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이킥] 김훈 "문 전 대통령, '하얼빈' 추천하니 두려운 마음 들어" 

MBC라디오 2022. 8. 1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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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
- 소설 '하얼빈', 안중근 의사를 친숙한 인물로 표현해
- 안중근 의사도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와 일본인 전체를 증오했던 것은 아냐
- 요즘은 '동양평화'의 꿈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져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 :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 평일저녁 6시5분~8시)

■ 출연자 : 김훈 작가


◎ 진행자 > 오늘은 8.15 광복절입니다. 1945년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인데요. 광복절이면 특히 더 생각나는 분이 있죠.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 그분의 짧고 강렬했던 생애를 소설로 풀어낸 작품이 있다고 합니다. 소설 <하얼빈>을 집필한 김훈 작가 직접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훈 작가님 안녕하세요.


◎ 김훈 > 네, 김훈입니다. 안녕하세요.


◎ 진행자 > 작가님 역사를 소재로 소설 여러 편 내셨습니다. 국민들의 사랑을 참 많이 받은 작품들이지 않습니까.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칼의 노래>, <남한산성> 대표적인데 이번에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셨습니다. 혹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 김훈 > 대학교 다닐 때 젊은 시절에 안중근 신문조서를 읽었습니다. 이 신문조서는 안 의사가 체포된 후에 일본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재판에서 재판받는 과정에서 일본 법관들이 기록한 문서죠. 이 기록을 봤더니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제국주의의 양육강식과 악과 억압에 대해서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아름답고 강력한 모습이 그려져 있더군요. 그때 충격이 너무 커서 그걸 간직하고 있다가 글로 쓰게 된 것입니다.


◎ 진행자 > 어떤 인터뷰에서 보니까 작가님께서 안중근은 평생 미뤄온 과업이다, 이런 말씀을 하셨던데요. 그러면 대학 때 접하신 신문조서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구상하시고 집필하시고 구상하고 집필하시고 이렇게 해오신 건가요?


◎ 김훈 > 아니, 그러지는 않고 그때 얻은 충격을 제가 50년 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러면서 조금씩조금씩 자료를 수집하고 구상을 하기는 했죠. 그러다가 50년이 지난 올 봄에 겨우 완성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죠.


◎ 진행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이요. 광복절 연휴에 읽으면 좋은 소설 좋을 소설로 <하얼빈>을 추천을 했습니다. 특히 간결한 문체의 힘이 느껴져 좋았다, 이런 내용 SNS에 올리셨는데 들으셨죠? 어떠셨습니까?


◎ 김훈 >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 것을 보면 참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 전 대통령께서 읽으시고 또 추천까지 해주셨다니까 참 두려운 마음이 드는군요. 문 대통령님 말씀은 제 소설을 칭찬하고 추천한 것이라기보다는 거기 그려진 안중근의 모습, 그리고 동양평화를 절규하면서 순국하신 그 뜻이 오늘날의 동양의 현실에서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는 쪽에 역점이 실린 말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지금 말씀 주신 것처럼 안중근 의사 하면 초등학생부터 전 국민이 다 아는 그런 분인데요. 저희들이 예상을 할 때는 아마도 안중근 의사에 대한 소설을 쓰신다면 독립운동가로서의 영웅적 활약, 이런 것들이 가장 많이 묘사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고 청년시절의 안중근의 내밀한 심리, 그리고 생활, 이 부분에 집중하신 것 같던데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 김훈 > 안중근 의사에 대한 소설이나 연구서 보고서를 보는 책들은 많이 나와 있죠. 그런데 이 안 의사가 옛날 이야기 속에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자기 시대에 온갖 고통과 고민을 고난을 자기 온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면서 살아갔던 그러한 젊은이의 모습 그대로 그려보려고 했던 것이죠. 그래서 그렇게 해서 더 우리 국민과 독자들에게 친숙한 인물로 이렇게 다가가도록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글을 썼습니다.


