에 묻혀 있다 2011년 누군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암석은 미국인 운석 수집가의 손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갔다.

지구인들은 이 암석에 발견 지역의 이름을 딴 ‘NWA 7034’(Northwest Africa 7034)라는 공식 명칭과 함께 ‘블랙 뷰티’(Black Beauty)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광채가 나는 검은색의 블랙뷰티는 320g의 큰 암석과 한 쌍의 작은 돌로 이뤄진 세트다. 과학자들이 연대측정을 한 결과 블랙뷰티는 지구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오스트레일리아 커틴대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이 운석이 화성의 어디에서 날아온 것인지 확인해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운석의 고향은 수많은 충돌구들이 몰려 있는 화성 남반구 고지대 테라 시메리아-시레눔(Terra Cimmeria-Sirenum) 북동부 지역의 한 충돌구다. 2004년 화성 로봇탐사차 스피릿이 착륙한 지역에서 가깝다. 연구를 이끈 앤서니 라게인 교수(행성과학)는 “지구에 있는 화성 표본의 지질학적 맥락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화성 운석 ‘블랙뷰티’의 고향인 카라타 충돌구.

45억년 전 화성 초기 물질 간직

블랙뷰티 운석에는 44억8천만년 전의 화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44억8천만년은 화성의 탄생 시점에서 불과 5천만년이 지났을 때다. 따라서 이 운석의 고향을 확인하는 것은 화성의 초기 역사를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라게인 교수는 “이 독특한 화성 운석의 고향으로 확인한 지역은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의 초기 환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진실의 창”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구는 지각판의 이동과 침식 등으로 초기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은 300개 안팎이다. 블랙뷰티는 이 가운데 유일한 각력암이다. 각력암은 작고 모난 입자들이 모여서 굳은 퇴적암을 말한다. 풍화나 침식, 단층의 파괴나 화산 폭발 등에 의해 생성된다. 따라서 한 가지 유형의 암석만으로 구성된 다른 화성 운석과 달리 여러 유형의 암석 조각들이 결합돼 있다.

운석에 있는 지르콘 결정은 44억5천만년 전에 받은 엄청난 충격의 산물이다. 과학자들은 운석에 있는 물질의 상태로 보아 적어도 3번의 충돌 사건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바로 여기다.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의 분석을 토대로 찾아낸 화성 운석 ‘블랙뷰티’의 고향. 애리조나대 제공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로 일일이 분석

그러나 화성에 있는 지름 25미터 이상의 크고 작은 충돌구 9400만개 중에서 이 운석의 고향을 추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연구진은 특별히 개발한 알고리즘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각 충돌구 크기와 위치를 분석했다.

우선 화성정찰궤도선(MRO)이 찍은 충돌구 사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작은 충돌구는 폭이 3㎞가 넘고 형성 시기가 1천만년 이내인 대형 충돌구에 주로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은 충돌구들이 규모가 큰 1차 충돌의 여파로 만들어진 2차 충돌구일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충돌로 생겨난 파편을 우주로 보낼 수 있을 정도로 큰 충돌구 19개를 블랙뷰티 운석의 고향 후보로 1차 선별했다. 이어 각 충돌구와 블랙뷰티의 물리, 화학적 특성을 비교한 끝에 정확히 일치하는 한 곳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충돌구에는 ‘블랙 뷰티’와 똑같이 토륨과 칼륨이 풍부했다. 충돌구의 자기도 운석과 비슷했다.

연구진은 이 충돌구에 ‘카라타’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라타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것 가운데 하나로 추정되는 암석(35억년 전)이 발견된 지역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시 이름이다.

가운데는 쿠지라트 충돌구, 오른쪽 위는 댐피어 충돌구와 그 안에 형성된 카라타 충돌구.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암석형 행성 초기 역사 규명에 희망

연구진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블랙뷰티의 뿌리는 고대 화성의 노아키아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약 41억년 전~37억년 전에 해당하는 이 시기의 화성은 대기도 있었고 비가 내릴 만큼 따뜻했으며 따라서 호수와 강, 바다가 있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이번 연구를 함께한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당시의 화성은 오늘날의 아이슬란드와 비슷한 지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소행성과의 충돌이 아주 잦았다.

그 중 한 소행성이 테라 시메리아-시레눔 지역에 충돌해 폭 25㎞의 댐피어 충돌구를 만들었다. 이어 15억년 전 또 다른 소행성이 댐피어 충돌구 근처에 떨어지면서 폭 40㎞의 쿠지라트 충돌구를 만들었다. 이때 엄청난 충격의 여파로 분출물이 인근 댐피어 충돌구까지 뒤덮었다. 분출물은 세월이 흐르면서 암석으로 굳었다. 블랙뷰티의 원형이 되는 암석이 이때 생겼다.

화성 운석 ‘블랙뷰티’의 생성에서 분출까지의 과정. 애리조나대 제공

이어 500만~1천만년 전 세번째 소행성 충돌이 일어났다. 이 충돌은 지름 10㎞의 카라타 충돌구를 남겼다. 그 여파로 블랙뷰티를 비롯한 많은 파편이 화성에서 튕겨져 나와 우주 방랑을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블랙뷰티의 고향을 찾는 데 사용한 알고리즘을 수성이나 달 등 태양계 다른 천체들의 비밀을 푸는 데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또 카라타 충돌구가 화성은 물론 지구를 포함한 암석형 행성의 초기 수천만년의 역사를 규명하는 미래 화성 탐사에서 매우 이상적인 착륙 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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