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아베처럼 '전쟁 참회와 반성' 외면
직접 야스쿠니신사 공물 봉납
아시아 침략 책임 관련 '침묵'
각료들은 3년 연속 신사 참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의 2차 세계대전 패배 77주년을 맞은 15일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침략과 전쟁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는 대신 대리인을 통해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납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해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 이 결연한 다짐을 앞으로도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아직 다툼이 끊이지 않는 세계에서 우리 나라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 아래 국제사회와 힘을 합쳐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기시다 총리 부임 후 첫 추도식이었다. 아베 신조·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들에 비하면 온건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가 일본의 한국 등 아시아 침략에 대해 언급할지가 주목됐지만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1994년 이래 일본 총리들은 매년 추도식에서 ‘참회와 반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2012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로 이 같은 표현이 사라졌다. 기시다 총리도 아베 전 총리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기시다 내각의 각료들은 이날 잇달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 현직 각료의 참배는 3년 연속 이어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 아키바 겐야 부흥상,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지난 13일에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이 참배했다.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명이 합사돼 있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추도식에서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시지다.
올해 추도식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1000명 규모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이전 6000명에 비해 참가 인원을 대폭 줄였다. 추도식 서두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희생자를 비롯한 사망자들을 위해 1분간 묵념을 올렸다. 전몰자의 유가족도 점점 고령화되고 있어 70세 이상이 약 80%를 차지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야스쿠니신사에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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