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영의도시산책] 우리 모두의 땅, 땅, 땅
곳곳서 거품 붕괴 경고등 켜져
尹정부도 잇단 포퓰리즘 정책
日처럼 '잃어버린 시절' 올 수도
박경리의 소설 ‘토지’는 땅에 뿌리박고 살아온 우리 농본사회의, 땅에 대한 끈적끈적한 애착과 토착적 본능의 기록이다. 땅은 우리 삶의 바탕이고 근원이었다. 땅은 그러나 또한 소중한 경제적 재화로서 인간을 탐욕스럽게 만들기도 하였다.
세계 제일의 부국 미국은 토지투기로 이루어진 나라다. 맨해튼을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 24달러에 사고, 미시시피강 서쪽의 광대한 땅을 프랑스로부터 1500만달러에, 알래스카는 러시아로부터 720만달러에 사들였다. 모두 헐값이었다. 그리고 서부로 남부로의 개척은 땅투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갤브레이스는 ‘경제사여행’에서 1920년대에 플로리다를 휩쓸었던 토지투기를 미국 경제사의 큰 획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부국의 기틀이 잡혔다.
우리나라의 땅은 작고 척박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쓸 만한 평지는 많지 않다. 산을 빼고 난 평지를 나누면 국민 1인당 고작 230평(약 760㎡)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럴까? 땅에 대한 애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깊다.
땅에 대한 애착 탓에 개발연대 동안 계속 땅값이 춤추었다. 정부의 북소리, 피리소리에 맞춰 개발의 바람 따라 춤을 추었다. 불도저가 움직이는 곳마다 땅값은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다. 재테크란 이름 아래 투기판이 벌어지고, 전 국민이 부동산 전문가가 되었다. 이렇게 지난 수십년간 우리의 땅값은 엄청난 속도로 올랐다. 소비자물가나 임금 수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땅은 황금알을 낳아왔다. 물론 땅의 부가가치는 높아졌다. 용도변경과 개발행위로 땅을 고도 이용하게 되었고, 단단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여 산업생산과 연결되었다. 땅값이 높아진 것은 땅의 효율적 이용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대가이기도 하다.
땅값의 폭등도 문제이지만 토지소유의 편중도 문제다. 한국부동산원이 추계한 바에 의하면 2018년도 땅값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잠재소득(잠재자본이득+임대소득)이 770조원. 국내총생산(GDP)의 40%였다. 부동산불로소득(실현자본이득+순임대소득)만도 GDP의 20%였다.
개인소유 토지 중 상위 10%의 사람들이 전체 민유지의 80%(가격 기준)를 점유하고 있으니 땅값이 춤출 때마다 국민 분배구조는 왜곡되어 왔다. 토지의 개인소유에 대한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81(2019년 기준)로 소득이나 자산 전체에 대한 지니계수보다 높다.
우리는 땅 부국(富國)이다! 자원 하나 변변한 것 없는 조그마한 반도의 반쪽이? 우리나라 전체의 땅값이 9680조원(2020년 기준, 한국은행 자료). 이는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2.2∼3.6배에 이르는 영국, 독일의 땅값 전체보다도 높다. 일본 땅값 총액이 1경2500조원. 우리나라 사람이 영국, 독일, 일본인 평균보다 훨씬 많은 땅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그만큼 더 부자일까?
물론 자산 개념에서 보면 토지뿐 아니라 건축물, 인프라, 그리고 금융자산까지 합쳐야 하지만 이들 중 토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산은 70%가 땅이다(아파트값도 거의 점유부지가격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아파트 팔아 미국에 가서 근사한 저택 두 채 사서 하나는 세 주며 사는 은퇴자 이야기는 주변에 흔하다.
땅의 거품 탓이다. 고평가된 것이다. 개발연대부터 쌓였던 거품이 문재인정부의 계속된 헛발질로 거대한 괴물이 되었다. 고지가(高地價) 거품은 우리에게 너무 무거운 멍에이자 짐이다. 과거 1990년대 일본에 부동산 광풍이 불 때, 긴자(銀座)의 땅 일부만 팔아도 미국 땅 절반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 거품이 결국 터졌다. 그 충격으로 일본 경제는 서서히 침몰하여 지금까지 ‘잃어버린 30년’의 고통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경고등이 여러 곳에서 깜빡이고 있다. 시중에 엄청 풀린 돈,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이에 대응한 금리 인상, 이어서 나타날 경기침체와 부동산 붕괴의 연쇄적인 신호가 울리고 있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절이 우리에게도 올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크다.
나라 경제 사정이 이러한데 윤석열정부는 주택 270만호 건설이니 용적률 상향이니 용산 개발이니 하며 전혀 생뚱맞은, 북 치고 피리 불던 개발연대의 포퓰리즘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피리소리에 따라 토지거품이 터질까, 아니면 다시 치솟아 오를까?
이건영 전 국토연구원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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