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경제] 지방이 살아나기 위한 조건

입력 2022. 8. 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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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야말로 로컬리즘의 토대이자 전부
호평 사례 베끼고 퍼나르던 관성에서 탈피
지역내부의 성장보물을 탐색·발굴해 
산업화하는 내발적 발전모델의 핵심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활발한 사회 이동은 급격한 출산감소를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출산율이 낮은 지역인 서울, 수도권으로 인구이동이 이뤄지면서 균형발전을 저해한다. 사진은 서울의 모습. 게티이미지 뱅크

<41>약한 여럿의 강한 파워 ‘로컬리즘과 균형발전’

잠재 자원을 좇는 서울·수도권행이 심각하다. 문제는 활발한 사회이동이 급격한 출산감소를 낳는다는 점이다. ‘고출산지→저출산지’의 대규모 이동은 출산감소를 심화한다. 평균(0.81명)을 갉아먹는 서울(0.63명) 출산율이 그렇다(2021년). 이로써 도농격차는 더 벌어진다. 균형발전이 인구문제뿐 아니라 고용·주거 등 자원왜곡을 해소할 우선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인구와 자원이 덜 떠나도록 지역환경을 개선하는 취지다. 직주락(職住樂)의 경쟁력·매력도를 높여야 지역정주는 실현된다. 해봤는데 안 먹히면 달라진 접근뿐이다. 관성보다는 혁신이다. 기업유치·행정도시 등 외부자원 의존모델과 함께 자력기반·지역순환을 위한 내발적인 로컬리즘이 필수다. 지향은 지역화로 지역내부에서 착화탄을 발굴·조성해 재생화력을 키우는 식이다. 그래야 정주형 지역잔류·고향귀환의 방아쇠가 가동된다. 방치·소외된 지역자원을 의사결정·사업과정에 투입해 로컬리즘을 키워내는 게 힌트다.


풀뿌리 지역자원 ‘약한 여럿의 강한 경제’

골목상권의 모세혈관이 막히면 지역 전체의 대동맥은 멈춘다. 늦기 전에 뚫어야 지역소멸·인구감소의 전염확산을 막고 생존기반도 지켜진다. ‘작은 여럿의 강한 경제’가 근본처방이다. 로컬리즘형 지역발전이다. 지역형 개별·특수성을 강화한 번영모델이 시급하다. 차별적인 본토 지향을 최대치로 끌어낸 본토 스타일의 제안이다. 지역화로 시작해 세계화로 귀결된 ‘지역화+세계화=세방화(Glocalization)’도 무게중심은 전자에 실린다. 지역화야말로 로컬리즘의 토대이자 전부란 얘기다. 관건은 콘텐츠다. 아쉽게도 많은 방책은 외부사례에 의존한다. 입소문만 돌면 선구지 탐방행렬이 끝없다. 수업료를 줄이며 효과성을 키운다면 좋다. 단 무조건적인 ‘복붙(복사 후 붙이기)’은 곤란하다. 복제유혹은 인지상정이나 손쉬운 표절은 덧없다. 예산낭비·지역피폐의 또 다른 자충수를 낳는다. 어설픈 벤치마킹의 지난한 족쇄 상처는 두고두고 부담된다. 광역·전국화에 감동받을 수요는 없다. 행정·예산처럼 ‘보이는 손’이 빠지면 반짝 효과는 금방 끝난다.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2 내나라 여행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각 지역의 특산품과 공예품 등을 파는 상점을 둘러보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차별적인 콘텐츠는 우리나라 곳곳에도 많이 있다. 연합뉴스

