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대선 루토 부통령 勝..야당 지도자 패배에 '대혼란'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일주일 전 치러진 케냐 대통령 선거 결과 윌리엄 루토(55) 현 부통령이 승리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했다. 그러나 선거관리 위원 7명 중 4명은 결과에 반발, 결과 조작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염원해온 시민들도 거리로 나와 분노를 표출, 전역이 혼란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50.49% 득표…오딩가 48.95% 그쳐
AFP 통신에 따르면15일(현지시간) 케냐 독립선거위원회(IEBC) 와풀라 체부카티 위원장은 지난 9일 실시한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루토 부통령이 718만 표(50.49%) 득표했다고 밝혔다.
상대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77) 전 총리는 694만 표(48.85%)를 받아 근소 차로 패배했다고 체부카티 위원장은 전했다.
체쿠바티 위원장은 "나는 협박과 괴롭힘에도 이 자리에서 이 땅의 법에 따른 내 의무를 다하는 바"라며 "루토 윌리엄 사모이가 적법하게 대통령으로 선출됐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루토 당선인은 부유한 사업가 출신으로, 2013년 들어선 우후루 케냐타 정부의 부통령을 맡고 있다. 이번 선거 구도를 자신처럼 평범한 '허슬러(열심히 일해 돈 버는 사람)'와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케냐를 통치해온 '왕조들' 간 대결로 끌고 가 표심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토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케냐인을 위해 일할 것"이라며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고, 모두를 동등하게 섬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건 당신의 정부, 케냐인의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케냐 사회는 다시 혼란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두 동강 난 '민심'…선관위도 '내분'
오딩가를 지지해온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돌을 던지고 선거 결과 조작에 항의했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시키는 소요 사태도 일어났다.
특히 오딩가의 인기가 높은 나이로비 슬럼가에서 반발이 크다.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에마뉘엘 오티에노는 AFP에 "바바(스와힐리어로 '아버지', 오딩가를 부르는 애칭)의 투표권이 도용됐다"고 말했다.
오딩가 지지 현수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엘리우드 오몰로는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라. 우리는 바바가 이겼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반면, 루토 당선인을 지지하는 엘도레트 등 지역은 축제 분위기라고 AFP는 전했다. 선거 결과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라반 케터는 오딩가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의 평결을 받아들여달라"며 "평화를 지키고 승자를 받아들여 나라를 전진시키자"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치열한 부족 간 대립이 격렬해져 온 데다, 선거 결과가 박빙으로 치달은 만큼 한동안 케냐 전역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IEBC 내에서도 선거관리위원 7명 중 4명이 결과에 반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고 AFP는 전했다. 줄리아나 체체라 IEBC 부위원장은 선거결과 발표 직전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개표 과정이 불투명했다"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패배한 오딩가 전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대법원에서 다툴 것으로 예상돼 실제 새 대통령 취임까지는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이 5수째 대권 도전이었던 오딩가 전 총리는 2017년 대선 때도 이의를 제기해 대법원에서 아프리카 역사상 처음으로 선거 결과 무효를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10월 재투표에서 결국 케냐타 현 대통령이 이겼다.
오딩가 전 총리는 케냐타 현 정부 취임 전인 2008~2013년 총리를 지냈으며, 야당 지도자로서 '정권 교체'를 내세워 높은 당선 기대감으로 이번 선거에 임해왔다.
한편 지난 9일 케냐 47개 주 전역에서 실시된 이번 대선에는 등록 유권자 2200만 명 중 약 65%가 참여해 지난 2017년 대선 78%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심각한 생계난과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 등으로 케냐 청년들은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환멸을 비난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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