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굽어보는 단양의 풍경들

장태동 2022. 8.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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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의 전망 좋은 곳, 그리고 남한강 '시루섬의 기적'
양방산활공장(전망대)에서 본 풍경

해발 500m가 넘는 두산활공장(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에 굽이치는 남한강과 먼데서 밀려오는 산줄기들이 담겼다. 가슴 상쾌한 전망이 펼쳐진다. 해발 650m 정도 높이, 양방산활공장(전망대)에서 굽이치는 남한강이 단양 읍내를 휘감아 돌아나가는 장면을 굽어본다.

반대편으로는 소백산 천문대도 보인다. 해발 300m 절벽 위에 만든 25m 높이의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에 오르면 소백산, 월악산, 금수산의 산줄기들이 얼마나 힘차게 내달리는 지, 남한강 물길이 어떻게 굽이쳐 단양읍을 빠져나가는 지 볼 수 있다. 그 물길에는 1972년 홍수에 범람한 남한강 시루섬에서 14시간 사투를 벌였던 이른바 '시루섬의 기적'의 현장인 시루섬의 일부가 남아있다.

두산활공장(전망대) 바로 아래 마을

●두산에 들어선 활공장 전망대에서 상쾌한 전망을 즐기다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두산에 예로부터 감자밭이 많았다. 하얀 감자꽃이 해발 500m 안팎의 산비탈을 뒤덮었다. 감자꽃은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두산 감자밭

감자꽃 피어나는 두산에 활공장이 들어선 뒤로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패러글라이딩을 즐기지 않더라도 전망대에서 전망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

두산활공장(전망대)에 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패러글라이딩에 적합한 바람이 부는 곳이란다. 활공장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힘차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활공장이 아닌 곳은 전망대나 다름없다.

눈 아래 보이는 사평리 마을을 남한강 푸른 물결이 휘감고 흐른다. 그 물길이 덕천리를 지나 단양읍내로 흘러가는데, 그 전에 도담삼봉을 물 위에 띄웠다. 아쉽게도 두산활공장(전망대)에서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두산활공장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더

패러글라이더가 바람을 타기 시작한다. 바람에 의지하기도 하고 안내자의 능숙한 솜씨로 바람의 길을 타기도 한다. 하늘에서 유영하듯 바람을 타는 패러글라이더가 서서히 착륙장소로 향한다. 남한강과 주변 산줄기가 배경이 되고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그들이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된다.

두산활공장(전망대)에서 단양의 산천과 하늘을 날며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환호까지 다 한 장면에 담긴 풍경을 즐기고 내려가는 길, 산비탈을 가득 메운 감자꽃이 보기 좋아 잠시 차에서 내려 숨을 크게 쉬었다. 풍경도 공기도 기분도 상쾌했다.

●가슴 통쾌한 전망, 가슴 뛰게 하는 산줄기 풍경

양방산활공장(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의 으뜸은 굽이쳐 도는 남한강이 단양 읍내를 품고 흐르는 장면과 그 장면의 배경이 돼주는 산줄기들이 합쳐진 풍경이다. 아주 먼 곳에서는 하늘과 땅이 만나는 이른바 '하늘금'이 만들어지고, 눈앞의 풍경이 그곳으로 밀려가거나 풍경이 그곳부터 밀려오는 것 같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떠 있어 더 극적인 풍경이 연출되는 날이면 가슴마저 통쾌해진다. 그 풍경 속에 단양의 또 다른 전망 좋은 곳인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도 들어있다.

양방산활공장(전망대)에서 본 풍경. 사진 가운데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가 보인다

그 반대편 풍경에는 소백산 줄기가 가득하다. 힘줄 불거진 팔뚝처럼 힘이 느껴진다. 산 능선에서 흘러내린 산줄기들이 골과 능선을 다시 만들어 갈라지고 또 다시 솟으며 이어지는 형국이 가슴을 뛰게 한다. 그 산줄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패러글라이더를 띄운 사람들의 고동치는 심장 소리가 그 산줄기를 닮았을 것 같았다.

양방산활공장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더가 남한강 위 하늘을 난다

양방산활공장(전망대)에서 내려와 밥을 먹으러 단양읍내 시장으로 가는 길, 남한강 위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더가 태양빛과 함께 공중에서 빛난다. 그 풍경을 뒤로하고 시장으로 들어가 밥을 먹은 뒤 도착한 곳은 단양의 또 다른 전망 좋은 곳,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였다.

●소백산 비로봉 마루금에서 남한강 시루섬의 기적 이야기까지

해발 300m에 세워진 25m 높이의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 꼭대기에 올라 전망을 즐긴다. 꼭대기로 올라가는 나선형 길을 따라 전망대에 도착한다.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에서 본 풍경. 사진 가운데 적성산성이 보인다

유리바닥 아래 남한강 시퍼런 물길이 보인다. 고개를 들면 단양 읍내를 지나온 시퍼런 남한강 물길과 강을 건너는 철교와 상진대교가 한눈에 보인다. 더 먼 곳을 바라본다. 두산활공장에서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더가 개미처럼 보인다. 양방산활공장(전망대)도 보인다. 그 뒤로는 소백산 비로봉과 천문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에서 본 양방산활공장(전망대)과 소백산 천문대(사진 오른쪽에 아주 작게 보인다)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에서 본 풍경

다른 방향으로 몸을 움직여 바라보는 풍경 속에 적성산성이 보인다. 그 옛날 고구려군과 맞서기 위해 신라군이 넘던 죽령 고개가 어디쯤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눈길은 푸른 남한강 물줄기에 떠 있는 작은 섬, 시루섬으로 향했다.

만천하스카이워크전망대에서 본 풍경. 남한강에 떠 있는 섬이 시루섬이다.

1972년 8월19일 15시. 남한강은 범람했고 시루섬에 살던 44가구 250여 명의 사람들은 고립됐다. 강물은 계속 불어났고 사람들은 더 높은 곳으로 향했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높이 7m, 지름 4m의 물탱크였다. 누군가 사다리 2개를 엮어 물탱크로 오르는 길을 텄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송곳 하나 꼽을 틈 없는 물탱크 위는 시루섬 사람들을 살릴 마지막 피난처였다. 청년들은 물탱크 가장자리에 둘러서서 스크럼을 짜서 이른바 '인간고리'를 만들어 버텼고, 노약자를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이들은 어른들 어깨 위에 올라섰다.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수양개유적로에 있는 시루섬의 기적 조형물

그러는 순간에도 물은 점점 차올랐다. 어둠은 내린지 오래였다. 누군가 움직여 대열이 흐트러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시루섬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숨도 편히 쉴 수 없었다. 차오르는 물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흘렀다. 그렇게 견딘 14 시간, 드디어 동이 트기 시작했고, 구조대의 구조가 시작됐다. 엄마 품에 안긴 돌 지난 아이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압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엄마는 물탱크 위에서 사투를 벌이던 때에 아이가 숨을 거두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동요하고 대열이 흐트러지면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은 그날 시루섬 사람들이 칠흑 같은 밤에 물탱크 위에서 견딘 14시간을 시루섬의 기적이라고 불렀지만, 아이의 죽음과 어머니가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인고의 마음을 누구라서 알 수 있겠는가.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수양개유적로에 시루섬의 기적 조형물이 세워졌다.

#위 시루섬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시루섬의 기적 조형물에 새겨진 글에서 따왔다.

글·사진 장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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