차별적인 콘텐츠는 많다. 흔해 빠진 열등재라 자조하며 주목은커녕 방치한 지역한계조차 역발상의 틈새전략이면 훌륭한 재생자원이 된다. 특화된 스토리로 화제를 모은 로컬브랜드의 영리실험도 있다. 대량생산·전국유통이 아닌 변량생산·지역소비의 가치성·잠재력은 검증됐다. △획일·표준화 전국산업→개별·다양화 지역산업 △대규모 장치우위→지역형 순환중시 △철저한 비용절감→연결적 순환가치 △연쇄적 하청의존→자율적 연계융합 등 시점전환이 중요하다. 이때 콘텐츠는 특수한 지역자산이다. 중앙정책·예산의존의 중후장대형 거대산업보다 지역주도·토종산업의 경박단소형 강소업종이 좋다. 통제불능의 외부환경에 휘둘리는 불확실성을 없애고 지역자립의 가치복원·순환경제도 기대된다. 지역에 숨겨진 보물은 많다. 자연·구조·문화·사회·경제자산 등 특화후보를 발굴해 재발견의 숨결을 넣으면 된다. 지역·계절·문화성을 활용한 음식·주거·환경·경제 등을 개성적인 산업구조로 형성해 일상소비·외부집객을 늘리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지산지상(地産地商)이면 부가가치의 지역잔류도 실현된다. 재정지원·기업유치가 마중물로는 좋아도 지역내부의 산업연관과 끊기면 곤란하다. 지역내부의 성장보물을 탐색·발굴해 산업화하는 내발적 발전모델의 핵심이다. 이게 지속가능한 영리모델이면 지역은 손쉽게 재생된다. 보물을 구슬로 꿴 덕이다.


지역화 차별지점 ‘청년인재+지역공간+특화제품’

지역색은커녕 만족·감동 없는 로컬리즘은 발길·응원을 끊는 자충수다. 남는 건 전시사업의 실적서류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청년인재+지역공간+특화제품’이 뭉쳐 일궈낸 지역화 실험도전이 주목된다. 로컬라이징이란 타이틀로 청년창업·기업지원(ESG)·지역공간이 협업해 소멸 경고를 활력 토대로 전환하는 시도다. 시범모델을 넘어 유사사업은 확대된다. 조심할 건 지역특화를 올곧이 담아낸 차별화다. 논란의 전통시장 청년몰처럼 인위·외부적 작동체계는 무늬만 지역화다. 자생력이 담보된 지역화가 절실하다. 소문난 호평 사례를 경쟁하듯 베끼고 퍼 나르던 관성에서의 탈피가 먼저다. 자립형 역내가치와 교역형 순환경제의 실현공간이 되게끔 지역자원 총동원의 차별화의 힘이다. 빵집 성심당이 화제인 건 대전을 고집한 지역화에 있다. 대전에 안 오면 성심당 빵을 못 사는 지역 한정판 프리미엄이 구매가치를 높였다. 어디든 팔면 편리함은 얻어도 특별함은 잃는다. 해서 고객은 빵보다 가치를 사는 데 의의를 둔다. 지역화가 갖는 매력과 지지의 교환구조인 셈이다. 가치소비다.

로컬라이징도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 훌륭한 매력자산으로 지역성의 화두발굴까지는 바람직하다. 밖에서 들여온 불안한 혁신과 다르다. 외부사례는 참고하되 추종은 곤란하다. 지역화야말로 잊힌 혹은 방치된 매력가치를 부각시킬 혁신모델의 출발지다. 유효한 혁신은 익숙한 공간에서 나온다. 외부유혹에서 벗어나 지역가치를 브랜드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지역성이 젖어 든, 지역색이 자욱한 작은 혁신실험이 반복될 때 차별적인 지역모델은 창출된다. ‘지역→혁신’으로의 변신을 위한 치열한 고민과 철저한 분석이 전제된다. 지역화에 착근한 부활전략은 명분·실리의 양수겸장에 부합한다. 의존적인 개발 관성에서 벗어나 스스로 잘사는 방식을 되찾는 과정인 까닭이다. 외부지원이 끊겨도 홀로서기의 경험·논리만 공감·활용되면 내발적 순환가치는 실현된다. 어쩌면 지역은 지역이 만든다는 당연한 본질에 닿는 과정이다. 현대·도시·산업화의 파고 속에서 잃어버린 지역의 힘과 에너지를 되찾는 일이다. 자본의 집중·표준전략과 세계화의 망상에서 벗어나 자조와 상생·협력의 지역복원이 로컬리즘의 귀환으로 명명되는 이유다.


