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평등의 민낯

조은솔 기자 2022. 8.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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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이기고, 가난한 사람이 진다.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자연재해의 결과 또한 불공평할 것임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콜롬비아대학 교수인 존 머터가 쓴 '재난 불평등'의 한 구절이다.

자연과학적으로 비슷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장소와 시기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사회에 따라 재건 여부가 달라지는지.

지난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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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취재본부 조은솔 기자

"부자가 이기고, 가난한 사람이 진다. 불평등이 극심한 세상에서는 자연재해의 결과 또한 불공평할 것임을 확실히 짐작할 수 있다."

콜롬비아대학 교수인 존 머터가 쓴 '재난 불평등'의 한 구절이다. 이 책은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장소와 시기에 따라 왜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자연과학적으로 비슷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장소와 시기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사회에 따라 재건 여부가 달라지는지. 결국 현실에서는 재난도 '경제 논리'에 따라 다른 강도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일가족 3명이 폭우로 인해 고립되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던 50대 여성이 폭우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모두 '반지하'에 거주하던 공통점이 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고 환기를 할 수 없어 우울감을 유발하는 주거 공간이 죽음까지 불렀다.

세종 지역에서도 읍면지역을 중심으로 주택·도로 침수 피해가 일어났다. 주택 침수 11건 중 10건이 조치원읍, 장군면, 연서면 등 읍면지역에 집중된 것이다. 또 총 9그루의 가로수가 쓰러졌는데, 마찬가지로 모두 읍면지역 내 있던 나무였다. 신도심인 동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비가 내렸으나 비교적 안전했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행복도시 세종'은 동지역에만 해당하는 목표가 아닌데 말이다.

재난은 어느 이들에게 불리한 사회·경제적 상황과 격차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재난의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이 단순히 '손실 이전의 상태로 회복'시킨다는 사전적 의미에 그쳐서는 안되는 이유다. 불평등이 답습되지 않도록, 자연 현상이 사회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정책적인 결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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