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기·美제조업 둔화에도 증시상승 이유..①모로가도 연착륙 기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2. 8. 1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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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둔화와 미국의 제조업 지표 악화에도 증시는 상승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중국의 급격한 경기둔화 우려와 뉴욕주 제조업 현황을 보여주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의 급락에도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0.62%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40%, 0.45% 뛰었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2.76% 선까지 내려간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착륙에 대한 희망도 확산하는 모양새인데요. 트루이스트의 키스 러너는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연착륙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나온 주택 관련 지표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미국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지금의 증시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논쟁도 여전한데요. 오늘은 주요 경제지표와 함께 인플레이션 및 금리 전망, 점점 더 수면 위로 나오는 양적긴축(QT) 관련 얘기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②유가하락=인플레 도움 ③8월 CPI 좋을 것 낙관론 ④주요국 경제 둔화에 따른 강달러

우선 중국 지표를 간단하게 알아보죠. 7월 중국 산업생산이 전년 대비 3.8% 증가하는데 그쳤는데요. 시장 예상치(4.6%)를 밑돌았고 6월과 비교하면 -0.1%에 불과합니다. 소비지출도 1년 전과 비교하면 2.7%로 전망치(5%)보다 크게 낮았죠.

이렇다 보니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85%에서 2.75%로 0.1%포인트(p) 전격 인하했는데요. 기존 예상은 동결이었죠.

세계 두 번째 경제대국의 경기둔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도 초반에는 영향을 받았죠. 하지만 금세 이겨냈습니다.

원인이 뭘까요. 미 경제 방송 CNBC의 대표 앵커 짐 크레이머는 “우리는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라며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죠. 수출도 수출이지만 미국 내 소비가 괜찮고 지금처럼 고용이 강하다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조나단 골럽은 “소프트랜딩(연착륙) 확률이 2~4개월 전보다 더 높아졌다”며 지금의 랠리가 더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3분기부터는 미국의 성장세가 돌아오기도 합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현재 3분기 GDP 전망치는 2.5%죠.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수치 감소에 도움이 되는데요. 이날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9%(2.68%) 떨어진 89.4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장중에는 5% 넘게 빠지기도 했는데요. 10월물 브렌트유도 3%가량 하락해 거래되고 있습니다. 7월 미국의 인플레 하락의 원동력이 에너지 관련 부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긍정적인 요소인데요.

미국의 휘발유 가격 추이. AAA

같은 맥락에서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8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 한 번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8월 CPI 보고서에 생각하기 시작하는 건 절대로 너무 이르지 않다. 여름 수요가 막바지로 가면서 항공과 호텔 요금, 렌트 비용 등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며 “소매 휘발유값의 하락이 8월에 헤드라인 CPI를 전월 대비 0.3%p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 전역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956달러로 한 달 전 4.577달러에 비해 약 13.5% 낮습니다. 무디스는 “만약 8월에 휘발유 가격이 10% 떨어진다면 헤드라인 CPI가 (전월과 비교해) 0.5%p 감소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8월 CPI에서 또 하나의 좋은 숫자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중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쁜 것으로 나오면서 달러도 다시 강세입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이날 다시 106을 돌파, 한때 106.5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강달러는 미국의 인플레 문제를 줄여주는 측면이 있지요. 연준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에드워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대표는 “올해 달러화가 10% 상승했는데 이는 0.5%p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며 “연준이 시작한 QT도 0.5%p의 추가 금리인상 효과가 있어 둘을 더하면 1.0%p가 되며 이를 감안하면 지금이 중립금리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인데 두 가지 효과를 더하면 실제로는 3.25~3.50%라는 거죠. 그는 연준이 달러강세와 QT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수치를 갖고 있을 거라면서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QT, 금리인상과 연계해 조절 기대감 또 확산”···“시장, 파월 의도 이해하는 데 시간 걸릴 것”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주 ‘3분 월스트리트’에서 QT 관련해 내년에 중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씀 드린 적 있는데요. QT 규모가 두 배가 되는 9월이 가까워지면서 QT 속도조절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의 기대감이 더 커지는 것이죠. 융유 마 BMO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전략가는 “어느 정도가 금융시장이 충분히 긴축된 것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현재 연준에 있어 QT 속도를 늦추거나 심지어는 예상보다 빨리 끝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는데요.

금리인상이나 QT, 둘 중의 하나는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케시 존스 슈왑 센터 최고 채권투자전략가는 “우리는 연준이 늦게보다는 빨리 긴축 속도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만약 금리인상이 빠르고 급격하다면 그들은 거꾸로 QT를 중단해야 만하며 만약 금리인상이 느리고 평평하면 그들은 QT를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다”고 봤지요.

