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이 알려주는 산악사고 막는 법 '2006년 설악산 장수대 폭우'

글·사진 박용환 설악산국립공원 백담분소장 2022. 8. 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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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장수대 일대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부서진 사례가 있다.

장수대휴게소가 침수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조대원들이 고생한다고 삶은 달걀을 건네준 휴게소 사장님, 고립된 버스 안의 아이에게 분유와 주먹밥을 전달해 준 장수대분소 직원들, 위험한 흙탕물 계곡을 건너 로프를 설치해 탐방객을 구조하는 재난안전팀원, 도로 유실 및 시설물을 응급 복구하는 직원들, 수해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그 어려운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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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465mm 물폭탄..계곡 건널 땐 상류로 대피해야
난장판이 된 한계천을 따라 대피하는 야영객과 이들을 돕는 국립공원 직원들. 가운데 갈색옷을 입은 이가 김일산 소장이다.

설악산 장수대 일대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부서진 사례가 있다. 2006년 7월 중순, 사흘 동안 465㎜의 물 폭탄을 쏟아 부은 태풍 에위니아가 주인공이다. 오색약수터, 설악동, 장수대, 백담 지역 등 설악산 전체를 강타했다. 호우는 장수대 주변 야영장의 야영객 100여 명을 한순간에 수재민으로 만들었다.

한계령 도로가 끊어져 여기저기 침수된 차량과 계곡에 잠긴 승합차가 떠내려가고, 떨어진 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집과 농경지가 수해를 입어서 마치 전쟁이 닥친 것 같았다.

당시 필자는 고립된 야영객 구조에 나섰다. 정상적으로 도로가 있었다면 차량으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6시간 만에 도착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범람하는 흙탕물 계곡과 산을 넘어 어렵게 장수대 야영장에 닿았다.

폭격을 맞은 듯 태풍에 부서진 장수대 지구의 인가.

평소 10분 거리, 6시간 걸려…100여 명 구조

이후 고립된 100여 명의 야영객을 안전한 곳까지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은 설악산 역사상 하루에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기록이었다. 당시 위험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현장 지휘를 한 설악산국립공원 고故 김일산 소장님의 리더십과 설악산 재난안전팀의 구조 활동이 인명 피해를 줄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장수대휴게소가 침수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구조대원들이 고생한다고 삶은 달걀을 건네준 휴게소 사장님, 고립된 버스 안의 아이에게 분유와 주먹밥을 전달해 준 장수대분소 직원들, 위험한 흙탕물 계곡을 건너 로프를 설치해 탐방객을 구조하는 재난안전팀원, 도로 유실 및 시설물을 응급 복구하는 직원들, 수해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그 어려운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조금씩 남아 있는 수해 흔적을 보면 당시 흙탕물 속에서 뿌리째 떠내려 오는 나무를 피해 다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연 강수량의 60%가 집중되고 태풍·집중 호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올 여름은 지난해보다 이른 더위와 함께 집중호우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장기 산행이나 산자락에서 야영을 계획하고 있다면 날씨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산행 전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장수대야영장에 고립되었던 야영객들이 국립공원 직원들의 도움으로 대피하고 있다

낙뢰 치면 움푹 파인 안부나 골짜기로

한여름 산행은 기상 이변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낙뢰가 칠 경우, 몸을 최대한 낮추고 능선이나 커다란 나무와 바위 능선은 피하고 저지대나 움푹 파인 안부나 골짜기로 대피해야 한다. 이때 스틱이나 안테나 같은 길고 뾰족한 물체는 낙뢰 시 매우 위험하니 몸에서 멀리 분리해야 한다.

맑고 무더운 날에도 산에서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배낭커버, 방수방풍 가능한 옷은 반드시 준비해 저체온증, 조난 등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겨울에 사용하는 스패츠는 등산화 안으로 스며드는 빗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갑작스러운 폭우 시 계곡을 지나갈 때는 상류 쪽의 사면을 따라 능선으로 피하고 범람할 위험이 있는 계곡을 피해서 하산해야 한다. 계곡을 횡단해야 할 상황이라면 상류 쪽의 수량이 최대한 적은 곳으로 이동 로프를 사선으로 확보한 뒤 물길을 건너야 한다.

위험 지역에서는 혼자 산행하는 것보다는 두 명 이상 그룹으로 움직여 위기에 대처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무덥고 습한 날씨에 음식의 변질을 방지하려면 보관이 쉽고 간편한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행은 대자연과 나 자신이 오롯이 마주해 호흡하고 자연에서 배우고 함께하는 것이기에 문명의 이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준비해 항상 안전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도로가 붕괴되어 차량 통행은 물론 사람의 이동도 어렵게 된 장수대휴게소 앞 도로. 폭우가 쏟아지는 위험한 상황이라 사진 상태가 좋지 않다.

월간산 2022년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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