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하던 '생산직' 채우는 '고령자'[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입력 2022. 8.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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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고령 취업자 증가 중 42%가 생산·현장직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전보다 8만명 감소
정부, 5만명 외국인 유입책 내놨으나
빈일자리 23.4만개 채우기 쉽지 않아
"'외국인' 막 들였다가 사회문제..고령 인력 활용이 더 나아"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가 줄어들자 이들이 주로 종사하던 소규모 생산·현장직 일부를 60세 이상 고령자가 채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자가 힘들고 고된 일자리에 채용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력 부족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육체노동 강도가 세고 위험하지만 임금은 낮은 직종을 중심으로 빈일자리(한 달 이내 일이 시작될 수 있는 일자리)가 3년 4개월래 최대치를 찍었다. 이에 정부는 연내 외국인 노동자를 5만명 유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당장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마구잡이로 확대할 경우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라리 고령인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다.

출처: 한국은행


◇ 외국인 노동자 부족에 싹 달라진 ‘고령’ 일자리


올해 고용이 호조세를 보인 것은 대부분 60세 이상 고령자를 중심으로 취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취업자 수는 117만6200명 증가했는데 이중 고령 취업자는 84만6600명 증가했다.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고령 취업자는 주로 어디에서 새 일자리를 찾았을까. 한국은행이 4일 발간한 ‘최근 취업자수 증가에 대한 평가’ 관련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고령 취업자는 다른 연령층이 기피하는 종업원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 생산·현장직, 농림어업직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고령 취업자는 올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39만4000명(공공행정·보건복지 초단기 일자리 제외) 증가했는데 이중 생산·현장직이 16만7000명 증가, 42.4%를 차지했다. 농림어업직에서 7만5000명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생산·현장직, 농림어업직 취업자가 전체의 61.3%를 차지했다. 2020년 36.6%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고령자가 생산직 등에서 취업이 증가한 것은 외국인 노동자 감소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2021년 5월 현재 85만5300명(불법체류 노동자 고려하지 않음)으로 코로나19 이전(2019년 5월) 86만3200명보다 7만9000명 가량 부족한 상태다. 즉, 기업체 입장에선 인력난이 심하다보니 채용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 대신 고령자를 고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 감소와 고령자 취업 증가가 아예 관계가 없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로선 이를 입증할 통계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통계청이 고용통계를 낼 때 내국인, 외국인을 구분해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령 취업자의 일자리와 외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는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다.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6월 발간한 ‘경기도 외국인 노동자 노동 및 생활실태’에 따르면 전국 81만1000명 외국인 노동자(2021년 5월 현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67.5%는 종업원 30인 미만 소규모 업체에서 일을 했고 광공업·제조업에 45.4%가 근무했다. 농림어업도 7.2%를 차지했다. 조립, 기능 종사자(40.7%) 또는 단순노무 종사자(32.2%) 비중도 많았다.

*각 연도별 5월 기준
(출처: 통계청)


◇ 외국인 와도 ‘빈일자리’ 채우려면 인건비 더 올려야 할 수도


인력 부족 현상에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연내 5만명 추가 입국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빈일자리를 메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빈일자리는 6월 23만4000개로 2018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빈일자리율(빈일자리 수를 빈일자리와 종사자수 합계로 나눈 비율)도 1.3%로 2018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외국인 노동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인건비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농촌 지역의 외국인 계절제 근로자의 인건비는 일당 8만원이었으나 올해 13만원 수준으로 60% 넘게 올랐다. 인건비 등 처우 개선 없이는 빈일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아 임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대규모로 확대하는 것은 추후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하게 외국인 노동자를 늘려 인력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계약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대부분 불법체류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이 정착한다면 다문화 가정 증가로도 연결되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민 정책 등과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고령 인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외국인 노동력은 고령 인력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어려움이 크고 숙련 노동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며 “외국인 인력이 고령 인력과 일부 대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년 이후에도 고령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형태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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