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또 윤 대통령·윤핵관 조준.."별로 기대치가 없는 집단" 날 세워
당내선 무대응, 원외선 "자해행위"..17일 가처분 결과 주목
국민의힘이 17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재정비하려는 과정에서 이준석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 대표는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여당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의원들은 공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여론전을 이어갈 예정이어서 마냥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비대위 체제 순항의 1차 관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해 “별로 기대치가 없는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13일 회견에서 한 “저에 대해 ‘이×× 저××’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다”는 발언에 대해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기 위해 들어오는 지령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성적을 묻자 “한 25점?”이라고 혹평했다.
이 대표는 CBS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해 가처분 신청 인용 시 친윤석열계가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 대표는 “나는 너무 잘하고 있는데 당이 구려서 지지율 안 나온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당을 갈아야만 지지율 오른다는 본말이 전도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가 만약 지금 전당대회에 출마한 사람이면 ‘윤핵관과 호소인들의 성공적 은퇴를 돕겠다’ 이 한마디로 선거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더 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 당랑거철(본인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빔)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블로그에 “대의와 공적 책임감이 뒷받침되지 않는 강경투쟁은 자해행위”라고 썼다.
현역 의원 대부분은 말을 아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에서 당내 분란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가 안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인 한 의원은 “당은 무대응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설 예정이어서 무대응 기조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매일 방송·라디오에 출연할 예정이다. 당원 현장만남도 계속한다. 특히 이 대표가 당원 가입 확대를 통해 당 주도권 확보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정당 조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친노(무현계)가 온라인·모바일 당원 가입을 하면서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수도권·화이트칼라로 상징되는 당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당의 승부는 17일 가처분 신청 법원 심리에서 1차 판가름난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비대위 체제는 출범하자마자 좌초된다. 기각되면 비대위는 첫 관문을 통과하지만,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한 이상 멈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대위 체제 전환 이후에도 당 혼란이 계속될 경우 이 대표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을 위한 막바지 고심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선작업은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17일 비대면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 임명 의결을 마칠 계획이다.
정대연·유설희·조문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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