◎ 진행자 > 작가님 사실 제가 <칼의 노래> 읽으면서도 우리 성웅 이순신을 막 이렇게 영웅적으로만 그리지 않으시고 인간적인 그런 고뇌와 유약함도 그리셨던데 마찬가지로 안중근도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어떤 그런 솔직한 모습들을 친숙하게 우리들에게 소개해 주신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가 됩니다.


◎ 김훈 > 그렇죠. 그래서 그런 대목을 사실 그 안에서 몇 개 설정했어요. 일본군하고 전투를 하다가 일본군 포로를 잡아서 이렇게 살려 보내잖아요. 풀어주죠. 그때 그분이 느끼는 고민, 세계 모순에 이렇게 직면해가지고 느끼는 고민 같은 걸 드러내려고 애썼습니다. 안중근은 일본군 포로를 살려주는데 일본군 포로 자기 부대로 돌아가서 얘기를 해서 일본군은 대부대를 이끌고 안중근 부대를 공격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런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모순 같은 것이죠. 거기서 느끼는 안중근의 고민, 그런 것들을 쓰려고 제가 노력을 했습니다.


◎ 진행자 > 작가님 지금 말씀 주신 것처럼 실존 인물에 대한 기록 전기 르포 이런 것과 소설은 다르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창작의 영역이고요. 특히 세밀한 말씀, 행동, 관계, 이런 것들은 어떤가요. 작가님의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봐야 될까요?


◎ 김훈 > 안중근 의사에 대한 사실적 기록은 많이 나와 있죠. 특히 좋은 것은 안중근 기념사업회 함세웅 신부님이 이끄시는 기념사업부에서 나온 자료집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내밀한 부분들, 특히 우덕순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내밀하고 섬세한 대목들, 이런 것들은 이제 제가 상상력으로 이렇게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죠.


◎ 진행자 > 그러면요. 종합적으로 이런 질문 드려도 될까요? 작가님께서 청년 안중근을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시고 자료 찾아보시고 표현하시고 상상력 보태시는 과정에서 딱 느끼시게 된 청년 안중근은 이런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 김훈 > 나는 이 분을 책이나 학문을 통해서 배운 분이 아니고 물론 책도 많이 보셨겠지만 그것으로서 배운 것이 아니고 어떤 스승한테 배운 것이 아니고 어떤 이론이나 철학을 통해서 배운 것보다는 자기의 당대 현실, 자기가 처한 시대를 들여다보니까 이 시대가 도대체 문제가 뭐고 모순이 뭐고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터득하신 분 같았어요. 그러니까 현실을 보면서 배우고 현실을 보면서 어떤 길로 가야 되는지를 스스로 터득하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실천해서 길을 열어나간 그런 분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진행자 > 그리고 작가님 저희가 안중근 하면 당연히 떠오르는 게 제목도 하얼빈이고요.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 처단하는 그 준비 과정 실행 과정 또 재판 과정, 이것이 가장 많이 핵심적으로 다뤄지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오히려 소설 속에서는 비교적 짧고 담담하게 다루고 계시죠?


◎ 김훈 > 그렇죠. 그 부분은 간단히 처리를 했는데 이 안중근의 의도를 단순한 이야기로 본다면 하얼빈에서의 총격이 말하자면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되겠죠. 그런데 이 생애 전체와 사상 전체를 보면 거기에 클라이맥스가 있는 게 아니고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그게 그분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이죠. 재판 과정에서 말을 하게 되잖아요. 세계적인 재판을 열어놓고 전세계 언론이 주목이 집중하는 데서 이토의 죄악을 성토하고 동양평화의 대의를 설파하고 이런 것이죠. 그러니까 총에서 말로 넘어가는 것이죠. 총에서 말로. 그런데 이분은 양쪽 다 훌륭하게 잘 했어요. 뜻을 다 이루셨죠. 총도 잘 쐈고 말도 잘했고. 총을 쏘기 전까지는 총을 쏘는 대목이 클라이맥스가 되겠지만 총을 쏘고 난 다음에는 재판에서 벌어지는 말의 장관 그것이 클라이맥스가 되는 것이죠.


