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트럼프와 준법정신

여론독자부 2022. 8. 16.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셸 골드버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서울경제]

지난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많은 사고와 오판, 대이변과 실수가 이어졌다. 두 건의 커다란 실수는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이었던 제임스 코미에게서 나왔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조사 결과를 트럼프 지지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나치게 우려했다.

2016년 7월, 코미는 기자회견을 통해 클린턴이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발표하면서도 그녀를 비난했다. 이는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코미는 정치적 이유로 수사를 종료했다는 우익의 질책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절차를 거스르는 의도적 실수를 저질렀다.

두 번째 실수는 10월 28일에 나왔다.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코미는 또다시 절차를 어겨가며 클린턴에 대한 수사가 재개됐다고 밝혔다. 전 연방 하원의원 앤서니 위너의 랩탑에서 발견된 여러 통의 이메일이 재수사 이유였다. 통상적으로 법부무는 선거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그 당시 코미는 수사재개 소식이 새어나갈 경우 우파가 보일 극렬한 반발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보수주의자들의 불벼락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코미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도왔다. 권좌에 오른 트럼프는 법치주의에 상상을 초월하는 해악을 끼쳤으며, 공화당원들이 FBI 해체를 요구하는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다.

이건 트럼프 지지자들의 감수성을 기준삼아 법 집행 방식을 결정하는 행위의 무용성을 일러주는 교훈이 되어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주 FBI가 트럼프의 해변가 자택에 압수수색을 실시하자 일부 지식인들은 전직 대통령에 정상적인 법 절차을 적용하는 게 현명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수색영장 집행이 트럼프의 광팬에게 미칠 영향을 의식한 탓이다.

새로운 중도주의 제 3 정당을 창당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인 앤드류 양은 자신의 트윗을 통해 “이번 법 집행을 부당한 박해로 바라볼 수 백만 명의 미국인”에 관해 얘기했다. 다소 지각있는 중도주의 사상가로 꼽히는 데이먼 링커는 “트럼프를 처벌하려는 시도는 국가가 입은 시민적 상처를 치료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틀랜틱지의 팀 앨버타는 FBI의 마러라고 급습 보도를 보며 “구역질”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트럼프가 범죄를 저질렀고, 그들 중 일부는 사법처리를 받아 마땅한 중죄에 해당한다고 믿는 사람들조차 그를 법정에 세울 경우 불어닥칠 끔찍한 후폭풍을 두려워한다”는 지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앨버타의 말은 맞다. 트럼프주의자들은 이미 수색영장을 발급한 판사에게 암살위협을 가하고 있고, 그가 다니는 유대교회당은 안전상의 이유로 안식일 예배를 취소했다.

트럼프의 힘을 키운 것은 사법처리가 아니라 면죄권이었다. 의사당에 난입한 일부 폭도들은 그들에게도 면죄권이 적용될 것이라 오해한 듯 보인다. 트럼프를 둘러싼 신비감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을 거부하는데서 나온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의 재출마 결심 배경에는 대통령직이 사법처리를 막아줄 방탄벽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대통령이 범죄 면허 발급자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법을 어긴 최고 권력자의 기소를 허용해야 하며, 전직 대통령들의 의심스런 행동을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클린턴을 “잡아 가두라”고 외쳤던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은 비밀문서의 부적절한 취급과 관련해 법무부가 대통령후보를 조사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믿지 않는다. 그의 주종자들이 믿는 것은 그들과 피해의식을 공유하는 트럼프에 대한 조사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믿음을 우리가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느냐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트럼프의 다혈질 팬들은 소름끼치는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비밀문서를 제거하거나 불법적으로 보유하는 행위를 최고 5년의 실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로 규정한 법안에 서명한 장본인이 트럼프다. 이같은 법조항을 그에게 적용하는 것이 과도한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직 대통령이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법과 없는 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한다. 그리고 법집행 책임자는 트럼프진영의 엄포가 그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고, 바로 이런 위협과 겁박이 그가 대통령이 되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는 정치적 이유로 처벌을 받아선 안된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처벌을 면제 받아서도 안된다. 문제는 그가 범죄를 저질렀느냐이지 그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경우 그의 지지자들이 과연 어떤 범법행위를 저지를 것이냐가 아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