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어화(漁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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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의 팔경 중에 '강문어화(江門漁火)'라는 볼거리가 있다.
경포 인근 '강문 앞바다의 고기잡이배 불빛'을 말한다.
지난달 16일에 이어 오는 20일에도 어선 선단이 경포 앞바다에서 집어등 불빛으로 다시 '어화둥둥' 야경을 연출한다.
어획 부진에 고유가, 고금리, 소비시장 위축까지, 다중고에 시달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피서철 지역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꺼이 밤바다로 나서는 어업인들의 수고가 어화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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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의 팔경 중에 ‘강문어화(江門漁火)’라는 볼거리가 있다. 경포 인근 ‘강문 앞바다의 고기잡이배 불빛’을 말한다. 어두운 밤에 출어한 어선 선단이 물고기를 모으기 위해 켜는 집어등(集魚燈) 불빛이 수평선 저편을 훤히 밝히는 장관을 경포의 여덟 가지 구경거리 가운데 하나로 꼽은 것이다. 어선들이 떼 지어 불을 밝힌 모습이 마치 요란하게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어화(漁花)’로 표현하기도 한다.
집어등은 빛에 반응하는 ‘주광성 어류’를 잡기 위한 일종의 유어 시설이다. 여름밤에 불나방 등이 불빛에 달려들듯이 바닷고기 중에도 불빛을 보고 모여드는 야행 어종이 있는데, 오징어, 꽁치, 멸치, 갈치, 고등어 등이 대표적이다. 어선이 집어등을 밝히면 주변으로 먹잇감이 되는 플랑크톤이 모여들고, 그것을 먹기 위해 물고기가 가세하는 먹이사슬 연쇄 현상이 더해지는 것이다.
동해안 어화(漁火)는 오징어가 많이 나는 여름이 제철이다. 땅거미가 질 때쯤 서둘러 출어한 연근해 채낚기어선이 하나둘 집어등을 켜면 수평선에는 거대한 횃불띠를 두른 듯 어화꽃이 만개한다. 야간에 얕은 수면으로 부상하는 오징어는 불빛이 밝을수록 더 잘 잡히는 어종이기 때문에 수십 척의 배가 한꺼번에 불을 밝히면 웬만한 도시 하나를 옮겨놓은 듯 불야성 장관이 펼쳐진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도 고기잡이배들은 송탄유, 석유 등을 이용해 불을 밝혔기 때문에 ‘어화’는 동·서·남해를 가리지 않고 전국의 어장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성행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와 함께 밤바다 어화를 구경할 기회도 거의 사라져 아쉬움이 크던 차에 강릉 어업인들이 직접 어화 연출자로 나서 피서객들에게 한여름 밤바다의 진경을 선물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16일에 이어 오는 20일에도 어선 선단이 경포 앞바다에서 집어등 불빛으로 다시 ‘어화둥둥’ 야경을 연출한다. 어획 부진에 고유가, 고금리, 소비시장 위축까지, 다중고에 시달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피서철 지역관광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꺼이 밤바다로 나서는 어업인들의 수고가 어화보다 아름답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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