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처럼, 토끼도 사지말고 '입양'해주세요

나경희 기자 2022. 8. 1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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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조용했다.

소리를 내지 않는 작은 초식동물, 토끼 60마리가 지내는 전국 최초 소동물입양센터 '꾸시꾸시'에 들어서자 진한 풀 냄새가 풍겼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은 네이버 카페 '풀토동'에 가입해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적절한 반려 환경을 갖춰야 토끼를 입양할 수 있다.

"여기서만 입양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전국 어느 보호소에도 토끼는 늘 있어요. 보호소든 어디서든,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여전히 건초를 채우던 혜금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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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사방이 조용했다. 소리를 내지 않는 작은 초식동물, 토끼 60마리가 지내는 전국 최초 소동물입양센터 ‘꾸시꾸시’에 들어서자 진한 풀 냄새가 풍겼다. 시민들의 후원으로 꾸시꾸시를 운영하는 단체 ‘토끼보호연대’에서 활동하는 혜금씨(활동명·37)는 들어서자마자 건초가 가득 담긴 포대를 끌고 보호소를 한 바퀴 돌았다. 그중 한 케이지는 비어 있었다. “원래 기니피그 두 마리가 살았는데요, 최근에 입양을 보냈어요.” 건초를 채워주던 혜금씨가 활짝 웃었다. 꾸시꾸시는 혜금씨처럼 출퇴근길에 들러 3~4시간씩 자원봉사를 하는 활동가 20여 명이 꾸려가고 있다.

토끼보호연대는 2018년 가을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공원에서 출발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유기된 토끼 한두 마리가 눈에 띄더니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서초구가 토끼들을 잡아서 울타리에 가두겠다는 대책을 내놓자 처음으로 토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뭉쳤다. “증식은 둘째치고 토끼는 영역동물이거든요.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가두면 서로 물어뜯어서 피바다가 돼요.”

결국 시민들이 모금을 해서 몽마르뜨공원에 유기된 토끼들을 포획한 뒤 중성화시켰다. 그중 일부는 입양 보내고 나머지는 다시 공원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보호소가 생기기 전이었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간 토끼가 40마리 좀 넘거든요. 봉사자들이 매일 가서 보살피고 다친 애들은 다시 구조해서 치료했는데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데려온 게 작년 11월이에요. 3년 사이에 다 죽은 거죠.” 15~16년도 거뜬한 반려 토끼의 수명에 비하면 짧은 수치다.

ⓒ시사IN 이명익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반려 토끼는 ‘굴토끼’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토끼는 ‘멧토끼(산토끼)’다. “같은 토끼이긴 한데 전혀 달라요. 서로 교배도 안 되거든요. 굴토끼는 야생에서 살아갈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반드시 반려동물로만 살아야 해요.” 지난 7월9일 경기 군포시 수리산에서 발견돼 토끼보호연대가 구조에 나선 35마리 역시 모두 굴토끼였다.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기르던 토끼들을 ‘방사’한 것이었다. 혜금 활동가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유기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거예요. 그냥 마음 편하려고 방사라고 이름 붙인 거죠. 언제까지 토끼를 아이들 감수성 키워주는 도구로 써야 할까요?”

펫숍에서 강아지나 고양이를 사는 게 옳지 않다는 인식은 널리 퍼졌지만, 토끼나 햄스터 같은 작은 동물은 여전히 마트에서 3만~5만원에 팔리고 있다. “라면 사러 갔다가 충동적으로 토끼 한 마리를 사올 수 있는 거잖아요. 유기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주는 거나 마찬가지죠.”

꾸시꾸시에서 이뤄지는 입양 절차는 까다롭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은 네이버 카페 ‘풀토동’에 가입해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적절한 반려 환경을 갖춰야 토끼를 입양할 수 있다. 그 뒤에도 6개월 동안 소식을 전해줘야만 비로소 입양 절차가 마무리된다. “여기서만 입양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전국 어느 보호소에도 토끼는 늘 있어요. 보호소든 어디서든,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여전히 건초를 채우던 혜금씨가 말했다. 

ⓒ시사IN 이명익
ⓒ시사IN 이명익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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