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1시간짜리 일에 하루종일 매달릴까..가짜노동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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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이란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을 의미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가짜 노동'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1부 '사라진 시간'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일하는지, 대체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이 일하는지, 노동 시간에 대해 알아본다.
2부 '사라진 의미'에서는 다양한 직업의 취재원들이 가짜 노동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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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가짜 노동'이란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을 의미한다. 공저자들은 동명의 책을 통해 가짜 노동이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의 과잉 노동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깊숙이 탐구했다.
"전혀 힘들지는 않더라도 잔뜩 스트레스 주는 업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업무, 누가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포괄할 '텅 빈 노동'이라는 개념의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 노동"(pseudowork)이라는 적당한 용어를 찾아냈다"(94쪽)
덴마크의 인류학자이자 정치비평가인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실질적인 통계 자료 외에도 노동 전문가와의 대화, 다양한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가짜 노동을 풀어냈다.
덴마크는 노동 시장의 높은 도덕성과 공정성을 자랑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 환경에 불어닥친 큰 변화에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재택 근무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사람들은 업무 환경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재택 근무를 할 때 두세 시간만에 끝낼 수 있었던 일들을, 사무실에서는 몇 배의 시간을 더 들여도 끝내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모두가 시간 낭비라는 걸 아는 큰 프로젝트를 상대적으로 어린 직원에게 그저 뭔가 할 일을 주기 위해 맡긴다면, 이것이 가짜 노동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듣는 회의도 가짜 노동이다. 프로젝터가 꺼지자마자 잊어버릴 프레젠테이션, 일이 잘못되는 걸 막지 못하는 감시나 관리도 가짜 노동이다"(96쪽)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가짜 노동’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말 중요한 일과 하나도 중요하지 않는 일들이 뒤섞여 노동 시간이 늘어나도, 정작 일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
책은 크게 △사라진 시간 △사라진 의미 △시간과 의미 되찾기로 짜였으며 노동자인 독자를 예리하게 찔러댔다가, 세심하게 다독이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1부 '사라진 시간'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일하는지, 대체 왜 아직도 그렇게 많이 일하는지, 노동 시간에 대해 알아본다. 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노동의 본질과 노동량에 대한 내용부터, 공허하고 쓸모없는 노동에 대한 다양한 연구까지 두루 살폈다.
공저자들은 가짜 노동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히 풀어냈다. 잉여 인력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지만 근무시간에 뭔가를 해야하기 때문에 최대한 천천히 일하고, 삼중으로 확인하고, 잠깐씩 딴 데 신경을 분산시킨다는 것.
"만일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10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10시간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일에 25시간이 주어진다면 놀랍게도 그 일은 결국 25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기만적이거나 의도적으로 속이려 해서가 아니라 그저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업무는, 써야 하는 시간에 비례해 중요성이 증가하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127쪽)
2부 '사라진 의미'에서는 다양한 직업의 취재원들이 가짜 노동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준다. 예를 들어 실질적 필요와 상관없이 ‘다른 회사에서 하니까 그냥 우리도 하고 싶어지는’ 것들, 과시적인 말, 중요해 보이는 직함, 조직의 목표 선언과 다양한 꾸밈의 형식,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기나긴 회의로 직장인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훼방 놓는 상황을 설명한다.
3부 '시간과 의미 되찾기'에서는 한 개인이 직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냈다. 또한 가짜 노동을 벗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리자에 대한 의미 있는 조언도 정리했다.
특히 13장 변화를 위한 우리의 전략에서 저자들의 제안은 의미심장하다. "가짜 노동을 그만두기 시작하는 대신 다른 일거리를 찾지는 말자. 그것도 가짜 노동만큼이나 나쁘다…물건을 바꾸기보다는 고치자. 그것이 물건을 더 잘 알게 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창조를 도운 세상에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가짜 노동과 달리 진짜 노동은 반향을 일으킨다"
◇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자음과모음/ 1만68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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