◎ 진행자 > 작가님께서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책이 반일민족주의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경계를 강조하셨습니다. 그 이유 좀 설명해 주실까요?


◎ 김훈 > 안중근 의사도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와 일본인 전체를 증오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토에 의해서 대표되는 침략주의 식민주의 약육강식 이런 폭력 억압 이런 것에 반대했던 것이죠. 그런데 민족주의라는 것은 한민족이 공동체로서 같이 생활하고 문화를 공유해 왔기 때문에 집단정서를 갖는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생명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국가의 존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그걸 단합시키는데 큰 힘을 발휘한 것이죠. 지금은 안중근 시대하고 달라서 사회 여러 계층이 대립 갈등이 심해지고 또 다원화된 시대잖아요. 여기에서 민족주의라는 것은 국민통합의 원리가 되기에는 좀 어렵다, 허약하고 어려운 이념이 아닌가 싶고. 또 대외적인 생존전략이 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족주의보다 좀더 높은 비전과 더 넓은 세계관이 필요한 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러면 작가님께서 지금 말씀하신 민족주의보다 더 높은 더 넓은 세계관이 안중근 의사가 말씀하신 동양평화론과 연결이 되겠죠.


◎ 김훈 > 바로 직결이 되는 것이죠. 동양평화론은 옥중에서 처형당하기 직전에 쓰신 책인데 정밀하고 정치한 논리라기보다는 그분의 세계 구상을 이렇게 소박하게 써놓으신 글이죠. 동양평화라는 것은 동양의 여러 나라 한국 중국 일본뿐 아니라 인도 차이나 여러 나라까지도 독립과 자존을 유지하고 사는 것이 동양평화다라는 그런 구상을 했던 것이죠. 그러면서 각자 독립된 다음 어떤 공동체를 만들자. 경제나 교통이나 교육이나 문화교류에서 공동체를 만들자, 이런 구상이었어요. 말하자면 지금으로 말하자면 거칠게 비유하자면 유럽에서 인류를 하고 있잖아요. 인류의 전신 같은 구상이었죠. 그런데 이토 히로부미의 동양 평화는 전혀 반대예요. 그분은 이토는 동양의 평화를 어떻게 구상했냐 하면 일본이 동양의 모든 나라를 일본이 지배해서 일본의 패권을 건설 함으로써 그 안에서 평화를 건설하자는 것이었죠. 안중근의 생각과 이토의 생각은 정말 하얼빈에서 정면으로 부닥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안중근의 동양평화로는 이토하고 비교할 수가 없이 진보적인 것이잖아요. 그것이 그렇게 진보적인 만큼 진보적일수록 그 당대에서는 경청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이것은 여전히 유효한 소망으로서 남아 있는 것입니다.


◎ 진행자 > 안중근의 그러한 동양평화론이 지금의 어떤 난맥상, 한 인터뷰에서 작가님께서 오히려 지금 당시보다 더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이런 말씀 그런 말씀 주셨습니다.


◎ 김훈 > 그런 말을 했죠. 안중근 선생님한테 중국이라는 나라가 완전히 쇠약해져 가지고 여러 구라파나 일본이 이렇게 쳐들어가서 약탈의 대상이 되잖아요. 거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죠. 지금은 그 반대로 중국이 거대한 강대국이 돼서 동양 여러 나라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또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중국과 같은 블록을 형성하고 있잖아요. 거기에 일본이 대항해서 군사대국을 지향하고 있고 그리고 또 미국과 블록을 형성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 우리 한반도와 동양의 평화라는 것은 안중근의 시대보다 훨씬 위태롭다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그럴수록 그가 말한 동양평화의 꿈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김훈 작가님의 소설 <하얼빈> 읽으시고 이런 위기를 함께 타개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훈 > 네, 안녕히 계십시오. 고맙습니다.


◎ 진행자 > 소설 <하얼빈>으로 돌아온 김훈 작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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