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10년 전 오세훈, 10년 후 이준석
"무상급식도 길게 보면 보편적 복지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며 유승민 전 의원 등 당에서 만류했지만 '끝까지 누가 옳은지 해보자'던 오 시장은 투표 다음날 기자실에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 몇 달 전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직전 한 상갓집에서 만난 오 시장은 '확' 달라져 있었다. 옆 사람 잔에 술이 비면 잔을 채워주는 배려가 생겼고 압도적 우세에도 "끝까지 봐야 안다"며 겸손함을 갖췄다. 선거운동 슬로건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걸었다.
케케묵은 얘기를 꺼낸 건 젊은 시절 오세훈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뿐 아니라 쾌도난마 화술과 논리·팩트로 논쟁에서 '이기는 보수' 모습을 본 건 오세훈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해 몇몇뿐이다.
지난 주말 당윤리위원회 중징계 후 첫 기자회견장에서 이 대표는 '눈물'을 보였다. 눈물의 의미가 '분노'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을 맹폭하면서 "싸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원 소통 공간'을 마련해 여론전을 이어가고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을 발간하겠다고 했다. '끝까지 누가 옳은지 해보겠다'는 거다.
굳이 실명까지 찍어주지 않아도 국민이 누가 국정 난맥과 당 혼란의 단초 제공자인지 잘 안다. 단지 민생과 '1'도 상관없는 짜증스러운 내분을 매일 마주하기 싫을 뿐이다. 집안싸움은 원인을 떠나 '망치·모루'를 먼저 든 쪽이 결국 패륜아 취급을 받는다. 지난 6월 이 대표와 인터뷰할 때 오 시장과 차기 대선 경쟁 가능성을 물었더니 "저는 아무리 늦어도 남들보다 최소 10년은 빠르다. 길게 보고 정치하겠다"고 했다. 길게 보는 정치엔 '망치·모루'보다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치부 = 이지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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