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저지르나 저질러 버리나
언제 살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고
타타타 자신을 뛰어넘나
가로수 아래 풀잎을 기대고 방아깨비는
하나 남은 뒷다리
밤으로 숨어든다
불거진 겹눈이
최소한의 유배자처럼 웅크린다
없는 두 무릎을 굽혀 보다가
꽁지를 들어 보다가
언제 더듬이를 세우나
가야 할 곳으로
육차선 가득히 불빛은 달려가는데
언제 스스로를 안무하여
타타타 뛰어오르나
부싯돌을 부딪듯이 날개를 부딪쳐
초록 불빛을 일으키나
어둠이 발효시킨
몸보다 커다란 춤을 추나
고대 그리스의 5종 경기 선수인 한 허풍쟁이는 자신이 로두스섬에서
올림픽 승자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사람들에게 자랑했습니다.
듣고 있던 사람들이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Hic Rhodus, hic saltus)!”
라고 했더니 잠잠해지더랍니다. 이 이야기는 이솝우화에 나옵니다.
철학자 헤겔은 법철학 강의 서문에서 이 이솝우화를 현재성과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말로 인용했으며, 카를 마르크스도
“바로 이 자리에서 네 실력을 보여라”라는 뜻으로 썼습니다.
가장 중요한 두 뒷다리 중 하나 남은 방아깨비는 없는 두 무릎을 굽혀보기도 하고,
꽁지를 들어보기도 하고, 더듬이도 세우면서 언제든 뛰어오를 준비를 합니다.
우리 인간도 시련이 닥치면 어두운 밤으로 숨어듭니다.
그러나 우린 어둠을 발효시켜 지금 여기서 뛸 힘을 갖고 있습니다,
방아깨비가 하나 남은 뒷다리로 자기 몸보다 커다란 춤을 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