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기후변화 해결 없이 재난대책도 없다

2022. 8. 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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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폭염에 숨이 막히고, 하루는 폭우에 시달리는 여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도시가 물에 잠기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기상관측 이래 어쩌고' 하는 듣기 싫은 말이 자주 들려온다.

마크 라이너스의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세종 펴냄)에 따르면, 우리가 해마다 겪는 기록적 폭우, 강력한 폭풍, 맹렬한 산불, 폭염과 혹한, 해수면 상승, 물 부족 현상 등 우리 삶을 지옥에 빠뜨리는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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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1도 오를 때마다 홍수·가뭄 심화
방치하면 극단적인 기후위기 부를 수도
하루는 폭염에 숨이 막히고, 하루는 폭우에 시달리는 여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도시가 물에 잠기고 사람이 목숨을 잃는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기상관측 이래 어쩌고’ 하는 듣기 싫은 말이 자주 들려온다. 일찍이 알베르 카뮈가 통찰했듯, 대안 없이 반복되는 숫자는 인간을 재난에 길들인다. 어쩔 수 없다는 듯, 인간의 무구함과 권력의 무책임을 무의식에 주입한다. 그사이 재난의 상황은 심화하면서 ‘반지하’가 상징하는 약자들부터 먼저 잡아먹는다.

마크 라이너스의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세종 펴냄)에 따르면, 우리가 해마다 겪는 기록적 폭우, 강력한 폭풍, 맹렬한 산불, 폭염과 혹한, 해수면 상승, 물 부족 현상 등 우리 삶을 지옥에 빠뜨리는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오른 현재 상황에서도 무서운 재앙을 일으키고 있다.

지구 가열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오르는 데 150년 걸렸으나, 2030년이면 그 숫자가 2도로 바뀐다. 결과는 끔찍하다. 북극해 얼음이 사라지고, 남극의 해빙이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극단적 홍수나 가뭄이 빈발하고, 폭염과 한파가 심해져 사람 살기 힘든 세상이 한없이 이어진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를 부른다. 밀, 보리, 사탕수수, 쌀, 옥수수, 유채, 콩 등 주요 작물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해마다 최소 50만명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다. 돈으로 부족한 식량을 사들이는 세계도 없어진다.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한 세계에서는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이 무려 1억t 감소해 교역량 대부분이 사라진다.” 아울러 병충해 등이 증가해 전 세계 식량 수확량이 25% 감소하고, 바다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바다가 텅 비기 시작한다.

북반구 모든 도시의 기후는 남쪽 1000㎞ 아래, 아열대 기후로 이동한다. 서울이 타이베이나 오키나와로 변하는 것이다. ‘화난 여름’은 냉난방 역량을 잘 갖추지 못한 이들을 열사병과 죽음으로 몰아넣고, 뎅기열, 황열병, 지카열,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을 퍼뜨리며, 물 부족과 집중호우의 불규칙 순환을 일상으로 만든다. 기후파괴가 수천년간 온대기후에 적응해서 살아온 우리 신체와 문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여기까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우리의 정해진 운명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3도가 오르는 2050년엔 극심한 폭염과 극한의 가뭄으로 식량부족이 현실화하면서 문명 붕괴가 시작되고, 2075년 4도가 오르면 전 지구적 대멸종이 벌어지면서 인류 절반이 피난처를 찾아 떠돈다. 2090년 5도가 상승하면, 열 충격 탓에 대량 식량 생산이 불가능해져 도시 대부분이 버려지고, 지구 생물 전체에서 대규모 멸종이 발생한다. 2100년 6도가 오르면, 자연 발화 탓에 지표면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지구는 생명 대부분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연평균기온은 약 섭씨 1.4도 상승했다. 반지하 탓에 재난이 생긴 게 아니라 사람이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사회여서 재난이 벌어졌듯, 기후변화 해결 없이는 대심도 터널을 만들고 제방 높이를 올려도 아무 소용 없다. 다가올 재앙이 이를 뛰어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사람만이 언 발에 오줌을 누면서 안심한다.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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