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1한" 외교문란 규명 통한 '국가 바로 세우기' 기회로

이종윤 2022. 8. 15. 23: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 3불 요구 과해..한미 동맹을 약화하려는 의도"
'7차 핵실험 대비 군사태세 조정' 미 정부 언급 주목"
中 허위·과장, 前정부 관련 언급여부 철저 규명 필요
주권 사안, '3불' 재논란 없게 전략적 승부수 던져야..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 9일 한·중 외교장관회담 후 다음 날인 10일 박진 외교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사드 문제와 관련해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은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우리의 안보 주권 사안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이른바 '3불'은 합의나 약속이 아니라는 점을 중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중국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사드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1한(限·사드 운용제한)'의 정치적 선서를 정식으로 했다"며 "중국 측은 한국 정부의 이런 입장을 중시해 한국 측에 양해를 했고 중한 양측은 단계적으로 안전하게 사드 문제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12일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3불 요구’가 과한 것은 물론 한미 동맹을 약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에 ‘장단기 군사대비태세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점에도 주목하고 북한이 비효율적인 경제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늘 자신들을 포위하려 한다고 생각해 온 중국 베이징에서 태평양을 바라보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나라는 한국"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는 방어적 수단의 미사일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그들의 실제 미사일 역량은 진전을 이루지 않았다고 판단해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장애물로 인식, 중국은 한국에 필수적인 사드문제에 집착해 그들이 얻지 못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 국장은 "중국이 사드에 반대하는 이유는 한미동맹을 역내 문제가 아닌 '북한으로만 국한하려는 전략적 목표' 때문"이라며 "한국 정부와 국방부, 언론이 한반도에 ‘3불’을 적용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철저하게 거부한 건 매우 명백해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받아들여지지 않겠지만 이런 기저에 있는 중국의 안보 우려는 여전하고 앞으로도 대화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중국이 5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한 것에 대해 '진부하다'며 중국은 늘 숫자 붙이는 것을 좋아한다며 ‘3불’이나 ‘4 뭐가 됐든’, ‘6자’ 등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 그런 선전가 같은 말에 주목하지 않고 "저는 ‘5가지 그러거나 말거나’로 부르겠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스나이더 국장은 "중국이 한국에 요구한 5가지 요구에서 △한·중의 관계가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과 △'공급망 문제와 관련해 개방이 필요하다는' 두 가지 요구는 한·미 안보 동맹이 나아갈 방향에 직접적인 도전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 반도체 동맹인 ‘칩4’ 예비회의 참석을 결정했지만 이번 회의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밝혀 중국에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에 대한 의구심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배치가 임박한 6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기지에서 미군들이 배치된 사드 주변에 모여 있다.국방부는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에 따라 이번 주 중 사드 추가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브라운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매우 좋은 친구 관계를 맺고 있지만 중국과 앞으로 천 년을 이웃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선거에서 이겼고 중국에 꽤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한계도 있다. 한국 경제도 걱정해야 한다. 경제 문제가 대두되면 어려움을 겪게 될 윤 대통령은 중국을 대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을 불쾌하게 할 어떤 행동에도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냐는 질문에 대해 스나이더 국장은 "펠로시 방문 문제를 제외하면 한국은 많은 사안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 실수가 아니었다는 건 아니지만 영향이 비교적 미미할 것으로 본다"고 답하고, 박 장관이 중국 측에 북한의 대화 복귀를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 전문가들은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들의 핵실험을 미국이 일반적인 각본에서 대응도 늘 하던 방식일 것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이번 주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매우 분명히 했다며 이건 일반적인 각본에 있는 게 아니기에 북한이 자신들의 가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나이더 국장은 "김정은이 집권 초기 국방력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병진정책을 주창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를 목격했고 군사력 외 북한이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조정이 필요하다. 경제적 측면을 어떻게 다룰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합의든 약속이든 ‘3불’ 언급은 그 자체로 국가주권을 타국이 간섭하도록 여지를 조성한 외교문란에 가까운 미숙한 행동"이라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이번에 ‘1한(限·사드 운용제한)’마저 불거지면서 심각한 외교문란적 상황이 펼쳐질 우려가 크다며 따라서 외교문란으로 국격과 주권이 약화하지 않도록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며 우선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안이 유야무야 지나간다면 중국이 한국은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된다는 식으로 인식해 비상식적 외교행태를 지속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중국이 자국이익을 위해 허위·과장을 하는 것이라면 '중국에 강력히 항의'하며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도 공론화해야한다"며 "중국이 없던 것을 갖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면 이에 말려들지 않도록 지략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1한’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언급한 것이라면 TF라도 구성해서라도 지난 정부에서 한국의 대중국 외교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며 "이 때문에 기배치된 사드 성주기지 정상화가 지지부진했던 것인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반 센터장은 "‘1한’ 진실공방과 별개로 이번 기회에 ‘3불’ 문제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면서 "‘3불’ 문제는 폐기하고 말지를 중국에 통보할 필요도 없는 한국의 주권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이번 중국의 사드에 관련된 언급은 한국의 안보와 국익의 입장에서 '한국이 주권을 갖고 결정하면 되는 사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원칙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가운데 더 이상 중국이 ‘3불’에 대해서 논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전략적 승부수를 던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중국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명백히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며 중국은 한국 측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중국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명백히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치며 중국은 한국 측에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