연준은 6월부터 8월까지는 미 국채와 주택유동화증권(MBS) 총 475억 달러를 축소하고 9월부터는 이를 95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합니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이 떨어져도 헤드라인 부분에 주로 집중된다는 겁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수차례 전해드린 대로 물가와 관련해서는 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헤드라인과 근원, 총 4개가 중요합니다. 4개가 모두 2%라는 연준의 정책목표를 향해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여야 연준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렌트비와 임금 같은 근원 인플레가 계속해서 끈적끈적할지가 중요하고 이것이 핵심이기도 합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금까지는 시장이 연준을 잘못 이해(misunderstanding)한 것 같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내려오니까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고 내년에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내 생각에 연준은 시장 참가자들이 이해한 것보다 더 오래, 그리고 높이 올릴 것”이라며 “시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잘못 읽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들리 전 총재는 또 “에너지 가격이 떨어져서 헤드라인 수치가 내려와도 거기에는 할 일이 더 많이 있다. 시장은 파월이 인플레를 2%로 되돌리겠다는 말을 믿지 않고 내년 중반에 인플레가 3% 정도로 내려오고 경기가 둔화하면 연준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시장의 파월의 말(긴축 의지)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추가로 그는 △기준금리는 최소 4% 이상 오를 것 △실업률도 4%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고용시장 둔화 △급여 상승률 5~6%면 2% 인플레 불가 등을 제시했는데요.

7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시간당 평균 임금이 전년 대비 5.2% 올랐죠. 임금이 이렇게 정책목표보다 두 배 이상 오르는데 인플레를 그에 맞춰 잡기는 사실상 불가하다는 말입니다.

골드만삭스도 연착륙이 가능은 하지만 쉽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데이비드 메리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물가와 임금의 연쇄 상승을 막기 위한 연준의 노력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연준이 통제할 수 없는 변인들이 연착륙의 경로와 확률을 바꿀 수 있지만 우리의 대체적인 결론은 연착륙은 가능하지만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임금과 고용시장이 큰 변수입니다. 신중론자들이 상당한 이유기도 하구요. 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강세론자), 인플레 하락도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증시 상승세 당혹스러워. 회의적” vs “외부 충격 없으면 내년 새 고점”

실제 미국의 경기가 온통 장밋빛인 것만은 아닙니다. 8월 뉴욕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31.3을 기록,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위축세로 돌아섰습니다. 전달(11.1)에 비하면 42.4포인트 급감한 것으로 낙폭은 역대 두 번째로 큽니다.

주택 시장도 그런데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는 8월 주택시장지수가 49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숫자가 50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0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50 아래는 수축을 의미하지요. 16일 나올 주택착공 및 허가건수를 추가적으로 봐야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쁜 겁니다. 로버트 이데츠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지속적인 건축비용 상승이 주택시장의 침체를 가져왔다”고 했지요.

그래서인지 시장을 보는 눈도 여전히 갈립니다. 월가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아트 캐신 UBS 디렉터는 이번 랠리가 회의적이라고 봤는데요. 그는 “나는 여전히 지금이 베어마켓 랠리라고 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지속적인 상승) 힘이 당혹스럽다”며 “연준은 계속 긴축을 해야 할 것이며 고용시장이 둔화할 것이다. 이는 고통을 유발하고 랠리가 더 이상 이어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뉴하우저는 “시장이 지금 인공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높다. (랠리는) 지금부터 다가오는 몇 주에 걸쳐서 약해질 것으로 본다”고 짚었는데요. 베드앤드배스 같은 밈주식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경고신호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베드앤드배스는 이날도 23% 넘게 폭등했는데요.

유가의 경우도 10월부터 중단되는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과 12월에 유럽이 본격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엠바고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가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아트 캐신 UBS 디렉터

어쨌든 오르더라도 전고점을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으로 많습니다. 피델리티 글로벌 매크로의 주리엔 티머는 “어닝과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지금이 바닥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에서부터 강세장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금 상황에서 최선은 어닝이 계속 한자릿수 중반대를 유지하면서 밸류에이션이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반면 JP모건은 더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미 국채금리가 3.5% 가까이 갔던 지난 6월에 비하면 낮기 때문에 성장주를 중심으로 하반기에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앞서 조나단 크린스키 BTIG 기술 분석가는 S&P500이 4231을 돌파하면 지난 6월16일이 이번 사이클의 바닥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미 S&P500이 4231을 넘어서기도 했죠.

리트홀츠 웰스매니지먼트의 벤 칼슨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외부로부터의 충격이 없다면 증시는 내년에 새로운 고점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아마도 더 일찍 나타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1차적인 분기점은 16일부터 차례대로 나오는 월마트와 홈디포, 타깃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소매판매 실적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월마트와 타깃은 재고가 급격히 늘었었죠. 이들의 실적을 보면 미국 경제의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이날처럼 주요 악재를 뚫고 나갈 수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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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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