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북 '담대한 구상'.. 경제뿐 아니라 정치·군사 협력 로드맵 준비
협상 초기부터 유엔 대북제재 부분적 면제 등 국제사회와 협의
남북 공동경제발전위원회 설립·가동 추진, 北 민생 획기적 개선
北과 정치·군사도 협력 로드맵 준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경제 협력을 위해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가동하고, 필요할 경우 대북 제재 부분적 면제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의 세부 계획과 관련,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 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처음 제시한 ‘담대한 계획’을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부터 경제 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또 “경제 협력 방안을 포함해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두고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 구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하진 않았지만 군사·정치 관련 구상도 준비돼 있다는 뜻이다.
김 차장은 특히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가 도출되면 동결·신고·사찰·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남북 경제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남북 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가동할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또 “정부는 북한 당국과 함께 비핵화 방안과 남북 공동 경제 발전 계획을 구체화해 나가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필요에 따라서는 유엔 제재 결의안에 대한 부분적인 면제도 국제사회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담대한 구상’을 언급하고 대통령실이 대북 제재 부분적 면제 추진 계획까지 거론한 것은 사실상 단절된 북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유엔 제재 결의안 면제’와 관련해 “비핵화 협의 과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 미국 행정부도 현재 엄격하게 이행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조치에 대해 마음을 열고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보수 정권은 북한 비핵화가 완성 단계에 들어갈 때까지 제재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윤 정부는 비핵화 협상 초반에도 북한 진정성에 따라 북이 가장 원하는 ‘제재 완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또 “2018년 미·북 싱가포르 회담, 2019년 미·북 하노이 회담에서도 당시 북한 지도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질문했던 것은 유엔 제재 완화 방안이었다”고 했다. 이어 “식량과 자원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전향적 조치들을 비핵화 협상 과정에 논의할 수 있다”며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FEP)’을 제안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우선 추진 가능한 남북 경제 분야 협력 로드맵과 관련해 “인프라 구축, 민생 개선, 경제 발전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실효적이고 구체적 사업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북한의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발전소와 송배전 설비 현대화, 항만·공항 현대화를 꼽았다. ‘민생 개선’ 분야와 관련해서는 농업 생산성 향상이나 병원·의료 체계 현대화 사업, ‘경제 발전’ 분야는 대북 투자와 교역 활성화 촉진, 국제 투자와 금융 지원 유치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했다. 김 차장은 “지난 30년간 여러 차례 비핵화 방안이 시도됐고 몇 차례 합의도 도출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며 “북한의 호응을 고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이 경제에 국한할 수 있다면 윤석열 정부 대북 정책은 정치·군사를 포괄하는 종합적 플랜”이라고 했다. 또 “비핵·개방·3000은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그 이후 행동을 하는 것인데 윤석열 정부의 계획은 합의 도출을 위해 만나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먼저 경제 조처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일부 진전이 있으면 그 단계에 맞춰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면서 부분적인 대북 제재 해제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이나 추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북 억지력 확보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취임사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담대한 계획’이 이날 ‘담대한 구상’으로 바뀐 데 대해 “계획이라고 하면 경제 협력 프로그램과 같은 뉘앙스를 갖게 된다”며 “군사·정치 협력 계획까지 총괄해 ‘구상’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북한이 윤 대통령의 구상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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