지역형 강소상권과 정주형 야간경제 부활 필요

지역은 강소경제의 완결무대다. 공간·단위만 작을 뿐 지역 자체는 하나의 경제망이다. 역외와의 분업체계로 효율성을 높이되 지나치면 자생력을 잃는다. 분업하되 지역완결적인 버팀목은 필수다. 내부순환으로 생명선을 지켜내는 차원이다. 재생사업 후 창출성과가 유출되면 남는 건 없다. 독립경제는 탄탄할수록 좋다. 농산어촌의 소멸경고는 밥벌이를 찾아 떠난 엑소더스다. 그들을 잔류·유입시킬 자생적인 경제기반이 없으면 상황은 악화된다. 젊을수록 전출 유인은 더 강력해진다. 교육·취업용 지역탈출의 방어기제는 안 떠나도 충분히 즐겁게 살아가는 기반조성뿐이다. 직주락의 정주조건이 완비된 지역경제라면 모세혈관의 건강한 순환도 이뤄진다. 작게는 ‘노동→소비→저축’, 크게는 ‘생산→분배→지출’의 삼면등가가 먹혀 드는 지역판 경제순환가 답이다. 이때 역내경제는 저절로 승수효과에 닿는다. 강조컨대 외부의존의 ‘보이는 손’은 제한적이다. 위와 밖의 낙수효과도 좋지만, 길게는 밑에서 뿜어내는 분수효과가 좋다. ‘밖에서 온 큰 하나’보다 ‘안에서 숨쉬는 작은 여럿’의 힘이 좋다. 미약한 여럿의 소소한 협력이야말로 지역내부의 순환경제를 일궈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제격이다. 특화가치·소형거점의 집합성과면 지역형 강소점포는 외자형 대형파워에도 밀리지 않는다.

행정도시 세종시는 야간·주말경제의 정체로 인구집적의 기대효과를 아직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박리다매형 상품판매는 지역가치를 훼손한다. 외지도매로 마진을 얹어 파는 것보다 독특한 스토리를 입혀 지역화하는 한정전략이 유효하다. 기획부터 제조·판매까지 차별화된 지역맞춤형 강소제품이 대안이다. 지역화된 구매·경험일 때 희소가치에 따른 수익도 개선된다. 역외의존적 ‘고매출·저수익’이 아닌 역내창발적 ‘저매출·고수익’의 집적전략이 제안된다. 지역형 소형경제의 잠재력이다. 야간경제의 지역상권도 잠재후보다. 생활형 정주인구답게 주간인구보다 중요한 건 야간인구다. 직주분리의 도시일수록 주간·야간인구의 분리현상은 심각하다. 낮에 일하고 밤에 떠나는 이동패턴 탓이다. 정주환경의 미비는 생활경제의 부족을 뜻한다. 자생적인 자립순환도 제한된다. 행정도시를 표방한 세종의 막혀버린 순환경제만 봐도 그렇다. 인구집적의 기대효과와 달리 야간·주말경제의 정체현상이 빚어낸 한계다. 먹고 마시며 걸어다니는 상권이 중요하다. 소비집적의 상권공간이 많을수록 지역경제는 활기차다. 야간경제는 쇼핑몰·인터넷 등 언택트로 대체하기 힘든 수요로 경쟁도 적다. 궁극적으로 직주일치의 순환경제에 우호적이다. 몰락한 구도심이 창업기업·청년거주·상권복원과 함께 개성적인 자립경제를 완성해낸 서구사례의 교훈이다. 궤도이탈의 이기·독주보다 상생·타협의 실현무대로서 로컬리즘발 지역귀환은 새로운 시대화두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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