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탑건·한산' 업은 롯데, CJ의 '칸 트로피' 넘어섰다

김은영 기자 2022. 8. 1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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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프랜차이즈 영화로 상반기 극장가 장악
'명량' 만든 CJ, '한산' 대신 '외계+인' 만들었지만 고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리오프닝(경제 재개) 영향으로 극장가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영화 배급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롯데컬처웍스는 ‘탑건: 매버릭’, ‘한산: 용의 출현’ 등 자사가 투자·배급한 영화들이 잇달아 흥행하면서 상반기 롯데쇼핑의 호실적을 뒷받침했습니다. 반면, 지난 5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칸 영화제 2관왕을 거머쥔 CJ ENM은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친 상황입니다.

롯데컬처웍스 산하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한산'(왼쪽)과 CJ ENM이 투자·배급한 '외계+인 1부'. /각 사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재작 배급한 ‘한산: 용의 출현’은’ 개봉 20일 만인 지난 15일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한산’은 김한민 감독이 ‘명량(2014)’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인 이순신 시리즈로, 역대 최다 관객(1761만 명)을 동원한 ‘명량’을 뛰어넘는 속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달 중 1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역시 롯데가 배급한 영화 ‘탑건: 매버릭’은 지난 6월 개봉한 이래 76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 중입니다.

그러나 CJ ENM이 6월 8일 개봉한 ‘브로커’는 누적 관객 126만 명으로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넘지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헤어질 결심’(6월 29일 개봉)은 181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고, 7월 20일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무협 SF 영화 ‘외계+인 1부’는 관객 152만 명을 동원한 채 박스 오피스 10위로 밀려났습니다.

◇‘프랜차이즈 영화’ 집중한 롯데 vs ‘작품성·글로벌’ 주력한 CJ

롯데는 2004년 영화 제작·배급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CJ엔터테인먼트(현 CJ ENM)와 오리온 계열 쇼박스에 이은 후발 주자로, 초반엔 고전했지만 2008년 ‘과속스캔들’, 2009년 ‘7급 공무원’이 연달아 흥행하면서 배급 시장의 3강으로 부상했습니다.

이후 파라마운트픽처스와 계약해 외화 영화를 보강하고 ‘신과 함께-죄와벌’ 1·2편을 1000만 영화로 만들면서 2018년 업계 정상에 올라서게 됩니다. 그해 6월 롯데쇼핑의 영화관 사업 부문과 투자 배급 사업 부문을 분사해 독립법인 롯데컬처웍스를 출범, 영화 사업을 수직 통합했습니다.

지난해에는 CJ CGV 출신의 최병환 대표를 롯데컬처웍스 수장으로 영입해 체질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올 2분기 롯데컬처웍스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0% 오른 1210억원,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지난 7월 서울 한 영화관에서 '탑건: 매버릭'을 예매 중인 한 관객. /연합뉴스

CJ ENM의 영화 제작·배급 업력은 더 깁니다. CJ그룹은 1994년 미국 제작배급사 드림웍스 설립에 투자한 것을 계기로 2000년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습니다. 그해 ‘공동경비구역JSA’와 ‘글래디에이터’를 성공시키며 메이저 배급사로 인정받았죠.

영화업계에선 CJ가 제작·배급 시장에 참여하면서 미국 직배사가 쥐고 있던 배급 시장 주도권이 국내로 넘어오게 됐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죠. CJ가 투자·제작한 ‘기생충’은 201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0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헤어질 결심’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로커’도 CJ가 제작하거나 배급을 맡은 영화였죠.

이들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한국 대중문화의 산업화와 세계화를 이끈 공을 인정받아 올해 에미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사업부의 실적은 저조했는데요. 올해 2분기 CJ ENM의 영화 부문 매출은 2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0%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은 40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습니다.

CJ로선 자존심이 상할 일입니다. 특히 올 여름 극장가를 장악한 ‘한산’의 전작인 ‘명량’을 CJ가 투자·배급했던 만큼 아쉬움이 더 컸다는 후문입니다. 당초 3부작 시리즈로 기획됐던 만큼, 2·3부작인 ‘한산’과 ‘노량’도 CJ와 작업할 가능성이 컸지만, CJ가 글로벌향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돌리며 롯데가 제작을 맡게 됐거든요.

◇CJ, ‘한산’ 대신 ‘외계+인’ 제작했지만... “너무 난해해”

영화계에선 프랜차이즈 영화에 집중한 롯데의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프랜차이즈 영화란 마블 영화처럼 시간을 넘나들거나 캐릭터를 분가해 만드는 시리즈 영화를 뜻합니다. 국내에선 2009년 ‘아이언맨’이 개봉한 이후 마블식 프랜차이즈 영화가 흥행 공식으로 도입됐습니다.

특히 넷플릭스를 위시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성장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안전한 흥행 공식을 따르는 배급사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최근 2년간 영화 관람료가 40% 인상하면서 확실한 재미가 보장된 영화를 택하는 관객들의 성향이 짙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2014년 개봉해 역대 최다인 1761만 명 관객 동원한 영화 '명량'. /CJ ENM

‘탑건: 매버릭’, ‘한산: 용의 출현’ 모두 훌륭한 전작을 둔 영화입니다. 36년 만에 속편으로 개봉한 ‘탑건: 매버릭’의 경우 프랜차이즈 영화로 기획되진 않았지만, 그 시절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을 매혹시키며 N차 관객을 이끌었죠.

‘외계+인’ 1·2부도 400억원이 투입된 대작 시리즈입니다. 730만 명을 동원해야 손익분기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다만, 순수 창작물이라는 점이 다르죠. 실험 정신을 발휘했지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내용이 장황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박스오피스의 순위만으로 배급사의 실력을 단정할 순 없다고 말합니다. 예전엔 극장에서의 매출이 절대적이었지만, 지금은 OTT 등 각종 플랫폼에 콘텐츠를 판매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실제 영화 배급에 주력하던 CJ ENM과 롯데컬처웍스, 쇼박스, 뉴 등은 최근 OTT를 겨냥한 드라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프랜차이즈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익숙한 새로움’을 지녔기 때문”이라며 “이는 100년 전 할리우드에서도 적용된 흥행 공식”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대중은 양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라며 “지금은 업황이 어려워 확실한 흥행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안전성만 추구하다가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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