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폭우가 남긴 것

한상헌 2022. 8.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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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기습폭우 피해가 심각했던 서울 동작구 지역을 직접 찾아보니 모든 것이 휩쓸려 가고 없었다. 건물 밖엔 망가진 가구와 기계, 가재도구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가게 안은 각종 쓰레기와 흙탕물로 엉망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은 기약 없는 영업 재개 가능성에 막막해 보였다.

이번 폭우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지난 8일 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1시간 동안 비 141.5㎜가 내리며 비공식이지만 서울지역 1시간 강수량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지역에 하루 동안 내린 강수량도 381.5㎜로 1907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 만에 가장 많은 양으로 집계됐다. 신문과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끔찍했던 폭우 현장을 담은 생생한 사진과 영상이 계속해 올라왔다. 서울대공원에는 침수 피해를 입은 외제차가 줄 서 있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우리 사회의 재난관리 구멍이 여실히 드러났다. 8일 서울 서초구에는 한 남매가 폭우 상황 속에서 맨홀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이 있었다. 같은 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선 반지하 주택에 살던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했다. 이들은 당시 경찰과 소방당국에 신고를 해봤지만 순식간에 차오른 물로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 영화 '기생충'에도 그려졌던 반지하 침수 장면이 그대로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비 피해 상황도 심각했다. 15일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14명의 사망자와 6명의 실종자가 나왔고, 주택 파손·침수를 당한 이재민이 19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뒤늦게 반지하 퇴출을 추진하고, 맨홀에 그물망이나 철 구조물 형식의 추락 방지 장치를 시범 도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여느 수해 때와 마찬가지로 참혹한 흔적을 남긴 듯하지만 그래도 희망이라면 '이웃의 정'을 다시 느꼈다는 것일 테다. 폭우 피해가 극심했던 동작구 영업장을 찾은 한 자원봉사자는 "휴가를 제쳐두고 달려왔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지금도 밤낮없이 자원봉사자들은 수해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다. 이재민이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 따뜻한 손길을 원하는 이웃을 남 일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

[사회부 = 한상헌 기자 arie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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