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번 외친 "자유"..국정 방향성만 강조, 쇄신 메시지 없어[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심진용 기자 입력 2022. 8. 15. 21:06 수정 2022. 8. 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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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국정철학 되풀이
독립유공자 고손자에 훈장 수여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진행된 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유공자인 정두흠 지사의 고손자 정창규씨(오른쪽)에게 건국훈장증을 수여한 뒤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사·외교·안보·민생 전 분야 관통하는 핵심 가치로 언급
민주당 “공허한 자유 가치 말고 위기 극복 비전 제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관통한 단어는 ‘자유’다. 취임사에 35번 등장한 데 이어 경축사에 33번 나와 윤 대통령 국정철학이 응집된 단어로 다시 부각됐다. 국정 방향타 전환과 관련된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시작된 독립운동은 진정한 자유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토대와 제도적 민주주의의 구축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여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대하는 것으로 계승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부터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친 현재,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 핵심 가치를 ‘자유’에 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끊임없는 자유 추구의 과정”, 이후 현대사는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자유를 되찾고, 자유를 지키고 자유를 확대하는 과정”이라는 표현을 두 번 반복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역사관과 국정철학의 핵심에 ‘자유’라는 가치가 있다”면서 “취임사에서 밝힌 것보다 자유의 가치 위에서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담겼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6일 연속 참모진과 저녁 식사를 하며 전날 밤까지 직접 연설문을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 전 분야의 밑바탕이 되는 가치에도 자유를 뒀다. 대북정책 로드맵은 ‘담대한 구상’을 꺼내면서 “자유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준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표현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말했다. 서민·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자유와 연대의 핵심”이라고 했다. 양극화·사회적 갈등 해소의 근본 해법으로 도약과 혁신을 들면서 “도약은 혁신에서 나오고 혁신은 자유에서 나온다”고도 했다.

당초 경축사에 국정쇄신과 관련된 메시지가 담길 거란 관측이 있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17일)을 이틀 앞두고 발표되는 데다, 그간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20%대에 머무는 등 리더십 위기가 계속되며 국정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방향 전환보다 취임사에서 밝힌 국정기조에 더 힘을 싣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라는 단어가 보수층에 소구해 온 만큼 위기 상황에서 이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도 풀이된다. 국정운영 100일에 대한 자체 평가와 기조 변화 등에 대한 메시지는 17일 정부 출범 100일 윤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정구상이 흐릿하다는 지적도 반복됐다. 민생·경제 해법은 기존 방향성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공허한 자유의 가치 말고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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