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한일 관계서 지지율이 중요한 이유
국민 지지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계 개선 협상 발목 잡을 수도
'위안부 합의' 경험 기시다 총리
안정된 韓정부와 대화 바랄 듯
또 지지율이 이런저런 이슈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면 총리는 개각이나 집권 자민당의 개편으로 반전을 꾀하기도 한다. 최근 기시다 총리가 코로나19 재유행과 자민당 의원의 특정 종교단체 관련 문제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각료 19명 중 14명을 바꾼 게 그런 예다. 따라서 일본 주요 신문을 비롯한 언론은 지지율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매월 또는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내각 지지율을 조사하고 흐름을 분석한다.
지지율에 민감한 일본 언론에 요즘 한국 정부의 저조한 지지율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기사에는 '(저조한 지지율로)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는 분석이 달리곤 한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지지율에 관심을 갖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한일 관계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한일 관계에 관심 있는 일본 인사들과 얘기해 보면 '관계 개선을 기대했는데, 한국 정부 지지율이 낮으니 잘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언급이 나온다. 이들 발언에는 두 가지 정도 측면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지지율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는 한국 정부 '운신의 폭'이다. 관계 개선을 위해 협상하다 보면 한국이 얻어내는 것도 있겠지만 제안·양보해야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일본은 한국이 내놓는 제안·양보가 경우에 따라 우리 정부 지지율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런 입장은 '보수'를 신경 써야 하는 일본 정부도 비슷하다. 따라서 양국 정부 지지율이 높은 상태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둘째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기억이다. 2015년 한국에는 위안부 합의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권교체 후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됐던 경험은 쓰다. 더욱이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인물이 당시 외무상이던 기시다 총리다. 관계 개선을 위해 합의해야 한다면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정권과 하는 게 차후 '합의 유지' 측면에서 보다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일본 분위기다.
결국 우리 정부 지지율은 일본이 어떤 자세로 협상에 나설지를 결정하는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한국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협상장에 나왔다'는 자신감을 일본에 보여주며 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서 지지율은 중요하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kks1011@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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