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솔루션

서울문화사 2022. 8.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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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이가 아닌 사람은 없다. 우리가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에 크게 공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구원 콤플렉스’ 방송인 홍석천 편

커밍아웃 이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상담사로 나선 방송인 홍석천. 그는 자신의 SNS 계정으로 전송되는 메시지에 정성스럽게 답하며 힘든 사람들을 돕는다고 한다. 문제는 쏟아지는 메시지를 전부 감당하기 힘들어지면서 발생했다. 홍석천은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피로가 쌓이고 있다”며 “불면증까지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장난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까지 빗발쳐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고민은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지나치게 몰두해 일상에 권태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받았다.

 오은영 매직  필요 이상으로 누군가를 구원하려는 환상이 있다. 과도하게 타인을 돕거나 의미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갈등과 불안을 해소하려는 건 방어기제의 하나다. 보통 전문 상담가들은 두 개의 자아를 갖고 있다. 내담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자신과 외부에서 상황을 객관화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정확히 구별한다. 이 같은 훈련이 되지 않은 채 섣불리 타인의 이야기에 몰두하는 건 위험하다. 개인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타인 민감성’ 가수 에일리 편

파워풀한 보이스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 에일리. 그는 한때 극심한 다이어트 때문에 성대결절에 걸렸던 일화를 공개했다. 에일리는 일부 네티즌의 외모 평가로 인해 체중 관리를 시작했는데, 하루 500kcal만 섭취하는 혹독한 식단으로 한 달 만에 약 11kg 감량했다고 설명했다. 음식물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힘을 내지 못했고, 억지로 고음을 내려다가 성대결절에 걸렸다고 한다.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면서도 부기에 따라 사람들의 잣대와 지적이 이어지면서 다이어트 강박증에 시달리게 됐다는 에일리. 그는 “살을 빼면 말랐다고 하고, 찌우면 너무 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어느 기준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오은영 매직  타인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은 타인 민감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타인이 말한 대로 살다 보면 내 삶은 내 것이 아니게 된다. 이럴 땐 타인의 감정을 고스란히 떠안지 말고 타인에게 돌려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나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일을 막을 순 없다. 어떤 일이 생기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공간(중간 과정)이 있는데, 그 공간을 ‘나’의 존재로 채워 자신을 돌봐야 한다.

‘공황장애’ 위너 송민호 편

그룹 위너는 물론 솔로 아티스트로도 입지를 다진 송민호는 공황장애를 호소했다. 2017년 말, 숨이 쉬어지지 않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송민호는 양극성 장애와 공황장애를 진단받았다고. tvN 예능 <신서유기> <강식당>, 첫 솔로곡 ‘아낙네’까지 연달아 히트를 치며 대세로 자리매김했을 때 얻은 질병이다. 송민호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습관이 돼서 아무에게도 (아픔을) 털어놓지 못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송민호가 참았던 이유는 불현듯 찾아온 아픔이 혹여나 ‘배부른 소리’로 인식되진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이는 타인의 아픔을 다소 가볍게 받아들이는 시대적 분위기와 맞닿아 있는 고민이었다.

 오은영 매직  인생에서 고통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고통을 진실하고 솔직하게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1년 365일 매일 창조적인 사람은 없다.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피로를 느낀다. 힘든 순간에는 붙잡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휴식해야 한다. 적절한 휴식이 동반돼야 재충전 후 다시 창조적인 힘을 얻을 수 있다.

‘가정 폭력 트라우마’ 가수 김윤아 편

밴드 자우림의 보컬리스트 김윤아는 번아웃을 고민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음악에 회의감을 느낄 만큼 수시로 번아웃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자신을 완벽주의자라고 밝힌 김윤아는 곡 작업을 시작하면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모든 완벽주의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오은영 박사는 번아웃 현상의 요인을 찾으며 그의 성장사를 물었다. 이에 김윤아는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운을 뗐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목공소에서 매를 사이즈별로 가지고 와서 가족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줬다며 “어머니와 나, 동생이 모두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폭력성은 김윤아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그 충격으로 인해 초등학교 시절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은영 매직  어른들이 어른의 역할을 하지 못해 큰 상처를 입고 성장한 케이스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휩싸이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겪었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면서 마음의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이다. 부모라도 미움의 감정이 들면 미워해도 괜찮다. 어린 시절 있었던 아픈 기억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관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 개인의 문제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번아웃에서 해방될 수 있다.

