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여기가 로두스다

2022. 8. 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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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5종 경기 선수인 한 허풍쟁이는 자신이 로두스섬에서 올림픽 승자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사람들에게 자랑했습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이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us)!" 라고 했더니 잠잠해지더랍니다.

우리 인간도 시련이 닥치면 어두운 밤으로 숨어듭니다.

그러나 우린 어둠을 발효시켜 지금 여기서 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방아깨비가 하나 남은 뒷다리로 자기 몸보다 커다란 춤을 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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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수
언제 저지르나 저질러 버리나
언제 살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타타타 자신을 뛰어넘나
가로수 아래 풀잎을 기대고 방아깨비는
하나 남은 뒷다리
밤으로 숨어든다
불거진 겹눈이
최소한의 유배자처럼 웅크린다
없는 두 무릎을 굽혀 보다가
꽁지를 들어 보다가
언제 더듬이를 세우나
가야 할 곳으로
육차선 가득히 불빛은 달려가는데
언제 스스로를 안무하여
타타타 뛰어오르나
부싯돌을 부딪듯이 날개를 부딪쳐
초록 불빛을 일으키나
어둠이 발효시킨
몸보다 커다란 춤을 추나
 
고대 그리스의 5종 경기 선수인 한 허풍쟁이는 자신이 로두스섬에서
올림픽 승자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사람들에게 자랑했습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이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us)!”
라고 했더니 잠잠해지더랍니다. 이 이야기는 이솝우화에 나옵니다.
철학자 헤겔은 법철학 강의 서문에서 이 이솝우화를 현재성과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말로 인용했으며, 카를 마르크스도
“바로 이 자리에서 네 실력을 보여라”라는 뜻으로 썼습니다.
가장 중요한 두 뒷다리 중 하나 남은 방아깨비는 없는 두 무릎을 굽혀보기도 하고,
꽁지를 들어보기도 하고, 더듬이도 세우면서 언제든 뛰어오를 준비를 합니다.
우리 인간도 시련이 닥치면 어두운 밤으로 숨어듭니다.
그러나 우린 어둠을 발효시켜 지금 여기서 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방아깨비가 하나 남은 뒷다리로 자기 몸보다 커다란 춤을 추듯이.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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