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민심난독증 안 고치면 답 없다

김환기 2022. 8. 15. 23: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尹 대통령, 국민 뜻 읽는 능력 부족
인사 실패, 졸속 정책 추진 이어져
변하지 않으면 지지율 회복 요원
뺄셈 정치 멈추고 덧셈 정치 해야

“민심과 함께하면 실패할 것이 없고 민심과 함께하지 않으면 성공할 것이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이다. 깨어 있는 민심을 거스르느냐, 따르느냐가 정치지도자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 추락의 늪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의 처지는 일찍이 민심의 중요성을 설파한 링컨의 명언을 새삼 곱씹어 보게 한다.

‘긍정 평가 25%, 부정 평가 66%’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표다. 국민의 ‘심리적 탄핵’을 당한 상태로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점수다. 이래서야 대통령의 권위와 영이 제대로 서겠나. 정책 추진의 동력을 얻기 힘들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표를 준 국민들이 ‘죄인’의 심정이 된 현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환기 논설실장
저조한 지지율은 외적 요인이 아닌 연이은 자책골의 결과물이다. 자책골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을 키웠다. 검찰 출신 편중에다 친분과 연고를 앞세운 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잦은 도어스테핑(약식 회견) 실언과 독단적인 국정운영, 여기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내부 총질’ 문자와 김건희 여사의 공사 구분 논란까지 덮쳤으니 지지율 급락은 필연적이다.

윤 대통령은 왜 자꾸 자책골을 넣는 걸까. 민심난독증과 그에 따른 뺄셈 정치가 원인이다. 국민의 생각과 기대를 읽지 못하는 민심난독증은 정치지도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민심난독증이 중증이다. 인사와 정책에서 그 증상이 확인된다. 첫 내각 인사에서 안철수계 인사를 배제한 것은 불신을 자초한 악수였다. 대선 단일화 때 약속한 공동정부를 껍데기로 만든 것 아닌가. 안철수 지지자들과 중도층의 배신감이 컸으리라. 그만큼 지지율은 빠졌을 것이다.

균형과 다양성을 배려하지 않은 인사는 최대 패착이었다. 능력도 있고 지역, 세대, 성별, 학교, 직종이 조화를 이룬 탕평 인사의 장점은 국민통합과 덧셈 정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능력제일주의를 인사 기준으로 내세우며 뺄셈 정치를 선택했다. 국민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꼴이다.

문제는 발탁된 인사들이 윤 대통령 지인이 많은 데다 능력 부족을 드러내고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상징적 가치인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인사를 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만취운전 등 흠결이 많은데도 임명을 강행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학제개편 사고를 쳐 낙마하는 바람에 독선적이라는 이미지만 심어졌다. 민심을 얻는 방법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뿐인가. 부실 인사 지적에 “전 정권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며 발끈한 윤 대통령의 모습은 오만으로 비쳐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 이 대표와의 관계도 그가 20, 30대 지지층이 탄탄하고 대선 기여도가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 총질’ 문자를 하는 대신 좀 더 배려를 하는 통 큰 정치를 했어야 옳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복기해보면 어쩌면 이렇게 지지층이 떨어져 나갈 일을 일관성 있게 이어갔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국민만 생각하며 일을 한다”고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국민의 생각과 기대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정치적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민심난독증을 속히 치유해야 한다. 그 시작은 다양한 민심의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잘 받드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을 더욱 다지게 됐다”고 밝힌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깨어 있는 국민들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인사를 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치·사회 원로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조언을 듣고, 쓴소리를 하는 ‘레드맨’을 곁에 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변하지 않으면 지지율 반전은 요원하다.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 인사에서 확 바뀐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능력과 도덕성, 다양성 논란이 또다시 제기돼선 희망이 없다. 민심난독증 치유는 윤 대통령의 지상과제다. 정권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김환기 논설실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