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탄소, 에너지 분야에서 놓아줄 시간 온 듯

국제신문 2022. 8.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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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소설 ‘콘택트’에서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고 이야기했다.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마블 시리즈에는 매번 새로운 외계 생명체들이 등장하며 끊임없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 중 ‘스파이더맨3’에 등장한, 모래로 구성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샌드맨을 기억하는가. 왜 작가는 규소를 기반으로 구성된 외계 생명체를 그렸을까?

인간은 탄소 기반의 생명체이다. 탄소는 뼈 근육 신경 수용기까지 인간의 모든 인체 기관을 구성한다. 탄소 원자는 다른 탄소 원자나 수소 원자, 그 외에 여러 원자들과 직접적인 공유 결합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원자가가 4가로 다른 원자들과 최대 4개의 결합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탄소의 특징은 결합을 통해 수천만 가지의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기에 생명체 구성에 가장 유리한 원소가 되는 것이다.

원자번호 14번 규소 역시 4족 원소로 다양한 결합을 할 수 있다. 탄소와 규소는 한 번에 4개의 원소들과 결합할 수 있는 유이한 원소이다. 또한 규소는 산소 다음으로 풍부한 원소로 주변에서 모래의 형태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사실이 샌드맨을 탄생시키고 탄소 생명체가 아닌 규소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만든 것이 아닐까.

이처럼 무궁무진한 결합을 만들어내는 탄소에 주목해 보자. 어릴 적 과학 교실에서 연필의 성분인 흑연으로 고온과 고압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탄소이지만 원자의 배열이 다른 동소체의 성질에서 나온 과학적 사실이다. 연필심과 다이아몬드로만 기억되었던 탄소는 주요 화석연료에도 존재하고 있다. 석탄은 육각형 형태로 구성된 탄소에 수소가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분자식을 보면 수소 원자 대 탄소 원자의 비율이 1대 1~2이다. 수소 대비 탄소의 함유량이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석유는 수소원자 2개에 탄소 원자 1개가 결합해 있으며 천연가스는 수소 원자 4개에 탄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해 있다. 분자식을 통해 에너지 기술의 진보에 따라 탄소 방출량은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연소과정에서 탄소와 산소가 만나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85%로 이상기후의 주범이다. 화석연료의 연소로부터 배출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점차 산화되어 대기 중 황산염과 질산염을 생산했고, 이는 산성비와 산성 안개를 만들었다. 탄소와 수소의 결합에 의해 방출된 에너지는 지구온난화를 야기했다. 우리가 탈탄소화를 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기존 에너지원의 붕괴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수소의 저장 보관 운반 기술의 발달로 원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져야 한다. 또한 수소 충전 인프라를 지원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접한 수소 관련 설문지에서 수소 충전소를 위험적으로 묘사한 문항을 보며 수소에 대한 인식개선과 주민 수용성이 아직은 불충분함을 느꼈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가 발표한 자연발화온도, 연료 특성, 불꽃 온도 등의 특성에 따른 연료별 상대적 위험도를 보면 수소의 상대적 위험도가 1일 때 도시가스는 1.03, LPG는 1.22, 가솔린은 1.44의 수치를 보여, 수소 위험도가 가장 낮음을 알 수 있다.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는 양성자 하나에 전자가 하나 결합되어 있는 경수소여서 폭발의 위험성이 적다. 수소폭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자연에서 거의 추출할 수 없는 인위적인 물질이다. 수소연료와 수소폭탄은 물리적 성질이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원자가 4가로 다양한 탄소 화합물을 만드는 탄소(C). 탄소는 수소와 결합으로 화석연료가 되어 문명을 발전시켰다. 인체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의 모든 곳에 스며들어 편리함을 얻은 대신 환경을 잃은 인류는 이제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탄소를 놓아줄 시간이 온 듯하다.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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