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 PT] 사회·가정서 안정된 이들이 불행하다 느끼는 이유
# 행복한 사람하면 화려한 저택에 고급 승용차, 아름다운 가족, 멋진 휴양지, 최고급 와인에 럭셔리한 디너를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과연 그들의 행복한 외양처럼 내면도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부자, 권세가, 스타, 인기인들 중에서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못 자고, 마약·알콜에 쩔어 지내며, 결혼·이혼을 밥먹듯이 하고, 폭력, 재산분쟁, 자살 등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숱하게 접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겉으로 행복해 보여도 마음이 불행한 사람들이 많다. 내가 우울증에 걸린 이야기를 몇 년전 어느 잡지에 기고했을 때 나온 반응에 깜짝 놀랐다. 소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자기도 우울증에 걸렸거나 지금도 약을 먹고 있다면서 무척 공감한다는 뜻을 여럿 전해 왔다.
대기업 회장, 언론사 사주, 대학이사장, 국회의원, 전직장관, 대기업사장, 신문사 간부…. 그들 대부분은 인품도 갖추고, 사회적으로 평판도 좋으며, 가족관계도 원만한 분들로 세상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우울하고 불행한 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가다니….
# 비극적인 사건이나 어려운 처지를 당했을 때 불행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평탄하게 잘 사는 사람 중에서도 불행한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바로 이점에 착안해 미 하버드대 심리학과에서 10여년전 불행한 마음을 연구했다.
팀장인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세계적인 긍정심리학 대가이자 베스트셀러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의 저자. 그는 불행한 마음의 정체를 파악해야 행복한 마음으로 가는 길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마음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아이폰앱을 개발해 수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평소 사람들의 마음은 절반가량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음이 방황하면 할수록 덜 행복해지는 반면, 마음이 집중될수록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떠올리는 잡념(雜念)이 불행을 느끼게 만드는 원흉인 셈이다.
이들의 연구결과는 2010년 11월 미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에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A Wandering Mind Is an Unhappy Mind)”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은 잠잠해지지 않는다.…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생각은 더 생생하고 거세게 일어난다.…걱정을 멈추라고 스스로 타이르면 새로운 걱정거리가 더 일어난다.…잠을 청해보지만 어느새 생각 속으로 빠져든다.…밤이 깊어가는 동안 기력이 점점 고갈되면서 자신이 나약하고 나락에 빠져든다는 느낌이 든다.…새벽 알람이 울릴 즈음이 되면 전신이 탈진된 상태에서 이루 말할수 없는 비참한 기분이 든다.…’ (영국 우울증 환자의 체험기)
# 지금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개방되고 발전된 사회가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쉴새없는 경쟁과 지나친 욕망 속에서 피로-소진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과 SNS로 대변되는 모바일 혁명으로 온갖 미디어가 난립하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 벌거벗은 감정과 욕망의 집중포화 속에서 우리 신경계는 24시간 쉬지 못하고 마음을 끊임없이 방황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 방황하는 마음을 어떻게 행복한 마음으로 바꿀 수 있을까. 연구팀은 이렇게 말한다.
‘고대에서부터 비롯된 많은 철학과 종교적 전통은 행복이 이 순간을 사는 것에서 발견된다고 가르친다. 수행자들은 마음의 방황에 저항하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기’를 훈련받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수련법은 많다. 기도, 묵상, 선(禪), 요가, 만트라, 단전호흡, 태극권 등…. 대니얼 길버트 교수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단순한 행동, 즉, 명상, 운동, 충분한 수면을 성실하게 행하고 이타성(利他性)을 실천하는 것이다.……그리고 당신의 사회적 연결을 가꾸라’
행복은 의외로 단순했다. 하기야 어린 시절 소꼽친구들과 놀 때를 떠올려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 마음이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몰두)하면서 기쁨과 휴식, 행복한 피로가 온다. 결국 마음을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행복을 좌우한다.
19세기 ‘근대심리학의 창시자’요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1842~1910) 전 하버드대 교수는 130년전에 이미 이런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방황하는 주의(attention)를 반복적으로 스스로 되가져오는 능력이야말로 그의 판단과 성격, 의지의 뿌리다. 그런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주인이라고 할 수 없다.’
- 저서 ‘심리학의 원리(189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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