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거장' 당타이손 "고난과 역경은 예술가에게 꼭 필요"
전쟁의 포화 속에서 꽃 피운 음악세계
1980년 동양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
"내 피에 흐르는 쇼팽 음악..
고난과 역경은 예술가에게 꼭 필요"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가장 쇼팽다운 연주자’. 베트남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당타이손(64)을 따라다니는 수사는 많다. 1980년,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인 쇼팽 국제 콩쿠르에 등장한 스물두 살의 베트남 청년 당타이손은 세계를 놀라게 한 연주자다. 온몸으로 전쟁을 겪은 유년시절, 종이 위에 건반을 그려 피아노를 공부했던 그는 ‘동양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 당타이손은 ‘최초’의 수식어를 넘어 ‘혁명의 아이콘’이자, ‘역사의 시작’이었다.
3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 당타이손은 내한을 앞두고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관객과 만날 수 없었던 지난 2년 반의 시간으로 인해 지금 내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무대를 갈망하고 있다”며 “기쁨과 기대에 찬 마음으로 (한국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 공연(8월 16일 춘천문화예술회관, 19일 통영국제음악당,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당타이손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과 드뷔시의 ‘영상’을 비롯해 쇼팽의 ‘폴로네이즈’, ‘왈츠’, ‘마주르카’, ‘에코세즈’, ‘타란텔라’ 등을 연주한다.
“내가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드러내기 가장 좋은 프로그램으로 준비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내게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다가옵니다.”
당타이손의 음악세계에 있어 쇼팽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곡가다. 그는 쇼팽을 “매우 운명적으로 연결”된 음악가로 꼽는다. 당타이손의 첫 번째 피아노 스승이자 어머니이며, 하노이 음악원 교수였던 타이 티 리엔은 1970년 피아니스트 게릭 올슨이 우승하고, 미츠코 우치다가 2위를 했던 쇼팽 콩쿠르 현장에 초대를 받았다. 당타이손은 “당시 어머니는 그곳에서 경험한 음악에 크게 자극을 받아 모든 쇼팽 레퍼토리의 음반과 악보를 구해왔다”며 “전쟁 중이던 베트남에선 음악을 배울 수 있는 자료들이 전무했지만, 쇼팽에 관해서 만큼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시절 당타이손을 채운 것은 온통 쇼팽이었다. 그는 “내 피에 흐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쇼팽의 음악을 들었다”며 “이는 나의 유년시절을 가득 채우고 음악적 성장을 도왔다”고 말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쇼팽과 함께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당타이손은 하노이 음악원을 방문한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이작 카츠에게 발탁돼 1977년 러시아에서 유학하게 된다. 이후 3년 뒤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게 됐다.
“쇼팽이 살아 생전 겪었던 고난과 역경, 조국에 대한 향수, 민족주의에 사로잡힘…. 우리 둘 다 조국이 어려움을 겪은 시기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음악적인 감각과 아름다움이 내겐 무척 개인적으로 다가오며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쇼팽의 음악은 머리와 의도로만 연주할 수는 없어요. 쇼팽의 음악은 감정과 감성으로 완성되니까요.”
전쟁의 시대를 관통하며 걸어온 가시밭길은 그의 음악적 성찰을 이룬 피와 살이었다. 그는 “전쟁에 대한 경험과 정글에서의 피난 기간 동안 사람들과 아주 가까이 서로가 서로를 의존하는 인류애와 거대한 자연 그 자체를 겪고 배웠다”며 “예술가가 되기 위한 내면을 어린시절에 이미 충분히 쌓고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생에 있어 고난과 역경이란 예술가에게 꼭 필요한 거예요.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는 건, 관객과 나눌 것이 있어야 하고 종종 그 감정과 생각하고 상상할 만한 그 무언가를 나누는 것이죠. 인생과 예술에 있어 누구나 무엇이든 그 대가를 치룰 수 밖에 없어요. 삶의 어려움은 괴롭고 심각한 음악을 연주할 때 큰 도움이 돼요. 눈물은 감각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예술성을 더 깊게 해주니까요.”
그 경험들은 당타이손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했고,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나누는 데에 쓰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몬트리올에서 후학을 양성해온 당타이손은 현재 미국 오벌린 컨서바토리에 이어 뉴잉글랜드컨서바토리(NEC)의 교수로도 선임됐고, 2005년부턴 쇼팽 국제 음악 콩쿠르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조성진이 우승했던 2015년에도 당타이손이 심사했다. 2021년엔 그의 제자이기도 한 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가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공연 일정 중엔 차세대 피아니스트 김송현, 임주희, 정지원을 만나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음악 생태계를 가꾸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당타이손은 임윤찬을 비롯해 전 세계 콩쿠르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를 칭찬하며, “한국은 문화적으로 매우 성숙한 나라”라고 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학도들은 “직관력이 강하고, 감성이 뛰어나며, 음악의 작은 부분들도 섬세하게 만들어가는 부분이 탁월하다는 강점”이 있다고 봤다.
“과거 아시아의 나라들은 종종 우리가 서양음악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서양권에 나가서 공부를 해야한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제 그러한 시간들은 다 지나갔어요. 제가 처음 음악을 배우던 시절엔 동서양의 문화적 장벽이 있었지만, 이젠 클릭 한 번으로 넘쳐나는 음악과 자료를 찾을 수 있어요. 아시아 음악인에게도 큰 변화이자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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