‘부부 갈등’ 개그맨 최양락&팽현숙 편

코미디언 1호 부부인 최양락과 팽현숙. 두 사람은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두 사람의 고민은 마음에 쌓인 앙금이었다. 부부로 살아가면서 제때 풀지 못한 갈등 때문에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팽현숙은 “고집 세고 성격 급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남편과 34년을 살았다”고 말했고, 최양락은 “아내는 본인만 잘났다고 생각하고 나를 깔아뭉갠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은 방송임을 의식하지 않는 듯 서로에게 품고 있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방송에서 진행된 결혼 만족도 검사에서 두 사람이 정서적인 소통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많은 부부가 갈등의 원인으로 꼽아왔던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었던 것.

 오은영 매직  부부가 각자 잘하는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좋지만,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 부부도 결국 다른 인격체이기 때문에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가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안을 조율하면서 헤쳐나갈 수 있다. 불화를 막기 위해 치고 빠지는 방식의 대화인 ‘펜싱 대화법’은 부부간에 소통을 방해한다. 배우자를 파악하고 조율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다. 부부의 성향, 화법이 다르다면 서로의 언어를 먼저 번역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성인 ADHD’ 댄서 가비 편

Mnet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했던 댄서 가비는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방송에서 유독 밝은 에너지를 뽐내 이목을 끌었던 그는 안무를 창작할 때 머릿속이 하얘져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상황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가비는 “어떻게든 필기로라도 하는데 내가 생각을 하면 누가 지우개로 지우는 것 같다”며 “사람들을 모아놓고 연습할 때 리더인 내가 잘 해내지 못하는 게 너무 창피하고 싫다”고 털어놨다. 또 10대 댄서 크루 선발 프로그램인 Mnet 예능 <스트릿 걸스 파이터> 출연 당시 자신이 트레이닝을 담당했던 크루가 불공정 경쟁의 논란에 휩싸였을 때, 무조건 두둔했던 당시의 상황을 언급했다. 머리에 떠오른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시에 입 밖으로 말을 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필터링이 되지 않는 언사로 오해를 받는다고 말했다.

 오은영 매직  ADHD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가진 문제를 파악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마주하려는 시도 자체가 치료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워커홀릭’ 유튜버 풍자 편

웹 예능은 물론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시청자를 만나고 있는 트랜스젠더 유튜버 풍자. 그는 잠자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풍자는 “쉬고 있으면 심장이 빨리 뛰고 답답해지면서 극도로 불안해진다”고 설명했다. 풍자가 일 강박에 휩싸인 배경엔 어린 시절 느꼈던 부모에 대한 빈자리와 지독한 가난에 있었다. 지방으로 일을 다니시던 아버지,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소녀 가장이 된 풍자는 동생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은영 매직  워커홀릭은 일을 좋아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을 안 하면 마음이 극도로 불편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본능적으로 받고 싶은 사랑이 있다. 이를 받지 못하면 마음 안에 서운함과 원망이 생긴다. 그런데 풍자는 마음에 맺힌 부정적인 생각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 자신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일에 집착한다. 자신의 아픈 부분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결핍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다.

‘회피형’ 아이콘 바비 편

Mnet 예능 <쇼미더머니 3> 우승자로 데뷔 전부터 인기를 끈 바비. 이후 그룹으로 데뷔하면서 순탄하게 출발했지만, 어디에서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안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실상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바비는 “사람들은 나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데뷔 초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던 바비는 사람들과 있을 때 불편함을 느끼게 됐다. 어색한 상황에 직면하면 휘파람을 분다고 했던 바비는 멤버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휘파람을 불었다. 급기야 전화가 온 것처럼 연기한 뒤 자리에서 벗어난다고 밝히기도.

 오은영 매직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중요한 성향의 사람이 그것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무력감이다. 이를 자기애적 손상 상태라고 하는데, 상황 자체보다는 해당 상황에 처한 나 자신이 상처가 되곤 한다. 가수로서 바비, 개인으로서 바비로 자아를 분리하다 보면 통합이 안 된다. 개인으로서 느낀 행복은 다른 포지션에 있는 나의 행복으로 이어져야 한다.

에디터 : 김연주 | 사진 : 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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