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학교, 그곳에서 찾는 것은 무엇인가?

강미애 세종미래교육연구소 대표 2022. 8. 16.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미애 세종미래교육연구소 대표

학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인 배재학당에서는 유교적 구습에 사로잡힌 한국인을 무지에서 해방해 근대 문명의 지식을 주고 과학을 이해하도록 해 사회와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일꾼을 기르는 데 그 목적을 두고 교육을 했다고 한다. 그러기에 학비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일자리를 주어 그 품삯으로 학비를 보충하도록 하여 자립심을 키워주었다고 한다.

근대 최초의 여학교인 이화학당의 체조에 얽힌 에피소드를 보면, 당시는 여자가 걸을 때 발꿈치에서 발끝까지의 길이 이상 발을 떼어서는 상스럽다며 엄하게 걸음걸이를 다스렸었는데, 학당에서 처음으로 여학생들에게 손을 번쩍 들고 발가랑이를 벌리며 뜀질시키는 체조를 했다고 한다. 즉, 체조시간에 여학생들이 발가랑이를 번쩍 들면서 체조를 하던 것이다. 이에 학부형들은 하인을 시켜 그들의 딸들을 업어내 오기에 바빴고, 체조하는 딸 때문에 가문을 망쳤다고 가족회의를 열기도 했다는 일화도 내려온다.

예전 졸업식 송사에 학교를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이라고 표현한 문구가 있었다. 지금부터 30년 전의 일이니 그 당시 시골학교는 당연히 그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이었고, 학교는 마을의 중심이었다. 학교 체육대회는 도시락을 들고 지고 학교로 모이는 마을 잔치였고, 학교 운동장은 또한 동네사람들 체육대회 장소가 됐다. 지금은 추진할 수 없는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행사도 이뤄지곤 했던 것이다. 필자가 학교를 다녔을 때의 추억과 학교를 근무했을 때도 이런 경험을 했다.

학교는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할까? 학교는 학습만을 위한 공간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는 추억도 만들고, 감동도 느끼고, 꿈도 키워가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 학교에서는 월별로, 계절별로, 내용별로 많은 활동들을 준비해 교육과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3월이면 입학식과 교육과정 설명회가 있고, 4월이면 학부모 상담과 현장체험과 수학여행이 이뤄진다. 5월이 되면 체육대회, 어린이날, 어버이날 행사 등이 펼쳐진다. 6월이면 현충일과 6.25 전쟁이 있어 나라사랑의 달로 구성이 되고, 선생님들의 공개수업 또한 이뤄진다. 7월이 되면 기말고사와 성적처리, 학생들의 방학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여름 방학이다. 학교에서는 돌봄교실, 방과후 수업, 영어·과학·수학·기초학력·독서 등 다양한 캠프가 운영이 된다.

8월 중순 이후 2학기가 시작한다. 일부 교과서는 새롭게 바뀌고,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방학을 끝내고 새로운 다짐으로 2학기를 시작한다. 2학기는 기간이 짧고 중간중간 휴일들이 많아서 일정을 소화하기에 바쁜 나날이다. 특히 9월과 10월에는 추석명절과 개천절, 한글날 등이 있는 관계로 학사일정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9월과 10월엔 꼭 해야 하는 일정들이 있다. 현장체험과 1학기 때 운영하지 않았던 학교들은 수학여행, 체육대회나 축제 등을 기획하기도 한다. 11월은 휴일 없이 가장 긴 달이다. 촘촘한 수업과 학생들과의 친밀도를 높이는데, 이럴 때가 교실수업이 가장 알차게 운영할 때다.

선생님들은 11월부터 12월 초반까지 다음 해 교육과정 준비를 위한 설문지 작성 및 한해 교육과정 운영 반성을 위한 시간을 마련한다. 이제 12월이 시작되면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졸업준비, 방학준비, 새 학년 준비를 위한 반편성, 생활기록부 정리, 생활통신표 정리 등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작업들로 거의 지쳐간다. 또한, 인사이동을 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인사서류 준비 및 인사고과를 반영할 수 있는 자료들을 준비하느라 더 바빠진다. 이렇게 정리가 되면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방학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위에 이야기한 내용들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학교 교육과정 특성에 따라 과학부, 도서부, 수학부, 정보부, 예체능부, 특수교육, 다문화 등등 각 부서들의 일정은 또 다르게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습과 경험과 자기 발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에 대한 사회와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은 끊임이 없다. 그 요구사항은 과학이 발달하고 정보가 발달하고 사회가 다변화할수록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학교는 인성이 바른 아이를 길러야 한다. 학교는 전인적인 인간을 길러야 한다. 학교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곳으로 자리해야 한다 등등…

학교, 그곳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일부 담론에서 학교는 '학습을 위한 공간'보다는 '사회화를 위한 공간'이라고 이야기하는 글들이 많다. 아니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사회 곳곳이 학습하는 공간으로, 교육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교실 없는 시대가 온다고도 하고 있다.

그럼, 우리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까? 우리들이 학교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학습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사회화를 기르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학교란 '학교 경험'인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할 수 있다'는 경험으로 순수하게 방향과 목적지를 탐색하는 자기 능력의 경험치를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학교의 존재성을 만들어가야 함께 만들어가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소망해본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