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끝내 해독 못한 미군 '나바호 암호' 아시나요?

김태훈 2022. 8. 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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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서 '나바호 암호 부대원의 날' 기념식이 열려 제2차 세계대전 및 6·25전쟁에 참전한 노병들이 모처럼 회포를 풀었다.

진주만 공습 후 일본과의 태평양전쟁에 뛰어든 미국 해병대는 일본군 암호 해독가들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암호체계 개발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바로 나바호 암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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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태평양전쟁 당시 美 해병대에 의해 개발
북미 원주민 '나바호족' 고유어에 착안해 만들어
6·25 때도 활용.. 나바호족 800여명 韓 위해 싸워

‘나바호 암호(Navajo Code)를 아시나요?’

14일(현지시간) 미국 남서부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서 ‘나바호 암호 부대원의 날’ 기념식이 열려 제2차 세계대전 및 6·25전쟁에 참전한 노병들이 모처럼 회포를 풀었다. 나바호족은 북미 원주민의 일부로 오늘날 애리조나주 북동부, 뉴멕시코주 북서부, 유타주 남동부에 걸친 약 7만1000㎢ 면적의 보호구역에 살고 있다. 마치 독립국인 것처럼 대외적으로 ‘나바호 국가’(Navajo Nation)란 명칭을 쓴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나바호 암호 부대원의 날’ 기념식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의 나바호 암호 부대 출신 생존자인 토머스 비게이(왼쪽)가 역시 해병대 소속 6·25전쟁 참전용사인 론 엔덜과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피닉스=AP연합뉴스
나바호 암호의 탄생은 80년 전인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주만 공습 후 일본과의 태평양전쟁에 뛰어든 미국 해병대는 일본군 암호 해독가들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암호체계 개발에 나섰고 그 결과물이 바로 나바호 암호였다. 대령 계급의 장교를 나바호족 언어로 ‘독수리’, 잠수함은 ‘쇠 물고기’, 항공기는 ‘새’, 폭탄을 가득 실은 폭격기는 ‘임신한 새’라고 명명하는 식이었다. 탱크는 나바호족 언어로 ‘거북이’, 기관총은 ‘재봉틀’로 각각 둔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바호 암호는 해병대에 입대한 나바호족 출신 통신병들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약 400명이 미 해병대가 주둔하거나 점령한 전장 곳곳으로 흩어져 새 암호체계를 전파하고 교육했다. 1942년 이후 과달카날, 타라와, 펠렐리우, 이오지마 등 태평양전쟁에서 미 해병대가 수행한 모든 주요 작전은 나바호 암호 부대가 함께했다. 이 과정은 중국 출신 영화감독 우위썬이 만든 할리우드 영화 ‘윈드토커’(2002)에 잘 그려져 있다.

영어와 유사성을 찾기 힘든 나바호 암호체계에 일본군 정보요원들은 말 그대로 애를 먹었다. 일본은 1945년 8월 종전 때까지 온갖 수단을 동원했으나 끝내 나바호 암호를 해독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바호 암호 부대는 6·25전쟁에서도 활약했다. 1942년 나바호 암호체계 개발에 깊이 관여한 체스터 네즈가 대표적이다. 2차대전 참전용사인 네즈는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자원해서 다시 전장으로 달려갔다. 꼭 나바호 암호를 쓰는 통신병이 아니더라도 나바호족 출신으로 한국을 위해 싸운 참전용사는 800여명에 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해병대의 나바호 암호 부대에서 활약하고 현재 살아있는 3명 중 한 명인 토머스 비게이(98)가 14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나바호 암호 부대원의 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피닉스=AP연합뉴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40년 전인 1982년 나바호 암호 부대가 미군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매년 8월14일을 ‘나바호 암호 부대원의 날’로 정해 기리도록 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 5월 보은 차원에서 나바호족 출신 6·25전쟁 참전용사들한테 마스크 1만장과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기부한 바 있다.

이날 기념식에선 나바호 암호 부대에서 활약하고 현재 살아있는 3명 가운데 한 명인 토머스 비게이(98)가 모든 참석자들의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나바호 암호체계를 배우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고 회상한 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적에 의해 결코 해독될 수 없는 암호를 마침내 만들 수 있었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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