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칠성 개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의지로 닫아야"

김현수 기자 2022. 8.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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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인 15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에서 ‘개 도살’ 영상을 보던 동물보호단체 한 회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현수 기자
동물권 단체, 말복 맞아 집회
시장 내부·보신탕 골목 행진
홍 시장 “개인 자유” 발언에
“말 바꾸지 말고 공약 지켜라”
식당선 “범죄자 취급” 불만

“하지 마라. 죽이지 마라!”

말복인 15일 낮 12시 대구 북구 칠성종합시장. 커다란 스크린에 망치를 든 노인과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개가 등장하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화면 속 노인이 개를 향해 여러 차례 망치를 휘두르자 동물보호단체 회원 대부분이 오열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들은 동물권대국민연대(동물권혁명 캣치독팀·동물권행동 카라·동물보호단체 리본 등 15개 단체)로, 이날 ‘개식용·개시장 철폐’ 집회를 위해 서울과 부산 등에서 모였다. 이들은 ‘인권유린 개식용 철폐’ ‘보신탕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한 그릇’ 등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있었으며, 개의 죽음을 상징하는 영정과 국화꽃을 든 회원도 있었다.

칠성 개시장은 입구에서부터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폭이 4~5m 되는 시장 골목에는 보신탕, 건강원, 개소주, 생고기 판매점 등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었다. 개를 가두는 이른바 ‘뜬장’과 도살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장 바닥에는 개고기를 씻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호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보신탕 가게에는 노인 몇몇이 앉아 있을 뿐 대체로 한산한 편이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시장 골목을 행진하며 침묵 시위를 벌였는데, 말복을 맞아 보신탕을 먹기 위해 시장을 찾은 손님과 가게 주인들은 이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보신탕 가게를 40년간 운영했다는 한 식당 주인은 “우리도 세금 내고 장사한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범죄자 취급을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칠성 개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 식용 시장이다. 1946년 문을 연 칠성 개시장에서는 현재 개고기 판매업소 10곳가량이 영업 중이다. 이곳과 함께 ‘국내 3대 개시장’으로 불렸던 경기 성남 모란가축시장과 부산 구포가축시장은 모두 몇 년 전 폐쇄됐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이날 시장 내부를 거쳐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까지 약 3.1㎞ 구간을 행진했다. 개고기 취급 업소로의 행진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반려견 ‘순금이’와 다정하게 앉아 있는 대형 펼침막도 내걸었다. 홍 시장이 최근 개고기 식용 문제를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당선 이전에 ‘개고기 식용 금지’를 찬성한다고 했던 홍 시장이 당선 이후에는 말을 바꿨다. 시장님은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 짓고 있느냐”며 “홍 시장의 의지로 칠성 개시장 철폐를 해내길 간곡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린 성남 모란 개시장은 2016년 12월 성남시와 모란가축상인회가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도살장을 없앤 데 이어 2018년 폐쇄됐다. 부산 구포가축시장도 부산시가 도시계획으로 개시장 부지를 수용하고 상인에게 생활안정자금 등 폐업 보상을 진행해 2019년 문을 닫았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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