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대 비전' 제시도 못하고..강훈식 후보 사퇴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탁지영 기자 입력 2022. 8. 15. 21:11 수정 2022. 8. 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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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대 주요 변수 소멸
강 "혁신, 한계에 부딪혀"
박용진 "어깨 무거워졌다"
이재명 "강, 통합 함께 하길"
저는 여기까지…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강훈식 후보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8·2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한 뒤 회견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15일 “당대표 도전은 여기서 멈춘다”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같은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인 박용진 후보와의 단일화는 선언하지 않았다. 반환점을 지난 8·2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은 이재명·박용진 후보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박 후보는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국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저는 무너졌던 우리 안의 기본과 상식을 되찾고 국민 여러분께 쓸모 있는 민주당을 다시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이제 그 과제를 두 후보께 맡기고 저는 다시 한 명의 구성원으로 돌아가 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우리는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남은 두 분 중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가슴 뛰는 민주당을 함께 만들 수 있게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가 사퇴를 결단한 배경에는 누적 6.83%에 그친 낮은 득표율과 대안세력 부각 전략 실패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강 후보는 “국민과 당원에게 변화와 혁신의 적임자라는 것을 설득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며 “끝내 파란과 이변을 만들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전날 충청지역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사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충남 아산을이 지역구인 강 후보는 충남 권리당원 투표에서 17.29%로 2위를 차지했지만, 충북·세종·대전에서 4~6%대를 받아 3위에 머물렀다. 강 후보는 “국민적 인지도가 낮다는 한계를 많이 느꼈다”는 소회를 밝혔다.

강 후보는 박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강 후보는 “정치공학적 단일화만 요구하는 게 뼈아팠다. 젊은 수권정당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를 향해 “반이재명 단일화로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수차례 말했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미완의 단일화’가 됐다. 97세대로 묶인 두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상반된 전략을 썼다. 강 후보가 ‘갈등 조정자’ 역할을 강조했다면, 박 후보는 이 후보 견제에 집중했다. 두 사람이 공동의 가치 연대나 세대교체 메시지를 내지 못하게 됐다.

한 초선 의원은 “97세대가 자신들만의 당 혁신과 비전을 얘기했다면 전당대회가 더 풍성해졌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호남·수도권 순회 경선만을 남겨놓고 일대일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박 후보는 이 후보를 상대로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박 후보는 광주광역시 기자회견 직후 “어깨가 무거워졌다”며 “97세대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 지지 표가 어디로 갈지는 미지수다. 남은 표심이 이 후보에게 갈 수도 있다. 박 후보가 강 후보 표를 모두 흡수해도 70%대 득표율인 이 후보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는 전남 목포에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 후보 같은 훌륭한 차세대 리더를 발굴한 것도 성과”라며 “강 후보가 통합의 민주당을 만드는 일에 함께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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